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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진 “천성산 관계자들, 지율 스님 치료받도록 도와달라”


이석현 동국대 일산병원 원장(가운데)이 지율스님의 상태를 설명하며 관계 기관과 인사들에게 최소한의 치료를 받게끔 설득하는데 도움을 달라고 간곡히 호소하고 있다. ⓒ2006 데일리서프라이즈 이응탁 기자
지율스님이 입원 중인 동국대학교 일산병원의 의료진은 20일 기자회견을 갖고 지율스님의 단식과 관계된 기관이나 인사들에게 스님이 최소한의 치료라도 받도록 설득하는데 도움을 달라고 간곡하게 호소했다.

이석현 병원장은 “(현재 스님의 상태는) 이제 정말로 인간이 처할 수 있는 한계상황의 맨 끝점에 와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이번 주말이 염려된다”고 말했다.

이 병원장은 “어제 오후 상태가 비관적으로 판단돼 중환자실로 옮기고 수액 치료도 시도했으나 스님이 거부해 장비는 놓아둔 채 의료진은 철수 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스님은 원치 않는 치료를 한다면 물도 거부할 뿐만 아니라 침대에서 굴러 떨어지겠다고 까지 했다”고 전했다.

이 병원장은 이어 “스님의 현재 상태에서 강제 치료는 바로 불상사로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병원장은 “우리 의료진은 사회에 대해 호소하고자 한다”며 “지율 스님이 목숨을 걸고 밝히고자 하시거나, 얻고자 하시는 것에 관계된 기관과 인사들이 나서서 설명하시고 잘못한 것이 있으면 사과해 달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직접 면담은 어려운 상황이니 성명서를 발표하거나, 기자회견을 해서라도 매듭을 하나 풀어 달라”며 “그렇게 해 준다면 우리 의료진이 스님께서 최소한의 치료라도 받도록 설득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지율스님의 체중은 지난 16일 발표 때의 28.3kg보다 1.2kg이 더 감소한 27.1kg이라고 의료진은 밝혔다.

이 병원장은 지율 스님의 상태를 “초인적인 의지로 애써 생사의 갈림길에서 균형을 잡고 있는 것”이라며 “의료진은 얇은 얼음이나 유리를 들고 있는 상황”이라고 비유했다.

김영권 중환자실장은 “맥박수가 입원시보다 빨라졌다”며 “조금의 움직임에도 맥박수가 110~120회까지 올라간다”고 설명했다.

김 실장은 이어 “이대로 지속되면 사망을 피할 수 없거나 위급한 상태에서 치료를 시작할 경우에는 소생이 안되거나 영구적 장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지율 스님이 오늘 아침 간호사의 질문에 간단히 대답도 했지만 오전 10시경 부터는 간호사의 질문에 검지 손가락으로 입을 가리는 표시를 해 그 다음부터는 대화가 안된 상태”라고 덧붙였다.

“지율 스님, 브레이크 없이 낭떠러지로 행하는 차와 같다”

‘누가 어떻게 설명하고 사과해야 하나’라는 질문에 이 병원장은 “자신은 의사로서 사회에 호소하는 것”이라며 구체적 답변을 피하는 대신 “지율 스님이 쓴 ‘초록의 공명’에 스님이 할 말이 요약돼있다”고 답했다.

기자회견에 동석한 동국대 정각원 원장 진월 스님도 “지율 스님이 지금까지 5번에 걸쳐 350여일에 가까운 단식을 한 과정과 천성산 문제 발단부터 일련 과정이 이 책에 나와있다”면서 “왜 매번 단식을 하게 됐는가 하는 긴긴 사연이 정리 돼 있다”고 말했다.

진월스님은 “몸뚱이를 차라고 하고 마음을 운전사라고 한다면 지율스님은 지금 이미 연료가 다된 차를 몰고 브레이크도 스스로 해체한 채 낭떠러지를 향해 가고 있는 것”이라고 비유하며 “우리가 중간에 헬기나 낙하산 등으로 중간에 개입하지 않으면 그냥 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분이 퇴원하려는 것을 억지로 잡아두고 있다”면서 “어떻게 변화를 가져올 것인가를 여러분이 이해하고, 환경을 조성해 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이응탁 (et-lee@dailyseop.com)기자

[ 기사제공 ]  데일리서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