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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이야기

수레 만드는 자의 지혜


나라의 가장 높은 지위에 있는 환공이 어느날 방에서 책을 읽고 있었다.
그때 마침 수레 만드는 목수인 윤편이라는 자가 뜰에서 수레바퀴를 깍고 있었다.

윤편이 문득 망치와 끌을 내려놓고 일어나더니 환공에게로 와서 물었다.
"좀 여쭈어 보겠습니다만, 왕께서 지금 읽고 계시는 것은 무엇입니까?"
환공이 대답했다.
"성인(聖人)들의 말씀이다."
윤편이 다시 물었다.
"그러면 그 성인들은 살아 있습니까, 죽었습니까?"
환공이 대답했다.
"오래전에 죽었다."
그러자 윤편이 말했다.
"그렇다면 왕께서 읽으시는 것은 옛사람이 남긴 찌꺼기이군요."
환공이 화가 나서 말했다.
"수레 만드는 목수인 주제에 네가 무엇을 안다고 떠드는 것이냐? 네가 지금 한 말에 대해 이치에 닿는 설명을 하지 못하면 목숨이 없어질 줄 알라."

그 수레 만드는 자가 말했다.
"저는 어디까지나 제 일에서 얻은 경험으로 미루어 말한 것뿐입니다. 수레바퀴를 깎을 때 너무 깎으면 헐렁해서 쉽게 빠져 버립니다. 또 덜 깎으면 조여서 들어가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더 깎지도 덜 깎지도 않게 적절히 손을 놀려야 합니다. 그래야만 바퀴가 꼭 맞아 제가 원하는 대로 일이 끝납니다.
그러나 그 기술은 손으로 익혀 마음으로 짐작할 뿐 말로는 설명할 수 없습니다. 저는 그 요령을 심지어 제 자식놈에게 조차 가르쳐 주지 못하고 있으며 자식놈 역시 저에게서 배우지 못하고 있는 터입니다. 그래서 이렇게 나이 일흔이 넘어서도 저는 제 손으로 수레바퀴를 깎고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옛날 성인들도 마찬가지로 자신들이 진정으로 깨친 사실을 아무에게도 전하지 못한 채 죽어갔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왕께서 지금 읽으시는 그 글이 그들이 뒤에 남기고 간 찌꺼기가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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