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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익한 거리

5. ‘끝내주는’ 국물엔 염분·지방 한가득

‘끝내주는’ 국물엔 염분·지방 한가득


덜 먹어야 잘산다
③ 국물보다 건더기를


필자가 부산에 세미나를 하러 내려갔을 때이다. 점심을 부산에서 유명하다는 복국집에서 들게 됐다. 음식은 소문대로 맛있었지만 식사 뒤 모두 일어서서 나가는 순간 복국 냄비의 확연한 차이가 필자의 눈에 들어 왔다. 반수 이상의 냄비에는 국물은 하나도 남지 않고 콩나물, 무, 복어 등 건더기가 남아 있었던 것이다.
한국식사는 국물문화라고도 한다. 우리의 식탁에 빠지지 않는 각종 국과 찌개, 탕의 국물은 우리의 입맛을 돋울 뿐만 아니라, 밥과 잘 어우러져 씹고 삼키기를 쉽게 한다. 국 국물은 담백하고 시원한 반면, 찌개의 국물은 얼큰하면서도 짭짤하고 고소하다. 대부분 탕의 국물은 고소하고 진한 맛이다. 같은 생선으로 하는 요리라도 지리와 매운탕은 그 국물의 조성에 있어 다른데, 지리에는 생선 살코기가 주성분이어서 담백한 맛이지만 매운탕은 고춧가루 외에도 생선 머리, 내장 등이 더 들어가 매운 맛과 함께 지방질의 고소한 맛을 내게 된다.
국물의 가장 기본적인 맛은 짭짤한 맛이다. 표에서 보듯이 간을 더하지 않더라도 국물은 많은 양의 소금을 함유하여 대체로 염분농도가 1.2% 이상이 된다. 바닷물의 염도가 0.9% 밖에 안 되는데도 매우 짠데, 국물이 그렇게 짜게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국물은 대체로 뜨겁고, 매운 맛 등 여러가지 맛과 같이 섞여 있어서 덜 짜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국물의 두 번째 맛은 고소한 맛이다. 이는 국물에 녹아 있는 지방의 양이 많을수록 더욱 그렇게 느껴지게 된다. 탕과 찌개의 국물은 많은 지방을 함유해 고소한 맛을 내고, 국이나 지리는 대체로 지방함량이 적어 담백한 맛을 낸다. 국물은 물에 음식재료를 넣고 여러 번 끓여 만들어진다. 이 과정에서 물에 녹는 대부분의 성분, 즉 소금을 포함한 미네랄과 지방이 국물로 빠져 나오지만, 대부분의 비타민은 파괴된다. 표에서 보듯이 대부분의 탕 국물에서 고소한 맛을 내는 지방의 양은 보통 밥 한 공기의 열량과 같거나 그 이상이다.
한편, 남아 있는 건더기는 음식재료에 따라 단백질, 섬유질 및 탄수화물 등으로 이루어지게 되는데, 맛을 내는 성분이 다 국물로 빠져 나갔기 때문에 그 자체로는 별 맛이 없어지게 된다. 건더기의 맛은 국물보다 못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건더기의 영양성분은 우리 몸에 필수적인 것이며, 국물보다 훨씬 유리한 작용을 한다.

국물은 바닷물보다 짜고 밥보다 열량 높아
맛 덜하지만 영양많은 건더기 먹는 습관 들여야



크게 보면 국물의 주 성분은 소금과 기름이다. 국물을 많이 먹을수록 우리는 더 많은 소금과 기름을 먹게 되는 것이다. 별로 짜지 않은 국물이라도 많은 양을 먹으면 소금 섭취량은 늘어 난다. 소금을 많이 섭취하면 우리나라에 흔한 위암과 고혈압의 원인이 되면서 결국 뇌졸중과 심장병을 일으키게 되고, 지방을 많이 섭취하면 비만, 당뇨병, 대장암 등의 원인이 된다.
국물을 즐겨 하는 우리의 식문화는 소금과 지방 이 외에도 다른 건강 위해를 불러 온다. 국물을 많이 먹는 사람들은 좋은 영양소가 많이 남아 있는 건더기를 상대적으로 덜 먹으며, 국물 맛이 진하다 보니 다른 반찬도 골고루 먹지 않게 되어 고지방, 불균형식을 하게 되기가 쉬어진다. 두 번째는 오래 끓인 탕 종류의 음식과 국물에 밥을 말아 먹는 것은 음식이 부드러워져 먹기는 쉬우나, 구강의 씹는 작용을 약화시켜 치아건강과 뇌의 노화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셋째는 국물에 밥을 말아 먹는 경우에는 아무래도 먹는 시간이 빨라 지고, 식사시간이 짧으면 더 먹게 되고 음식을 골고루 먹지 않게 되는 경향이 있다. 즉, 국물 자체의 영양적 문제에 더하여 비만과 영양 불균형의 원인이 된다는 것이다.
국물 중심의 우리의 식문화는 바꿔야 한다. 먼저, 모든 국, 찌개, 탕에는 이미 충분한 염분이 들어 있기 때문에 소금이나 간장을 더 치지 않도록 한다. 그래도 정 싱거우면, 김치, 깍두기 등의 반찬으로 간을 맞추면 된다. 되도록 건더기는 다 먹고 국물을 남기는 습관을 기른다. 이미 밥이 말아져 나오는 설렁탕, 곰탕, 삼계탕 등은 밥, 고기 등 건더기만 건져 먹는다. 밥이 따로 나오는 경우에는 탕이나 국에다 밥을 말지 않고 거꾸로 밥에다 건더기를 얹어서 먹고 국물을 남긴다. 건더기가 맛이 없으면 각종 반찬을 얹어서 훌륭한 맛을 내면 된다. 꼭 뜨거운 국물을 먹어야 성이 차는 분들은 되도록 탕의 국물은 피하고 국이나 지리 국물로 대신하는 것이 좋다.


△ 국물 위주로 먹으면 영양 불균형이 되기 쉽다. 황석주 기자

식이섬유 부족한 ‘국물문화’

우리 밥상 위에는 김치, 깍두기, 나물 등 식물성 음식들이 많이 오르지만, 최근의 조사결과는 한국인들도 섬유질 섭취가 권장량 하루 25g 이상에 못미쳐 15~20g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국물을 많이 먹는 사람은 대체로 건더기도 덜 먹고 반찬도 덜 먹기 때문에, 건더기와 반찬의 주 성분인 섬유질이 더 부족해질 요인을 갖게 된다.
섬유질은 식품 속에 내재된 식이섬유와 식품공학적으로 제조된 기능성 섬유질로 나눌 수 있는데, 식이섬유의 효과는 이미 입증되었지만 기능성 섬유는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것도 많다.
식이섬유에는 채소에 많은 리그닌, 밀·현미·보리의 셀룰로스, 곡류·채소의 헤미셀룰로스, 감·귤·사과의 펙틴, 두류·귀리·보리의 검, 곤약나무에서 추출되는 글루코만난, 질경이 씨앗의 껍질인 씰리움, 귀리·버섯 등의 베타글루칸, 다시마·미역·김 등의 해조다당류를 둘 수 있다.
기능성 섬유질로는 저항전분과 생물공학적으로 제조되는 폴리덱스트로스, 이눌린, 덱스트린, 저분자아르기닌 등이 있으며, 동물성 탄수화물인 키틴, 기토산, 콘드로이틴, 콜라겐 등도 여기에 해당된다.
시판되는 섬유질 음료나 섬유질 식품의 상당수가 식이섬유가 아닌 기능성 섬유질을 사용하기 때문에 그 양이 채소에 들어 있는 것보다 많다고 해서 꼭 좋다고 할 수는 없다. 섬유질은 여러 가지 신체에 이로운 작용을 하는데, 그 대표적인 예는 암예방, 비만 예방, 혈당 조절, 변비 개선 등이다.
유태우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tyoo@mydoctor.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