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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추석을 위한 '부부 십계명'

행복한 추석을 위한 '부부 십계명'
[오마이뉴스 이의준 기자]추석이다. 설과 더불어 일년 중 가장 큰 대목의 하나이다. 백화점과 시장에서는 “명절 대찬치”라며 분위기를 띄우고 있고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말이 있지만 이도 옛말이 되어가는 것 같다. 많은 언론과 잡지 등에서는 여성의 엄청난 가사노동과 추석 스트레스 증후군을 부각시키기에 여념이 없다.
 
글쎄 과연 추석이 우리들에게 그토록 견디기 어려운 고통을 주는 것일까? 사실 추석은 어떤 자세로 참여하는가에 따라 그 의미가 크게 달라진다고 생각된다. 우리들의 추석을 힘들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한번 냉정하게 생각해 보자.

우선 추석증후군이니 스트레스니 하는 말부터 하지 않았으면 한다. 언제부터인지 추석이 가까워 오면 마치 '추석'이란 괴물과 전쟁이라도 하는 것처럼 온 나라가 난리다. 추석은 그저 오랜만에 친인척이 만나 조상과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는데 의미를 두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어떠한가.

취업이나 여성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추석스트레스의 원인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것들이다. 경제적 지출, 교통정체, 정신적 부담감, 음식장만 등이다. 이런 것들로 인해 추석이 그리 힘들다면 해법은 의외로 다음과 같이 쉽게 발견될 수 있을 것이다.

추석 때 행복하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친정집은 먼저 해결하라.' 추석 때 시댁으로 향하면서 한 가지 먼저 정리하고 넘어갈 부분이 처가문제이다. 시댁과 처가가 가까이 있다면 모두 시차를 두고 들르면 되지만 처가와 시댁이 멀면 시간적으로 여유가 없을 것이다. 이럴 때는 부부가 사전에 어떻게 할 것인지를 정하라. 전화로 나중에 찾아뵙겠다고 하거나 선물을 미리 준비하거나해서 아내를 안심시키지 못하면 남편에게 행복한 추석이 보장될 수 있을까?

'선물은 금액보다 마음이다.' 추석이면 우리사회는 그야말로 선물대축제가 열린다. 사실 스스로 필요하다기 보다 사회분위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선물 고르는 게 영 쉽지가 않다. 생색나게 하자니 돈이 걸리고 돈을 생각하면 선물이 초라해지니 말이다. 금액이 부담스러우면 주는 사람도 편하게 선물을 전해주지 못한다.

후회하기 싫다면 돈에 맞추어 선물을 사야한다. 특히 고향집에 가면서 차 트렁크에 짐을 가득 싣고 갈 필요는 없다. 추석보너스에 맞추어 그저 큰집에는 만 오천원 짜리 정도의 선물세트를, 조카들은 수 천 원짜리 양말이나 돈 만원이면 족하다. 차례 지내는 비용은 서로 적당히 배분해서 지불하고 가장 고생하는 어머니나 형수에게 살짝 건네는 선물도 굳이 비쌀 필요는 없다. 선물은 가격보다 주는 사람의 부드러운 말과 즐거운 표정이 오히려 값진 것이 아닐까.

'고향으로 가는 길에서 잘 지내자.' 요즘 여러 개의 신설 고속도로가 생겨 예전보다는 고향 가는 교통상황이 많이 좋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힘들고 지루한 것은 사실이다. 문제는 몇 시간 동안 운전하다보면 답답하기도 하고 몸도 피곤해지므로 자칫 사고나 안전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는 추석을 매우 불행하거나 안타깝게 하는 부정적 요인이다. 이를 방지하려면 사전에 차량과 운전자 점검을 하자. 또 좋은 음악을 준비하고 가능하면 남녀가 교대로 운전하며 주기적으로 쉬어가는 것도 필요하다. 교통위반도 기분 나쁜 일이므로 유의하자.

부부싸움은 금물, 무조건 피하자

'부부싸움은 미리 하든지 나중에 하라.' 뜻하지 않은 부부간의 논쟁이나 심지어 싸움도 종종 벌어진다. 아마 많은 부부들이 이런 경험을 한 적이 있을 것이다. 추석 하루이틀 전이나 당일 날의 부부싸움으로 인해 결국 찌푸린 얼굴로 어른들을 뵙는 결과가 발생한다. 참 조심해야할 사항이다. 특히 시댁(처가)이야기나 시댁(처가)식구이야기는 추석에 임박해서 가급적 하지말자.

'추석차례준비는 피하지 말고 돌파하자.' 추석이 되면 대규모의 친인척이 모두 모인다. 그러다 보니 할일도 많고 봐야할 사람도 많다. 물론 하기 싫은 일도 많고 보기 싫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우리가 살면서 보고 싶은 사람만 보고, 하고 싶은 일만 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항상 추석을 힘들게 하는 것은 있기 마련이지만 조상에게 떳떳하고 자식에 덕이 된다고 생각하면 못할 것도 없다. 이를 위해서는 추석 전에 미리 예상되는 문제를 살펴본다. 예를 들면 동서 간에 돈이나 부엌일 분담 문제, 아이 문제, 시어머니의 언짢은 말씀이나 행동 등이 불화의 원인이므로 이런 말에는 아예 개입하지 않거나 대응하지 않겠다고 생각하면 좀 나아질 것이다.

'일은 요령껏 해라.' 추석이면 음식장만에 골병이 들 지경이다. 남자인 내가 봐도 밤늦게까지 지지고 볶고 끊이는데 영 힘들어 보인다. 밤이나 과일을 깎거나 송편도 만들며 지원하지만 그리 쉽게 끝나지는 않는다.

언젠가 어머니에게 모든 것을 집에서 만들 필요는 없지 않느냐고 했다가 크게 혼난 적이 있다. 그러나 여러 번의 시도로 수년이 지난 지금 송편이나 생선전 등 일부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은 주문해서 마련하고 있다. 일하기 싫다고만 할 것이 아니라 안하면 어떻게 할 것인지 대안이 있어야한다.

'차례상 음식만 준비해라.' 추석 마지막 날이면 남은 음식을 싸서 보내느라 어머니들은 바쁘다. 이 봉지 저 봉지 과일이나 나물, 생선전 심지어 반찬까지 싸서 챙기는 어머니들과 “됐어요, 두고 드세요”라며 이리저리 피하는 자식들의 모습은 매년 재현된다. 몇 시간 운전해서 집에 돌아오면 그중 몇 가지 음식은 상하기 마련이다.

음식장만도 최근에는 차례상에 오를 정도만 하고 그 외에는 평상시의 식사로 대체하였는데 가사노동이 크게 줄고 돈과 시간절약, 아파트내의 기름 냄새와 열기 등이 훨씬 줄어 분위기 개선에 크게 작용하고 있다.

여자는 일하고 남편과 시댁식구끼리 고스톱?

'남자들 할일도 많다.' 추석하면 으레 여성들 특히 며느리들만 허리가 휘도록 일을 한다고 아우성이다. 점차 개선되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간과할 수 없는 일이다. 시어머니들도 며느리 눈치가 보인다며 불편한 심정을 호소하고 있다. 남자들이라 해서 예외는 아니다.

남자들도 장시간 운전하고 와서 이 눈치 저 눈치 보랴 바쁘긴 마찬가지다. 그래도 열심히 깎고 자르고 청소하라. 특히 우는 아이 달래거나 밖에 데리고 나가 노는 게 필요하다. 아니면 “수고가 많네. 도와줄 거 없나요”라고 서성거리거나 여성들 위로라도 열심히 해야 하지 않을까?

'입장을 바꿔서 생각하자.' 추석은 짧은 기간이기는 하지만 여성들에겐 시집살이의 훈련장이다. 시부모님과 시댁형제와 조카들, 주변 친인척이 총집합하다보니 말도 많고 탈도 많을 수밖에 없다. 그러니 자칫 여성들에게 못마땅한 일이 생길 확률이 높다.

특히 젊은 며느리들은 심리적으로 익숙한 사람이 남편밖에 없다. 남편들은 여성이 소외감을 느끼지 않게 배려해야 한다. 특히 여성들은 일하는데 시댁식구끼리 TV를 보거나 화투치며 떠들고 웃고 하지 말자.

'말은 적게, 들은 말은 못들은 척 하자.' 사람이 여럿 모이면 이런 저런 말이 나오게 마련이다. 이때 어떻게 대응하는가가 중요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남에게 불리한 말은 하지 않고 나에게 불리한 말은 직접 당사자가 하지 않았다면 못들은 것과 마찬가지로 생각하자. “누가 ㅇㅇ라고 하던데”에 너무 신경을 써서 기분이 상할 필요는 없다. 말은 어떤 형태로든 떠돌아다닐 수 있으므로 사실과 다를 수 있음을 이해하면 된다.

추석이 힘들다 어렵다 하지만 매년 반복되고 있다. 예전 같지 않다지만 우리의 자녀들은 보고 배우고 있다. 글쎄 수십년 후엔 어떨지 모르지만 그때는 그때대로의 모습으로 추석이 존재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행복한 (아니 덜 불행한) 추석을 보내는가 하는 것이다. 그것은 우리 스스로 어떻게 추석을 지내는가의 역량에 달려있지 않을까.

/이의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