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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철 천성산구간 대안노선 있다

“고속철 천성산구간 대안노선 있다”
정부 묵묵부답에 전문가들 새로운 대안 제시
예산과 공기단축 효과까지 기대돼
미디어다음 / 김준진 기자
‘천성산 지킴이’ 지율스님의 단식이 97일째를 맞고 있는 가운데 민간 전문가들이 문제의 천성산~금정산 구간의 새 대안노선을 제시해 눈길을 끌고 있다. 대안노선은 기존 노선에 비해 예산절감과 공기단축의 효과까지 기대된다.

대안노선은 2003년 5월 정부측과 환경·종교단체측의 합의로 구성됐던 ‘노선재검토위원회’ 소속의 기존 민간전문가 6명과 지난해 12월 새로 합류한 토목전문가 1명, 부산환경운동연합 활동가들이 참여해 만들어 냈다. 정부의 직권결정으로 공사가 강행됐던 부분에 대해 노선재검토위가 다소 늦게나마 내놓은 해답인 셈이다.

대안노선은 고속철 구간 가운데 언양-부산 구간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고 있다. 천성산과 금정산을 관통하지 않고 스쳐지나가는 것. 기존 관통노선에 비해 부산까지 추가 소요 시간도 5분에 불과하다. 터널을 뚫으면서 비싼 마감재 등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공사 비용도 최소 3700억원 이상 절약이 가능하다. 공사 구간도 여러 곳으로 나눠 동시에 실시할 수 있어 완공시점도 정부가 제시한 2010년에 보다 1년 빠른 2009년까지 가능하다.

이번 대안노선을 적극 제안한 김좌관(45, 환경공학) 부산카톨릭대 교수와 이유섭(49, 토목구조 기술사) 원공 엔지니어링 대표에게 전화로 설명을 들어봤다. 다음은 그들과 일문일답.

고속철 구간 가운데 논란의 중심에 있었던 언양-부산 구간. 검정색이 기존 안, 왼쪽 빨강색이 새로운 대안으로 제시된 노선이다.[자료=부산환경운동연합]
천성산을 관통하지 않는 새로운 대안노선이라는 게 무엇인가?
김좌관 교수(이하 김교수) : 기존 관통노선이 천성산과 금정산으로 이어지며 31킬로미터에 이르는 두 개의 긴 터널 구간이라면 대안노선은 천성산의 낮은 능선대를 이용하고 금정산을 비껴 돌아 금곡에서부터 현재 경부선을 그대로 사용하는 거다. 기존노선이 ▲경주-울산-천성산(터널)-금정산(터널)-부산역 노선이면 대안노선은 ▲경주-울산-천성산(낮은 능선대, 양산)- 금곡(기존 경부선이용)-부전역 혹은 부산역인 것.

때로는 작은 터널과 교량도 있을 수 있지만 환경파괴라는 측면이나 예산절감 등에서 가장 합리적인 대안이다. 천성산의 옆을 스치듯 지나가면서 일부 산사면을 깎을 수 있지만 이는 녹화작업으로 충분히 복원이 가능하다. 이렇게 하면 기존 노선에 비해 부산역까지 5분 정도 더 걸릴 뿐이다.

이번 대안의 장단점을 말해달라.
이유섭 대표(이하 이대표) : 터널공법으로 할 경우 일반적으로 1킬로미터당 220~230억원, 도심터널은 290억원 정도 든다. 천성산과 금정산처럼 고지대 늪과 계곡이 발달한 산 아래 터널은 지하수 마감을 잘 해야 하기 때문에 우레탄 주입을 하게 되면 그 액수는 훨씬 커진다. 하지만 대안 노선대로 하면 짧은 터널과 교량만 있을 뿐 장거리 터널이 없어져 최소 3700억원 이상 예산이 절감된다.

공사기간의 단축효과도 크다. 터널은 공사구간을 잘게 나눠 동시에 공사하는 게 불가능하지만 지상구간은 동시다발적인 공사가 가능해 공기가 짧아진다. 기존 터널노선은 금정산에서 부산진역까지 약 18킬로미터나 된다. 정부가 2010년을 완공시점으로 잡고 공사를 서둘러 강행하려는 것보다 오히려 한 해 빠른 2009년까지 완공이 가능하다고 보는 까닭이다.

공사에서 중요한 민원문제도 많이 해결된다. 기존 안대로 하면 천성산은 차치하고 금정산 부터 산 넘어 산처럼 민원이 쌓일 게 뻔하다. 금정산의 계곡물과 기존 노선 인근에 있는 동래온천의 물이 마를 가능성이 높고 부산에 진입하면서 유림아파트 등 대규모 거주지 지하에서 울리는 진동으로 인한 민원이 줄을 이을 거다. 새로운 대안대로 하면 금곡부터 단지 전철화된 예전 경부선을 이용하기 때문에 민원의 추가 발생 요소도 없다.

정부의 기존 관통노선은 어떤 장단점이 있는가?
이대표 : 정부의 기존 관통노선은 단지 언양-부산을 잇는 최단 구간이라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터널이 많아 토지보상의 규모가 크지 않고 보상도 이미 완료했다는 것과 본공사를 위한 가설공사가 시작된 시점이라 공사가 조금 더 수월히 진행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라면 장점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토지보상비용을 최대 600억원 정도로 뽑아봐도 차후 대안노선으로 절감하는 비용을 고려하면 정부에게 그리 큰 부담은 안 될 거라고 본다.

무엇보다 부산시내 구간이 28킬로미터인데 범어사 부근부터 18킬로미터에 이르는 터널 구간에서는 개통 후 안전사고라도 발생하면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게다가 터널구간인 천성산과 금정산 인근인 양산과 동래는 활성단층대가 발달해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터널 자체가 불안해질 수 있다는 말이다.

이 같은 대안노선을 왜 2003년 노선재검토위에서 제시하지 않았나?
김교수 : 환경·종교단체에서 추천했던 전문가들 대부분이 환경전문가들이었다. 토목 등에 관련한 전문적인 식견을 가진 분들의 도움을 받기 힘든 상황이었다. 게다가 당시 노선재검토위는 대안제시를 위해 최소 6개월 이상이 걸림에도 불구하고 2개월 안에 부랴부랴 모든 것을 끝내야 했다. 우리측(환경·종교단체추천) 전문위원들이 무언가 만들어내기에는 역부족일 수밖에 없었다. 나중에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금정산공사중지가처분신청을 법원에 내는 일 정도가 가능했을 뿐이다.

당시 노선재검토위에서 검토됐던 대안 가운데 이번 안과 비슷한 것은 없었나?
김교수 : 7개의 기존 및 대안노선도 정부측 전문위원 가운데 한 명이 모두 들고 나왔고 그것을 검토하는 위원회였다. 그 사람은 ㅇ 코퍼레이션 중견 간부였고 기존 노선안 외에 다른 대안들은 조금만 봐도 말이 안 되는 것들이었다. 가령 멀쩡한 인근 공단의 가운데를 통과하거나 지나치게 과다한 공사비용 산정 등으로 누가 봐도 선택할 수 없던 것들이었다.

정부는 기존 노선을 변경하면 최장 7년 이상 공사기간이 더 소요되고 최대 18조원까지 더 비용이 들 수 있다고까지 말하는데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이대표 : 정부가 사기업처럼 움직인다면 도저히 할 수 없는 말이다. 자기 돈으로 공사를 한다면 그런 말을 할 수 없다는 거다. 아니면 우리나라의 토목 설계와 시공 전반에 관한 기술이 그렇게 낙후돼 있다는 말인가? 설계와 시공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면 정부가 예상하는 공사완료 시점보다 한 해 더 빨리 끝낼 수 있다.

이 같은 대안에 동참하며 29일 성명서를 낸 김달수(41) 부산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이 같이 설득력 있는 대안이 나온만큼 정부가 ‘대안이 없다’며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던 태도를 바꿔야 한다”며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대안을 신중히 검토하고 답변하는 정부의 모습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