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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라

[송미정의 러브] 이성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라
작년 여름, 32세의 한 여성이 찾아왔다. 바쁘게 사회생활 하느라 지금껏 뜨거운 연애 한번 못해봤지만, 그간 주위 친구들이나 어른들의 수많은 조언으로 이론만은 연애박사 수준이었다. 이상형을 묻는 질문에 여러가지 까다로운 조건들을 얘기했는데 그 중 가장 심각했던 것은 이런 요청이었다.

“여자형제 없는 집안의 남자를 만나고 싶어요. 결혼 후 시누이들과의 갈등은 부담스럽거든요. 장남도 싫고 외아들도 안되고요…”

‘아들’을 낳아야 한다는 압박감에서 해방될 수 있고, 며느리를 딸처럼 생각하는 시부모님의 사랑을 듬뿍 받을 수도 있을 거란 생각에 많은 여성 회원들이 ‘남자 형제만 있는 집안의 남자’를 찾곤 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고민 끝에 여성 회원을 설득하기로 마음 먹고, “여자 형제가 있는 집안은 정이 많아요. 시부모님도 시집간 딸 생각에 며느리를 각별하게 생각할 거구요. 반드시 남자 형제들만 있는 집이 좋은 건 아닙니다. 시누이와의 갈등보다 동서간의 갈등이 더 심각하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고요. 다시 한번 생각해보세요.”

이렇게 한참을 설득한 뒤, 며칠 지나지 않아 여성 회원은 여자 형제가 있는 집안의 차남인 남성과 만남을 가졌다. 그리고 몇 개월 후, 신혼 여행을 잘 다녀왔다며 내게 전화를 걸어 시누이들이 정말로 잘해 준다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한편 “촌스러운 남자는 싫어요. 세련된 남자를 소개해주세요”했던 여성 회원이 있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을 해보자. 세련된 옷을 입는 남성 뒤에는 더 세련된 감각을 지닌 시어머니가 계시다는 것을…. 한창 출근 준비에 바쁜 시간에 양말부터 넥타이까지 맞춰서 입을 수 있는 것은 어머니의 깐깐한 손길이 있기 때문이다. 세련된 남성을 원한다면 까다로운 시어머니께 맞출 각오도 단단히 해야 한다.

반대로 수더분한 남성이라면 자신의 촌스러움을 인정하고 여성의 세심한 손길과 센스를 기다리며 고분고분 받아들일 것이다. 따라서 정말 자신의 센스와 감각을 발휘하고 싶다면, 오히려 다듬어지지 않은 남자를 선택하는 게 좋다. 본인의 세련된 감각으로 얼마든지 남성을 멋지게 변신시킬 수 있으니까 말이다.

사람들이 붐비는 놀이 공원에서 길게 늘어서 있는 줄 뒤에 서성대고 싶지않다면 왼쪽에 있는 놀이기구로 가라는 말이 있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대개 오른쪽으로 향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또 머리를 망치고 싶지 않다면 머리 모양이 제일 나쁜 헤어 디자이너를 고르라고 한다. 왜냐하면 헤어 디자이너들은 서로 머리를 만져주기 때문이다.

자신의 이성관에 과감한 변화를 주는 것은 자존심 상하는 일이 아니다. 줏대가 없는 것도, 눈이 낮아진 것도 절대 아니다. 어찌 보면 그것은 유행처럼 획일화되어 있는 이성에 대한 편견과 고정관념을 깨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