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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우리는 생리한다]3. 일회용 생리대 간편함 대신...

여성단체, “일회용 생리대 성분 검증돼야.”
여성 60%, 따가움과 가려움증에 시달려
미디어다음 / 심규진 기자
여성의 몸과 환경에 좋은 대안 생리대 운동을 펼치고 있는 느림(필명)씨.
"많은 여성들이 일회용 생리대를 쓰면서 질염과 가려움증 등 각종 질환에 시달리고 있어요. 그런데 우리가 만든 면 생리대를 쓰면서부터는 피부병도 없어지고, 냄새도 안 나고 생리통까지 없어졌다고들 해요. 일회용 생리대 만드는 회사와 식약청은 일회용 생리대가 인체에 유해하다는 구체적인 근거를 내 놓으라고 하죠. 그런데 그런 주장은 맥도날드사가 소비자들에게 햄버거가 왜 몸에 안 좋은지 근거를 대라고 하는 것처럼 허구적인 논리에요. 여성들의 몸이 일회용 생리대가 나쁘다고 말하고 있고 면 생리대가 더 좋다는 증거들을 내 놓고 있는데 과학적인 증거를 대라는 것은 억지에 불과하죠.”

'피자매연대’에서 활동하고 있는 ‘느림’(필명)씨는 에코 페미니즘(ecofaminism, 환경운동과 여성해방운동의 사상을 통합한 생태여성론)에 입각해 대안생리대 운동을 펼치고 있다. 그는 환경을 파괴하고 인체에 유해한 화학 물질을 쓰는 일회용 생리대의 대량 생산을 거부하고 직접 만들어쓰는 면 생리대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편리한 일회용 생리대, 여성 건강의 적?
60%, 일회용 생리대 때문에 피부 질환 걸렸다.
 
일회용 생리대 세부 구성물 및 성분 [출처=여성민우회]

우리나라에 일회용 생리대가 보급된 것은 1970년대부터. 출시하자마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일회용 생리대는 기존 면 생리대의 두터움과 빨래의 불편함으로부터 여성들을 해방시켰다. 그러나 편리함에는 대가가 따르는 법. 화학성분으로 만들어져 통풍이 잘 되지 않는 일회용 생리대는 피부염과 알레르기 등 각종 여성질환의 주범이다. 일회용 생리대는 표지와 흡수제, 방수막으로 구성돼 있다. 표지에는 레이온 식물섬유와 인조 섬유, 흡수제에는 고분자 습수제가 쓰인다. 방수막에는 필름 류의 화학 성분이 들어간다.

실제 한국여성민우회가 지난 2000년 716명의 여성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429명(59.9%)이 "생리대 사용으로 인해 피부질환, 가려움증 등의 후유증을 겪은 적이 있다”고 답변했다. 이 가운데 316명은 가려움증, 41명은 피부질환을 호소했다. 여성민우회는 “캐나다 의학협회 저널의 한 보고서는 생리대 표면커버에 사용되는 프라스틱(Dry Weave Plastic)에 의해서 알레르기 증상, 피부염이 나타나는 것으로 추정한 바 있다”고 밝혔다.


여성단체, 환경 호르몬 등 유해물질 발생 의혹 제기
미국 FAD, "탐폰은 독성쇼크 증후군과 연관있어"
[출처=여성민우회 홈페이지]

우리나라 여성들은 다른 나라에 비해 특히 얇은 생리대를 좋아한다고 알려져 있다. 겉옷을 입었을 때 ‘티’가 나지 않는 제품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얇은 생리대일수록 흡수력을 높이기 위해 더 많은 화학 제품을 써야 한다는 사실을 아는 여성들은 별로 없다.

"월경 페스티벌에 오신 분 중에 70년대부터 아이를 받아오신 30년 경력의 조산사 분이 계셨어요. 그 분이 저희가 만든 면 생리대 만드는 것을 보시면서 ‘일회용 생리대는 정말 문제가 많다‘고 하시는 거에요. 수 십년간 아이를 받아오셨는데 일회용 생리대가 나오고 나서부터는 부인병이나 질염에 걸려 아이낳을 때도 고생하는 여성들이 많아졌대요. 면 생리대 쓰던 시절에는 그렇지 않았다는 거에요.”

느림씨는 “국내에서 생산되는 대부분의 생리대에서 환경호르몬이 검출된다고 알려져있다”면서“생리대 제조회사에 정확한 성분을 물어봐도 제조 비밀이라고 함구하기 때문에 사실상 일회용 생리대가 어떻게 얼마나 인체에 유해한지는 아무도 모르는 실정”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또 “생리대가 하얀 색이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은 여성은 깨끗하고 순결해야 한다는 사회적 인식과도 연관이 있다”며 “생리대를 하얗게 만드는 염소 표백제가 인체에 유해한 다이옥신을 발생한다는 것을 미국 FDA도 인정한 바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다이옥신이 자궁 내막증(자궁 안에 있어야만 하는 자궁내막 조직이 자궁 이외의 난소나 방광·장·복막·골반 등에 증식하는 질병. 생리 주기에 따라서 작용하여 월경통·성교통·불임의 원인 됨)의 요인이 된다고 보고 있다.

그런가 하면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시장 점유율이 60%가 넘는 삽입용 생리대인 ‘탐폰’은 독성쇼크증후군과의 관련성이 구체적으로 입증된 바 있다. 독성 쇼크 증후군(TSS)은 박테리아가 만들어낸 독소가 혈관으로 흡수돼 면역 체계를 붕괴시키고 주요 장기 등을 공격한다. 심하면 간장, 허파 등에 이상이 오고 심장 마비로 사망할 수도 있다. 미국 FDA는 독성 쇼크 증후군에 대해서 보고된 사례의 절반 이상이 탐폰 사용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인정하고 있다. 영국과 미국의 시민단체들은 탐폰이 출시된 이후 독성 쇼크 증후군에 의해 사망까지 이른 사례는 수 십건이 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생리대 제조사, "유해물질 검출 안 돼. 임상 실험 방법은 회사 기밀"
이 같은 문제제기에도 불구하고 식약청의 태도는 ‘제조사에서 알아서 하라는 식’에 불과하다는 것이 여성단체들의 불만이다. 여성민우회 등 여성단체들은 일회용 생리대의 안전성 문제를 다루는 규정은 식약청 고시인 '의약외품에 관한 기준 및 시험방법’이 유일할 뿐 건강상의 위험을 합리적으로 검증하기 위한 구체적인 규정이 거의 없다고 지적한다.

식약청과 생리대 회사들의 입장은 패드형 생리대의 유해성은 구체적으로 검증된 바가 없다는 것이다. 과거 표백용 염소에서 다이옥신이 검출됐던 것은 사실이지만 기준치에 미달하는 측정할 수 업을 정도의 극미량일 뿐 아니라 그마저도 기술이 발달한 요즘은 전혀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 가려움증이나 피부염 등의 질환에 대해서도 자체적인 임상 실험을 거쳐 안전성이 입증됐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한국피앤지 최병우 홍보본부장은 “일회용 생리대는 의약부외품으로 지정돼 식약청의 엄격한 관리를 받는다”며 “식약청에서 지정하는 유해 화학 성분은 쓸 수 없도록 되어 있다”고 말했다. 최 본부장은 또 “수 년 전이라면 모를까 현재 국내에 수입되는 생리대의 원재료인 펄프는 전혀 다이옥신이 발생하지 않는다”며 “가려움증 등 알레르기 반응은 개인의 체질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제품에 하자가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임상실험을 통해 안전성을 테스트하는지 묻자 최 본부장은 “구체적인 테스트 방법은 회사마다 기밀 사항이기 때문에 밝힐 수 없다”고 답했다.

일회용 생리대에 사용되는 화학성분이 인체에 어떤 해를 입히는지는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여성단체들은 연구 조사 인력과 자금 등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한 준비 기간을 거친 뒤 일회용 생리대의 안전성 문제를 다시금 공론화할 계획이다.

어쨌든 건강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생리대 또한 일회용 보다는 면 생리대가 안전하다는 것이 상식이 되고 있는 것 만은 분명하다. 한의사 이유명호씨는 “화학 성분의 일회용 생리대는 통풍이 되지 않아 질염, 피부질환 등을 일으키는 주범 ”이라면서 “면 생리대를 쓰면 이런 증상들을 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유씨는 또 “생리대 뿐 아니라 생리혈이 새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몸에 꽉 죄는 팬티나 철심이 포함된 브래지어, 스타킹 착용 등도 통풍을 막고 혈액 순환을 저하시켜 여성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