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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익한 거리

암에 대한 오해와 진실

[암에 대한 오해와 진실] 암도 전염된다고?… “NO!”
[조선일보 주간조선 기자]
고대 그리스 의학자 히포크라테스는 암을 ‘카르키노스(karkinos)’라고 불렀다. 게(蟹)를 뜻하는 이 표현이 암을 일컫는 영어 ‘cancer’의 어원이다. 암세포가 게처럼 옆으로 잘 퍼지고, 세포 표면이 게 껍데기같이 딱딱하고 울퉁불퉁하다는 점과 관련된 명칭으로 추정된다. 한국에선 예로부터 암세포가 ‘바위같이 딱딱하다’는 사실을 빗대 바위를 나타내는 한자 ‘암(巖)’으로 이를 표기했다. 지금 쓰이는 한자 ‘癌’은 중국에서 전해온 것으로 “병()든 식품(品)을 태산(山)처럼 많이 먹으면 생기는 병을 뜻하는 글자”란 설도 있다. 2000년 전 후한시대에 씌어진 의학서 ‘황제내경(黃帝內經)’은 암에 대해 “뱃속에 혹이 생기면 쇠약해지다 곧 죽게 된다”며 “이 병은 음식 섭생을 잘못해서 생긴다”고 적고 있다. 수천 년간 인류를 위협해온 무서운 질병, 암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정리해본다. /편집자
 
탄 음식을 먹으면 암에 걸린다?
붉은 고기를 뜨겁게 조리하면 발암 물질이 발생하게 된다. 물론 어쩌다 한 번 먹었다고 암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암은 상당히 복잡한 여러 단계를 거쳐 발생한다. 정상세포가 상당한 기간 동안 지속적으로 발암물질에 노출돼 유전자의 돌연변이가 일어난 후에야 암이 생기기 때문이다. 이렇게 생긴 암세포라 해도 마구 자라는 것은 아니다. 몸 속에서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야만 세포 분열이 일어나 암 덩어리를 형성하게 된다. 암의 전이는 암 덩어리에서 일부 세포가 떨어져 나와 혈관 벽을 뚫고 들어가야 이뤄진다. 따라서 “탄 음식을 먹으면 암이 생긴다”고 단순하게 말할 수는 없다.
 
상황버섯, 영지버섯 등은 효과가 있나?
항암 치료를 받으면서 동시에 영지·상황버섯 같은 소위 ‘항암 버섯’을 복용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이런 버섯들이 항암작용을 한다는 보고도 있다. 하지만 이는 대부분 실험실에서 한 연구들이다. 어떤 약이 항암 효과가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여러 실험과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실험실에선 효과가 있었지만 임상연구에선 효과를 증명하지 못한 약들이 부지기수다. 버섯류는 인체에서 명백히 항암효과가 있는지 여부가 증명된 바 없으며, 적절한 용량이나 부작용에 관해 잘 알려져 있지도 않다.
 
암에 칼을 대면 온몸에 퍼진다?
암 수술의 가장 중요한 원칙 중 하나는 소위 ‘No touch technique’, 즉 암조직을 만지지 않고 수술하는 것이다. 물론 암조직을 수술용 칼로 베어내거나, 복강 내에서 암조직이 파괴되는 경우엔 암세포가 퍼질 수 있다. 그러나 암 수술을 하는 종양외과 전문의들은 모두 원칙에 입각한 수술을 하고 있다. 암의 완전절제가 불가능한 경우엔 수술 이외에 다른 치료를 고려하게 된다.
 
암도 전염되나?
대부분의 암은 전염되거나 유전과 관련이 없다. 암 중에서 특별히 바이러스와 관련이 있는 암이 있다. 간암의 경우가 그런데, 간암은 간염 바이러스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런 경우에도 예방접종으로 항체가 형성되면 전염을 예방할 수 있다. 따라서 간암 환자 옆에서 간호한다고 암이 옮지는 않는다.
 
암은 유전되나?
암 일부는 유전성인 경우가 있다. 대장암이나 유방암의 경우 가족 내에서 발생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유전성 암은 대장암이나 유방암 중에서도 극히 일부에서만 나타나는 것으로, 대부분의 암은 유전과 관계가 없다.
 
췌장암은 3개월밖에 못사나?
췌장의 위치는 배 뒤쪽에 있다. 암이 생겼다 하더라도 증상이 잘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진단이 늦어진다. 따라서 진단됐을 때는 이미 상당히 진행된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전체 췌장암 환자 중 5 년 이상 살 가능성이 있는 사람은 5 % 정도밖에 안된다. 수술 가능한 환자의 경우 암을 수술하고, 추가로 방사선과 항암제 치료를 해 주면, 20% 가량은 평균 13~20 개월간 생존할 수 있다. 수술을 할 수는 없어도 다른 곳으로 전이가 되지 않은 경우라면 방사선과 항암제 치료를 하게 된다. 이 경우 평균수명은 6~10개월 정도이고, 전이가 된 환자의 경우엔 3~6개월 정도가 된다.
 
항암제를 쓰면 머리가 모두 빠지나?
탈모는 항암제 사용에 수반된 흔한 부작용의 하나다. 하지만 모든 항암제가 탈모를 일으키지는 않는다. 일부 항암제는 탈모를 거의 일으키지 않으며, 같은 항암제라도 개인에 따라 탈모 정도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또한 대부분의 탈모는 치료가 끝난 후 회복이 된다.
 
암은 예방이 어렵다?
세계보건기구는 2003년에 발행한 ‘세계 암 보고서(World Cancer Report)’를 통해 “흡연·식이·감염으로 발생하는 암의 30% 가량은 예방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암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첫째, 담배를 끊어야 한다. 둘째, 신선한 과일과 야채를 많이 섭취하고, 적절한 신체활동을 하여야 한다. 셋째, 암의 조기 발견을 위해 자주 검진을 받아야 한다. 자궁경부암과 유방암은 검진을 통해 예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완치가 가능하다.
 
면역력이 좋으면 암에 걸리지 않는다?
우리 몸의 면역기능 중 암을 초기에 제압하는 기능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많은 암이 이런 면역기능을 피할 수 있는 일종의 ‘우회로’를 만들어낼 수 있다. 따라서 면역력이 아주 좋은 사람이라 하더라도 암은 발생할 수 있다.
 
항문에서 피가 나면 직장암?
항문 출혈은 드물지 않은 증상으로, 변비가 동반된 치열 등에서 흔하게 나타난다. 하지만 직장암의 경우에도 역시 출혈이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항문에서 피가 나올 경우엔 대장 전문의의 진료를 받고, 내시경 검사 등을 받아 정확한 원인을 찾고, 그에 맞는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50세 이후 갑작스럽게 항문 출혈이 일어났을 경우엔 내시경 검사를 통해 암 유무를 확인해야 한다.
 
직장암 환자는 인공항문을 달아야 하나?
직장이란 항문으로부터 약 15㎝의 길이에 달하는 대장의 마지막 부분으로, 이를 3등분하여 상·중·하부 직장으로 분류하고 있다. 이 중 상·중부 직장암은 대부분 항문 보존에 큰 무리가 없다. 문제가 되는 부위는 하부직장으로, 이는 항문으로부터 약 5㎝ 정도의 거리까지를 말한다. 항문으로부터 약 3~5㎝ 이내에 위치하는 직장암의 경우 항문을 보존할 수 있는 가능성은 1990년대 약 6% 내외에서 2000년대 약 94%로 크게 증가했다. 따라서 직장암에 걸리면 모두 항문을 없애야 한다는 말은 옳지 않다.
 
대장암 환자는 항암 치료가 필수적?
항암 약물치료는 크게 두 가지 상황에서 시행된다. 첫째는 수술 후 재발방지를 목적으로 할 경우다. 수술 후 절제해낸 조직을 통해 병의 진행 정도가 높다고 판단되면 항암 치료를 시행해 재발률을 40% 정도 낮추고, 생존율을 30% 정도 높일 수 있다. 하지만 병의 진행 정도가 미약할 경우엔 일반적으로 항암 치료를 시행하지 않고 있다. 둘째는 수술로 완치할 수 없는 말기 대장암의 경우이다. 이때 항암 치료를 하면 생존기간을 연장시킬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경우엔 환자가 항암 약물치료를 견뎌낼 수 있을 정도의 체력을 갖고 있어야만 효과를 볼 수 있다.
 
전립선암으로는 죽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전립선암은 초기에 비교적 서서히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병이 광범위하게 진전된 상태에서 발견된 전립선암의 경우엔 호르몬 치료를 시행해도 병세가 한시적으로 호전될 뿐 완치되지 않는다.
 
물 많이 마시면 위암 걸린다?
오랫동안 밥을 물에 말아먹으면 위가 나빠지고, 위암까지 발생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식사 때 수분을 많이 섭취하면 위액과 점액이 희석돼, 소화기능에 일부 영향을 줄 수 있다. 하지만 물 섭취 자체로 위암이 발생한다고 할 수는 없다. 다만 물에 말아 먹게 됨으로써 반찬을 먹을 때 염분 섭취량이 증가하게 된다면 위암이 발생할 위험도는 높아지게 된다.
 
수술 후엔 보신탕이 최고?
수술을 받은 경우엔 수술 부위와 정도에 따라 신체는 스트레스를 느끼며, 거기 대응하는 물질대사를 일으키게 된다. 대개의 경우엔 단백질이 소모되는 대사가 일어나므로 수술 후 단백질 부족을 해소해 주는 것은 바람직하다 할 수 있다. 그러나 단백질의 공급원이 꼭 특정한 식품이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너무 많은 단백질 공급도 바람직하지 않다.
 
위염이 위암으로 발전된다?
위염은 위점막이 손상돼 염증을 일으킨 것을 말한다. 흔한 원인으로는 소염진통제의 복용, 자극성이 강한 음식, 헬리코박터 세균, 흡연 등이 있다. 헬리코박터 세균에 의한 위염이 장기간 지속된 경우에는 세균 감염이 없는 경우보다 위암 발생률이 높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위염이 반드시 위암으로 발전한다고 할 수는 없다. 따라서 내시경으로 흔히 발견되는 미란성 위염이나 표재성 위염이 반드시 위암으로 발전한다고 할 수는 없다.
 
비타민C를 대량·장기 섭취하면 위암 안 걸린다?
흔한 오해의 하나다. “과일과 황록색 채소를 많이 섭취했던 사람들에게 위암발생률이 상대적으로 낮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타민C를 많이 섭취하면 위암이 예방될 것 아니겠는가’ 하는 가설에서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일본에서 일정 지역 주민들에게 장기간 비타민C를 공급·복용하게 하고, 추적 연구한 결과는 비타민C를 많이 섭취한 것이 위암 발생률을 낮췄다는 증거를 보여 주지 못했다.
 
암 환자는 고기 먹으면 안되나?
식습관에 의한 암 발생은 단기에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5~20년에 걸친 반복적 자극에 의해 일어나는 것이다. 항암 치료를 받는 동안엔 적절한 영양 섭취가 중요하다. 따라서 극단적 식이요법이 암의 재발이나 진행을 막는다고 할 수는 없다. 오히려 영양 불균형으로 치료에 따른 부작용만 가중시킬 우려가 있다. 따라서 육식과 과도한 지방 섭취를 제한하는 것은 분명 암을 예방하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암을 치료하는 데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폭탄주 많이 마시면 암 생긴다?
여러 의견이 있긴 하지만, 음주가 암 예방에 좋다고 결론난 바는 없다. 설사 도움을 준다 해도 그것은 소량의 음주에 국한된 것이지, 과음해도 된다는 얘기는 아니다. 술은 암의 주요 원인 중 하나다. 특히 구강암, 식도암, 후두암, 간암 등의 발생과 연관이 깊다. 특히 흡연과 음주를 함께 병행하면 암 발생에 상승 작용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민간요법으로도 완치가 가능한가?
암 치료 요법은 수많은 사람을 통해 효과가 입증된 것만 인정받고 있다. 어쩌다 나은 사람이 있다는 식의 치료법은 과학적으로 입증이 안 되기 때문에 모든 환자에게 적용할 수는 없다. 또 이런 치료로 나았다는 경우도 좀 더 면밀히 조사해 보면 다른 여러 변수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현재 미국 국립 암연구소는 암 치료의 한 분야로 대체요법을 연구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여러 대체요법 중 과학적으로 입증될 수 있는 것이 있는지를 조사하는 것일 뿐 기존 치료를 대신할 수 있다는 얘기는 아니다.
 
암에 걸리면 엄청난 통증이 있다?
통증은 신경계가 해로운 자극을 받을 때 느끼는 인체의 ‘방어기전’이다. 따라서 암이 어느 부위에 발생하느냐에 따라 통증의 정도는 크게 달라진다. 상당수 암은 어느 정도 진행될 때까지 통증을 일으키지 않는다. 특히 간은 신경세포가 표면에만 존재하기 때문에, 간 중심부에서 암이 시작된 경우엔 아주 커질 때까지 별다른 증세를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진통제를 자꾸 먹으면 중독되나?
통증은 암 덩어리가 신경을 누르거나 뼈에 전이될 때 특히 심해진다. 이럴 경우 일반 진통제로 조절이 잘 안되면, 마약성 진통제를 사용한다. 진통제 처방을 받은 사람들 중 일부는 “처방전에 마약이라고 써 있어서 중독될까봐” 우려하며 복용을 거부하는 경우가 있다. 또 “지금은 한 알로 되지만, 자꾸 먹다 보면 점점 더 많은 양을 먹어야 되는 것 아니냐”고 걱정하기도 한다. 환자, 보호자뿐 아니라 의료진들 중에도 마약성 진통제에 대한 오해를 가진 사람들이 있다. 모르핀 계열의 진통제는 마약이지만 효과가 뛰어나고, 일반적 진통 목적으로 사용할 때는 습관성이 없기 때문에 안심해도 된다.
 
같은 암 환자면 치료법도 동일한가?
암 치료는 종양 및 환자의 요인 등을 고려해 치료하게 된다. 똑같은 암 환자, 다시 말해 암의 종류가 같고 병이 진행된 기간이 같은 환자라면 치료 원칙은 동일할 수 있다. 하지만 환자의 상태에 따라 치료법이 달라질 수도 있다.
 
혈뇨가 저절로 멈추면 방광암 아니다?
방광암, 요관암이나 신우암과 같은 비뇨기암의 경우 혈뇨가 나타날 수 있으며 육안으로 봤을 때 나타났다가도 다시 사라지는 경우가 흔하다. 따라서 눈으로 봤을 때 혈뇨가 저절로 사라졌다 하더라도 정밀 검사를 통해 원인을 찾아야 한다.

<도움주신 분들>
아주대학교병원 종양혈액내과 교수 임호영, 국립암센터연구소 암역학관리부장 신해림, 부속병원 위암센터장 배재문, 부속병원 간암센터장 박중원, 부속병원 폐암센터 김흥태, 부속병원 대장암센터장 최효성, 부속병원 특수암센터장 이강현


(취합·정리=이범진 주간조선 기자 bomb@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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