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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익한 거리

매운 맛의 비밀..'엔돌핀이 줄줄'

매운 맛의 비밀…엔돌핀이 줄~줄
신진대사 촉진 역할 스트레스 해소 돕고 비만·감기예방 효과

[조선일보 이지혜 기자]
매운 맛으로 승부를 건 음식점들이 호황을 구가하고 있다. 입에서 불이 날 정도로 맵다는 ‘불닭’의 인기는 여전히 뜨겁고, 길거리 포장마차에서 파는 떡볶이나 닭꼬치 등도 요즘은 눈물 콧물 쏙 빼놓을 정도로 맵다. “요즘처럼 어렵고 스트레스 많은 시절엔 스트레스를 한방에 날리는 자극적인 음식을 찾게 된다”는 게 음식 장수들의 한결같은 경험칙(經驗則)이다. 그래서일까. ‘오징어땅콩’ ‘새우깡’ 등 과자들도 ‘매운 맛 버전’을 내놓았고, 외국계 외식업체까지 가세해 고추장과 김치를 첨가한 ‘매콤한’ 피자와 햄버거로 불황 타개를 꾀하고 있다.



■매운 맛은 통증이다

우리 혀가 기본적으로 느끼는 맛은 달고, 시고, 쓰고, 짠 네가지 맛이다. 혀에 분포하고 있는 각기 다른 미각(味覺)세포에서 이 네 가지 맛을 감지하고 구분한다. 하지만 매운 맛은 아픔을 느끼는 통각(痛覺)세포가 담당한다. 맛이 아니라 통증인 셈이다. 통각세포는 피부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으면서 온갖 종류의 통증을 감지하는데, 매운 맛도 일반적인 통증이 전달되는 것과 똑같은 경로로 대뇌에 전달된다.



■무의식적 충동 해소 시켜

입안이 화끈거리고 속이 쓰릴 정도로 매운 음식을 땀 뻘뻘 흘리면서 먹고 나면, 머리도 맑아지는 것 같고 스트레스도 확 풀린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실제로 매운 맛이 입 안 통각세포에서 감지돼 ‘아픔’의 일종으로 대뇌에 전달되면 대뇌에서는 이 통증에 대응하기 위해 자연 진통제인 엔돌핀을 분비하도록 명령을 내린다. 펜실베이니아대 폴 로진 교수는 “엔돌핀이 분비되면 어느 정도 스트레스가 풀리는데, 바로 이런 효과 때문에 자꾸 매운 음식을 찾게 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서울아산병원 정신과 유한익 교수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스스로를 자극하려는 성향이 나타나는데 이런 무의식적 충동을 매운 맛이 어느 정도 해소시켜 준다는 게 정신과적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스트레스와 무관하게 매운 맛을 새롭게 가미한 상품들이 색다른 맛에 대한 사람들의 욕구를 충족시켰기 때문에 매운 맛이 유행한다고 풀이하는 의사들도 있다.



■알리신 성분이 살균·항균작용

매운 맛을 내는 대표적인 음식은 고추다. 고추의 매운 맛 성분은 ‘캡사이신’인데 신진대사를 촉진해 기초대사량을 늘리고 지방 분해를 촉진한다. 강남베스트클리닉 이승남 원장은 “매운 음식을 먹고 땀을 뻘뻘 흘리게 되면 그만큼 열량 소비도 늘어나 비만 예방에도 효과가 있다”며 “고추에는 비타민C도 풍부하므로 원기 회복과 감기 예방 효과도 크다”고 말했다. 한편 마늘의 매운 맛은 ‘알리신’이라는 성분 때문인데, 살균·항균작용이 강하고 혈액 순환을 원활하게 하며 소화를 촉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위 점막을 자극해 속이 쓰리고 아리게 하므로 지나치면 좋지 않다.



■매운 맛의 한의학적 설명

한방에서는 매운 음식이 열과 땀을 나게 하고 맺힌 것을 풀어주는 발산작용이 있다고 본다. 그래서 울체된 기의 순환을 도와 기 흐름을 원활하게 하고, 기운을 회복하게 해주며, 차고 습한 기운을 몰아내는 데 좋다.
또 발산작용에 따라 우울한 기분을 풀어주는 효과도 있다. 경희의료원 한방재활의학과 송미연 교수는 “실제로 찬 기운이 침범해 생기는 감기 같은 병에는 생강, 파 뿌리 같은 매운 맛의 성질을 지닌 약재가 자주 이용된다”고 말했다. 송 교수는 “하지만 몸에 열이 많은 사람이 매운 음식을 지나치게 많이 먹으면 열독이 쌓여 위장병과 피부병을 일으키며, 특히 열이 많은 체질의 임신부가 매운 음식을 너무 자주 먹으면 태어난 아기가 태열에 시달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지혜기자 [블로그 바로가기 wigrac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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