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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이야기

된다는 것


한 선사(禪師)가 그림을 통해서 명상을 배우는 제자 하나를 데리고 있었다.
그 제자는 대나무에 몰두해 있었다. 그는 언제나 대나무를 그리고 색칠하는 일만을 되풀이했다. 스승은 그 제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네가 대나무가 되지 않고서는 어떠한 시도도 무의미할 뿐이다.”
십 년 동안 제자는 대나무를 그렸다. 이제 그는 아주 능숙하게 되어 불빛이 없는 어두운 밤에도 눈을 감고서 대나무를 그릴 수가 있었다.
그리고 그가 그린 대나무는 완벽했고 살아있는 듯이 생생했다. 그러나 그의 스승은 그것을 인정하지 않고 이렇게 말하곤 했다.
“아니다. 네가 대나무가 되지 않고서 어떻게 네가 대나무를 그릴 수 있다는 것이냐? 너는 아직 대나무와 분리되어 있다. 너는 아직 대나무와 하나가 아니다. 너는 아직 구경꾼에 지나지 않으며 국외자로 남아 있다. 바깥으로부터 네가 대나무를 알았는지는 모르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대나무의 외관일 뿐, 그 대나무의 영혼은 아닌 것이다. 네가 그것 자체가 되지 않고서, 네가 진정 한 그루의 대나무가 되지 않고서 어떻게 대나무를 그 내면으로부터 알 수 있겠느냐?”
십년 동안이나 기울여온 제자의 노력을 스승은 인정하려고 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 제자는 숲으로 가서 자취를 감추어 버렸다. 대나무 숲 속으로 사라진 것이다.
그 후 삼 년 동안 그 제자에 대해서는 아무런 소식도 들려오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부터인가 그가 정말로 대나무가 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이제 그 제자는 그림을 그리지 않고, 단지 대나무와 함께 살고 대나무와 함께 서 있었다. 바람이 불어와 대나무가 춤을 추면 그 역시 더불어 춤추었다. 새들이 대나무 위에 와 앉아 지저귀면 그 또한 한 그루의 대나무로서 새를 느꼈다.
스승이 그를 만나러 갔다. 그 제자는 정말 한 그루의 대나무가 되어 있었다.
스승이 말했다.
“이제 대나무와 너에 대한 것을 모두 잊어라.”
그러자 제자가 말했다.
“스승님은 저에게 대나무가 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 말씀을 따라 노력한 결과 저는 이제 대나무가 되었습니다.”
그러자, 스승은 말했다.
“이제 그것 또한 잊어라. 이제 그것이 유일한 장애물이기 때문이다. 깊은 내면의 어딘가에는 너는 아직도 분리되어 있고, 네가 대나무가 되었다는 것을 의식하고 있다. 그러니 너는 아직 완전한 대나무가 아니다. 대나무는 자신이 대나무라는 사실을 의식하지 않는다. 그러니 그것을 잊어라.”
그 후 다시 십 년 동안 대나무는 한번도 입에 오르내리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스승은 제자를 불러 말했다.
“이제 너는 비로소 대나무를 그릴 수 있게 되었다.”
 
처음에는 대나무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는 대나무가 된 것조차 잊어라.
그리하여 그대는 완전한 한 그루의 대나무로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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