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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출연 산골부부, 홈쇼핑 무단 인용으로 곤욕

홈쇼핑서 무단 인용, 방송 후유증 앓는 산골부부
“협찬비 얼마나 받았냐” 비아냥 시달려...KBS "강도높은 법적 조치 취할 것"
미디어다음 / 구자홍 기자
지난 1월3일부터 7일까지 5부작으로 방송됐던 KBS 인간극장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에 출연했던 산골부부가 방송이 나간 뒤 후유증으로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방송 이후 유명세를 타게 된 이들 부부의 산골 집으로 전국 각지에서 관광객이 밀려들면서 평화롭게 행복을 만끽하며 살던 두 부부의 삶에 많은 변화가 찾아온 것이다. 방송 직후 며칠 동안은 자신들의 집을 떠나 이웃집에 머물러야 할 정도로 찾아오는 방문객에 곤욕을 치렀다.

방문객으로 생활 리듬이 깨진 것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 이들 부부를 더욱 곤혹스럽게 하는 것은 특정 상품에 대한 ‘협찬비’ 오해를 받고 있다는 점이다. 인간극장 1월 3일 방송분에 이들 부부가 유기농 콩으로 직접 두부를 만들어 먹는 장면이 전파를 탄 게 화근이었다.

'돈벌이 나섰다'는 오해와 비난에 마음고생
방송 이후 산골 부부는 홈쇼핑 광고에 무단 인용되면서 여러 오해와 비난에 시달리고 있다.
현대 홈쇼핑에서 이들 산골부부가 사용한 제품을 판매하면서 인간극장에 방송됐던 부부의 모습을 캡춰 해 반복적으로 보여주면서 쇼호스트의 코멘트와 자막을 통해 "보셨습니까. 1월3일 KBS 인간극장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에서 엘리트 산골 부부가 사용했던 XXXX"라며 이들 부부가 사용했던 제품이라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했기 때문이다.

산골 부부를 인용한 홈쇼핑 방송은 산골부부 이야기가 방송되던 1월 초부터 중순까지 열흘 이상 계속돼 왔다.

홈쇼핑에서 이들 부부를 인용한 광고 방송이 계속되자 인간극장 게시판에는 “산골 부부를 상업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시청자의 비판 글이 올라왔다. 송운용씨는 KBS 홈페이지 인간극장 시청자 게시판에서 “각막한 삶을 떠나 진정한 행복을 찾아 용기 있게 떠나신 분들을 보면서 잔잔한 마음의 평안과 감동을 느끼게 되었다. 그런데 한 홈쇼핑 방송이 나를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며 산골 부부를 제품 판매에 동원한 홈쇼핑 업체를 성토했다. 송씨는 “눈살을 찌뿌리게 하는 홈쇼핑 업체의 행태를 제재할 수는 없을까”라며 개탄했다.

자신들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홈쇼핑 광고에 거론된 산골 부부도 주변의 온갖 억측과 오해에 시달려야 했다. 방송이 한참 지난 1월 중순까지 “협찬비는 얼마 받았느냐”는 질문공세를 받아야 했고, “순수한 줄 알았는데, 배신감을 느낀다”는 오해와 비아냥에 마음고생을 해야했다.

급기야 산골부부는 16일 자신들의 홈페이지를 통해 해명하는 글을 올렸다. 부부는 “홈쇼핑 방송측의 비양심적인 방송으로 돈을 받거나 사전에 양해를 해주었다는 오해를 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접촉한 사실이 없다”고 해명하고 나선 것.

박범준씨는 “방송이 나가는 도중에 ‘홈쇼핑에도 출연했느냐. 협찬비를 얼마 받았느냐’는 질문을 받고 어리둥절했는데, 나중에 모 홈쇼핑에서 우리 얘기를 언급하며 제품을 팔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대기업이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야 할 지 막막했다”며 씁쓸해했다.

그러나 박씨는 “한동안 괜스레 더 큰 오해를 불러일으킬 것 같아 (오해와 비난을) 감수하고 있었지만, 더 큰 문제가 생길 것 같아 대응에 나서지 않을 수 없었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KBS"해당 홈쇼핑에 법적 조치 취할 것", 현대홈쇼핑 "피해갔다면 죄송"
산골부부는 '돈벌이 나섰다'는 비난보다도 '돈 벌었다'는 오해가 생활의 안전을 위협할까 더욱 걱정하고 있다.
부부가 우려하는 것은 방송출연을 이용해 돈벌이를 한다는 비난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광고로 돈을 벌었다’는 오해가 생활의 ‘안전’ 문제로 이어질 수 있음을 더욱 우려하고 있다.

한 때 산골 소녀 영자를 소재로 한 모 CF가 방송된 이후 ‘방송 출연료’를 노린 범죄가 영자에게 닥쳤던 불행한 사건이 이들 부부를 더욱 두렵게 하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이들 부부는 나름대로 자구책을 고민하고 있다.

부부는 “KBS 인간극장팀을 통해 해당 홈쇼핑 업체에 공식적으로 항의하여 사전 양해 없는 판촉 활용을 즉시 중단하고 합당한 사과의 뜻을 표할 것을 요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인간극장을 연출한 임은정 PD는 “홈쇼핑에서 무단으로 출연자를 인용했다는 얘기를 듣고 분개하지 않을 수 없었다. 출연자에게 미리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예방조치를 했어야 하는데, 불필요한 오해를 받게 해 미안한 마음이다”고 말했다. 임 PD는 “KBS 차원에서 문제제기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KBS 김용두 PD는 “시청률이 높은 프로그램의 경우 종종 악용하는 장사꾼들이 있어 왔다. 산골부부 건은 우리가 취할 수 있는 가장 강도 높은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이미 해당부서에서 법적 조치를 밟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현대 홈쇼핑측은 “인간극장 방송을 캡춰 해 사용한 것은 맞다. 산골 부부도 이 제품을 잘 쓰고 있다는 제품 효용성에 초점을 맞춰 순수한 의도로 사용했다”고 해명했다. 홈쇼핑측은 또 “출연자에게 피해가 갔다면 죄송하게 생각한다. 다음 방송부터는 자료화면을 빼고 진행하겠다”며 “필요하다면 해당 부부에게 연락해 사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