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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 14일만에 하나꼴 소멸

<해외화제> 언어 14일만에 하나꼴 소멸
(런던=연합뉴스) 이창섭 특파원
세계화와 통신기술의 급속한 발달로 전 세계의 언어 수가 14일만에 하나 꼴로 소멸하고 있다고 영국의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29일 보도했다.

잡지는 인류 역사를 통해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언어가 탄생과 성장, 소멸을 반복해 왔지만 흔적을 남긴 언어는 극소수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고대 언어들 가운데 수메르어, 마야어, 에트루리아어 등은 문자 기록을 남겼지만 사어(死語)가 됐고, 방대한 문자 기록을 남긴 라틴어와 산스크리트어, 고대 그리스어는 전혀 다른 언어로 발전했다.

언어학자들에 따르면 지구의 인구가 500만~1천만명 정도였던 1만년 전에는 약 1만2천개의 언어가 사용됐다.

고립된 생활을 하던 수렵시대가 끝나고 농경생활이 시작되면서 언어의 수는 줄어들기 시작했고 최근 몇 세기 동안 진행된 식민지배, 산업화, 교역의 확대, 의무교육제도의 확산은 소수 언어의 무더기 소멸을 가져왔다.

지금까지 살아 남은 인류의 언어는 약 6천800개. 그러나 이 마저도 최근의 세계화와 통신기술 발달, 이로 인한 영어, 스페인어, 중국어 등 지배적 언어의 세력 확장으로 급속히 소멸 위기를 맞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6천800개의 언어 가운데 이미 400개가 극소수의 노인들만이 사용하는 소멸 직전의 언어가 됐다고 전했다. 카메룬의 `부수우(Busuu)'어는 8명, 멕시코의 `치아파네코(Chiapaneco)'어는 150명, 미국의 `리판 아파치(Lipan Apache)'어는 2~3명이 사용하고 있고 호주의 `와드지구(Wadjigu)'어는 사용자가 한 명이거나 없는 상황이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약 3000개의 언어가 어른들만 사용하고 어린이들은 더 이상 배우지 않는 `소멸 위기'에 직면한 언어로 분류돼 있다는 점이다.

이코노미스트는 14일만에 하나 꼴로 소수 언어가 사라지고 있으며 비관론자들은 100년 후에는 전체 언어의 90%가 사라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낙관론자들은 지속적인 보호 노력으로 절반 정도는 보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하고 있다.

lc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