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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망증? 치매?

건망증? 치매?
 
[한겨레] [몸살리기]

▣ 전세일/ 포천중문의대 대체의학대학원 원장
사람이 무엇인가를 기억할 수 있다는 것은 큰 축복이다. 그러나 잊어버릴 수 있다는 것은 더욱 큰 축복이다. 기억은 필요한 정보를 저장해두었다가 필요할 때 꺼내어 쓸 수 있다는 점에서 축복이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늘 보고 듣고 경험하는 것을 몽땅 기억하는 것은 힘겨운 일이다. 때로는 우리를 병들게 할 것이며 생명까지도 위협할지 모른다. 적당히 잊어버리는 것은 우리의 건강 유지를 위해 반드시 있어야 하는 생리기전이다. 그래서 잊어버릴 수 있음을 더 큰 축복이라고 했다. 물론 적당히 잊어버릴 때 한해서 하는 말이다.

보통 이상으로 잊어버리는 증세를 ‘건망증’이라 한다. 필요한 정보인데도 때때로 잊어버리는 건망증은 정상인에게도 생길 수 있고 환자에게도 생길 수 있다.

신체적으로 건강하더라도 기본적인 운동이 부족한 사람, 혈액 순환이 잘 안 되는 사람, 의식의 집중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에게서 건망증이 더 잘 생긴다. 최근 스웨덴의 한 연구팀은 “치아가 없는 사람들의 기억력이 치아가 있는 사람들의 기억력보다 훨씬 나쁜 것으로 나타났다”는 연구결과를 밝혀 ‘이를 뽑으면 기억도 뽑힌다’는 느낌을 주었다. 어떤 사람들은 건망증이 혹시 치매가 아니냐고 걱정한다. 그러나 건망증이 곧 치매는 아니다. 다만, 치매 증상 중 하나일 뿐이다. 소변을 보고 난 뒤 지퍼 올리는 것을 잊어버리면 치매 경증이고, 소변 보기 전에 지퍼 내리는 것을 잊어버리면 중증이란다. 물론 이건 농담이다. 치매는 병이다. 여기에 치매에 대한 진지한 정보를 소개한다. 최근 미국 알츠하이머협회는 10가지 치매 지표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아래의 증상을 가진 사람은 치매이거나 치매로 가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①집으로 가는 길을 잃거나 직장 근처에서 사무실을 찾느라 헤맨다. ②약속을 까맣게 잊고 그 사실도 생각나지 않는다. ③아이를 업은 채로 셔츠를 몇벌 겹쳐 입는다. ④은행에서 비밀번호를 기억하지 못하고 출금방법을 몰라 쩔쩔맨다. ⑤다리미를 냉장고 안에 집어넣거나 커피통에 손목시계를 둔다. ⑥요리 순서를 기억 못하고 자신이 요리를 준비한 사실조차 잊어버린다. ⑦대화 중에 전혀 엉뚱한 단어를 사용한다. ⑧감정이 급격하게 변하면서 통곡하거나 격렬히 화를 낸다. ⑨대인관계를 기피하거나 남을 많이 의심한다. ⑩무기력증에 빠져 누군가 북돋아줘야만 일을 하게 된다.’

바쁘게 일을 많이 하고, 머리를 많이 쓰고, 또 스트레스를 많이 받더라도, 그 때문에 속상하지만 않으면 치매가 찾아오는 속도는 아주 느리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