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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익한 거리

1. ‘영양 과잉시대’ 열량섭취 줄이자

‘영양 과잉시대’ 열량섭취 줄이자


△ 17일 낮 서울 종로구의 한 패스트푸드음식점에 손님들이 먹다 남긴 음식과 포장지가 쌓여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덜 먹어야 잘산다] 유태우 교수의 웰빙 뒤집어보기


① ‘잘 먹자’ 웰빙은 시대착오


“웰빙식 먹자론에 반기를 들어라” 유태우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가 ‘잘 먹고 잘 살자’식 웰빙에 따끔한 일침을 가하고 나섰다. ‘덜 먹고 잘 살자’는 것이다. 영양 과잉의 시대에는 잘 먹는 것 보다는 섭취 칼로리를 줄이는 게 더 중요하다는 뜻이다. 앞으로 열 차례에 걸쳐 다음과 같은 주제로 유 교수의 ‘덜 먹고 잘 살자’론을 연재한다.



요즘의 웰빙 붐에서 가장 핵심적인 개념은 잘 먹고 잘 살자는 것이다. 크게 봐서 몸에 해가 되는 것은 먹지 말고 좋은 것들만 골라 먹자는 뜻일 것이다.
그렇지만 이 말을 실천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실은 너무 많이 먹고 있다. 잘 먹고 잘 살자는 생각은 어떻게 보면 이미 시대착오적이라 할 수 있다. 과거 음식이 궁했던 시절에는 어지럼증 원인의 대부분이 못 먹어서 생기는 빈혈이었다. 그 외에도 단백질 부족, 영양결핍에 따른 면역력 약화가 유행하던 시기였다. 이 시대에는 잘 먹으면 실제로 효과를 보았고, 보약도 효험을 낼 수가 있었다.
그러나 요즈음은 어떤가? 집 냉장고나 슈퍼마켓, 식당 어디에서도 음식은 넘쳐 나고, 몸은 이미 잘 먹어서 영양과잉 상태에 이르렀다. 목욕탕에 온 중년남자의 상당수가 배가 나와있는 것과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비만, 당뇨병, 심장병 등이 그 증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생각은 마냥 과거에만 머물러 있다. 아직도 잘 먹어야 한다는 것이다. 철 따라 먹는 보양식이나, 입맛을 나게 하는 보약이 과체중이나 비만인 사람들에게는 독이나 다름없이 된지가 한참 전인데도 말이다.
문제는 무엇을 먹는가가 아니고, 얼마나 많이 먹는가이다. 그 전보다 많이 먹거나 같은 양을 먹어도 칼로리가 높은 것을 먹는 것이 진짜 문제인 것이다. 요즈음 한국인에게 부족한 영양소는 칼슘과 철분뿐이며, 이는 우유와 육류의 적절한 섭취로 쉽게 해결할 수 있다.

결핍 영양소는 칼슘·철분뿐, 나머지는 과잉섭취
술·패스트푸드가 고열량식→비만→관련질병 불러
육식은 문제안돼‥1일단식은 소식습관에 도움



칼로리 과다섭취의 주 원인은 외식과 술, 그리고 스낵, 패스트푸드와 청량음료 등이다. 집에서 먹는 가정식이 보통 한끼 식사에 500~700kcal 정도인데 반해, 밖에서 먹는 외식의 한끼 식사는 대부분 가정식의 1.5~2배이고, 고지방 또는 고탄수화물인 불균형식이다. 더구나 외식의 특성상 맛이 강해 일단 시작하면 덜 먹기가 매우 어렵다.
고소한 과자 한 봉지와 청량음료 한 캔이면 가정식 한끼 이상의 칼로리가 나온다. 밥은 안 먹고 과자 만으로도 하루를 너끈히 버틸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회식은 더욱 심각하다. 술을 곁들여 2차까지 가는 회식을 마치면 보통이 3000~4000kcal이고, 한 번 맘 놓고 먹는다 치면 6000~8000kcal가 되는 경우도 흔하다. 몇 주 노력한 것이 하루 저녁에 물거품이 되는 순간이다.
잘 먹고 잘 살자가 육류를 줄이고 채식으로 돌아가자는 주장이라면 이것 또한 잘못된 것이다. 최근 20년간 한국인의 육류 소비가 증가한 것은 사실이나 육식을 한 것이 우리의 문제를 일으킨 것이 아니다. 2001년도에 실시된 국민건강영양조사에서 보면 한국인의 칼로리는 탄수화물 대 단백질 대 지방의 비가 평균 65 대 15 대 20으로 상당히 이상적이지만, 30대 이상이 되면 지방의 섭취비가 20%도 안된다. 지방의 섭취비는 20~25%가 적정하다. 이는 동물성 식품의 섭취가 많은 미국인의 지방 섭취비 35%와는 많은 차이가 난다. 우리의 문제는 육류의 섭취가 아닌 칼로리의 과다섭취와 이에따른 체중증가에서 비롯되는것이다.
덜 먹고 잘살자. 덜 먹고 잘 살려면, 먼저 내 몸이 덜 먹어도 문제가 없다는 것을 체득해야 한다. 평소 배고픔을 잘 견디지 못하는 사람들, 특히 “나는 한끼만 굶으면 큰일나!”하는 사람들은 24시간 단식을 해보면 그것이 그리 어렵지 않을 뿐더러 몸에도 이롭다는 것을 알게 된다. 방법은 세끼를 24시간 동안 물만 마시며 굶는 것인데, 처음 두 끼까지는 힘들지만, 마지막 세끼를 굶으면 오히려 위장이 편해지고 정신도 맑아지며, 일의 능률도 향상되는 것을 체득하게 된다.
이후부터는 세끼를 꼭 먹되 약간 배고프게 먹으라는 것이다. 식사시간을 20분 이상 가져가면 적게 먹어도 덜 배고프게 되고, 아침을 꼭 먹으면 하루 전체의 섭취량이 줄게 되며, 물을 하루 8잔 이상 마시는 것도 도움이 된다. 그 외에도 외식 줄이기, 외식 시 주로 한식 또는 일식 선택하기, 3~4인이 갔을 때 1인분 덜 시키기, 나온 음식 다 먹지 않고 집으로 싸가기 등이 평소의 습관이 되어야 한다. 한식 백반 위주의 구내식당은 매우 훌륭한 선택이고, 밖으로 나가게 되면 되도록 인기가 없는 음식점으로 가서 그 중에서도 맛이 제일 없는 음식을 시키는 것도 처음에는 좋은 방법이 된다. 유태우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tyoo@mydoctor.snu.ac.kr



■ 늘어나는 대장·유방·식도·신장암… 과식이 ‘주범’

한국인은 태어나서 74살까지 사는 동안 남자는 대략 30%에서 암이 발생하고, 여자는 20%에서 발생한다. 일생 동안 남자는 3~4명에서 1명, 여자는 5명 중에서 1명이 암 진단을 받게 되는 것이다.
한국인 남자에게 가장 많이 발생하는 암은 위, 폐, 간, 대장의 순이고, 여자는 위, 유방, 자궁, 대장, 폐, 간의 순이다. 이 가운데 위암, 간암, 자궁암 등은 줄어들고 있는 반면, 폐암, 대장암, 유방암 등은 증가하고 있다.
위암이 감소하는 이유는 주요 원인인 염분 섭취, 젓갈, 태운 음식 및 뜨거운 음식 섭취가 감소되는 것과 관련이 있고, 간암의 감소는 비(B)형 및 시(C)형 간염바이러스 감염율이 저하되는 것에서 비롯된다. 자궁암 사망의 감소는 원인의 감소라기보다는 조기진단과 조기치료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 폐암의 80~90%는 장기 흡연이 원인이기 때문에 흡연율이 준다고 하더라도 당분간은 폐암 발생은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문제는 앞으로 발생이 증가하게 되는 암인 대장, 유방암과 식도 및 신장암이다. 이들 암의 공통점은 어떤 특정 발암물질이나 유전 또는 감염이 아닌, 바로 많이 먹어서, 비만이 되어서, 그리고 운동을 안 해서 생긴다는 점이다.
칼로리 섭취가 많아지는 우리의 식생활과 운동부족 등의 신체활동 저하는 또 다른 만성질환인 당뇨, 심장병 등과 함께 새로운 암의 발생을 증가시키는 것이다. 우리는 암을 예방하기 위해서 항암효과가 있다는 녹차, 상황버섯 등을 즐겨 마시며, 발암물질이 함유되어 있다고 하면 질겁을 하고 먹지 않으려고 한다. 그러나 이런 이유들은 많이 먹어서 암이 발생하는 위험성과는 거의 비교도 되지 않는다.


■ 유태우교수 약력 = 서울대의대 졸업 / 서울대의대 가정의학과 전문의 / 미국 보먼그레이의대 가정의학과 임상교수 / 서울대의대부교수 / 서울대병원 건강증진센터·원격의료센터 책임교수 tyoo@mydoctor.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