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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조중동", 단식때는 '침묵', 단식 풀자...

"역시 조중동", 단식때는 '침묵' vs 단식 풀자 '맹비난'
공단측 자료 인용해 맹목적 피해 부풀리기, '27억이 5천억으로'
[프레시안 강양구/기자]지율스님의 1백일 단식 내내 '침묵'으로 일관하던 보수신문들이 일제히 입을 열었다. 지율스님 등의 반대로 경부고속철도, 새만금 간척사업 등이 표류하면서 수조원대의 천문학적 피해가 국민에게 전가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3개월 공사 중단시 실제 손해 27억원이 5천여억원으로"
  
  지율스님 단식 사태 내내 침묵 또는 단식 근황을 감성적으로 보도하는 데 그쳤던 <조선일보><중앙일보><동아일보> 등은 5일 일제히 "국책사업 줄줄이 표류한다, 이해집단 반발로 수조원 국민부담", "'단식'에 밀리고, 법적공방에 휘둘리고 대형 국책사업 '누더기' 우려" 등의 선정적인 제목의 기사와 사설을 쏟아냈다.
  
  이들 신문은 한 목소리로 "지율스님과 시민ㆍ사회단체의 반발로 국책사업이 표류해 국민이 수조원의 부담을 떠안게 됐다"고 지적했다. 특히 천성산 터널 공사가 지연될 경우 최소 수천억원에서 최대 수조원의 손실이 발행해 고스란히 국민 부담이 늘어나게 된다는 주장이다.
  
  이들의 주장은 정부와 한국철도시설공단 자료에 근거한 것이다. 공단측은 1년간 공사를 중단하면 2조5천억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환경영향 공동조사를 위해 3개월 동안 공사를 중단하면 약 5~6천억원의 손실이 생긴다는 주장을 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사실은 다르다. 천성선 터널 논란이 시작된 이래 지금까지 다 합쳐 1년여간의 공사가 중단돼 시공사인 SK건설이 본 피해액은 시공사 주장을 그대로 따르더라도 50억원 정도이다. SK건설은 이번 합의로 3개월간 공사가 중단될 경우 인건비, 임대료, 시설유지비 등을 합쳐 총 한 달에 9억원씩 총 27억원의 손실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50억원이 2조5천억원으로, 27억원이 5~6천억원으로 부풀려진 것이다.
  
  이에 대해 공단측은 반박한다. 자신들이 추정한 공사 중단시 발생할 손실액 2조여원에는 현재 대구까지만 개통된 경부고속철도가 부산까지 개통됐을 경우 얻게될 운영 수익까지 포함한 것이라는 반론이다.
  
  과연 경부고속철도가 개통되면 기대한 대로 이익을 올릴 수 있을까? 현재 상황은 정반대다.
  
  지난 15일 이해찬 총리가 시인했듯, 경부고속철도 사업은 매년 수천억원의 적자가 나는 대표적 '예측 실패 국책사업'이다. 공단은 하루 평균 22만명이 경부고속철을 이용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좁은 의자와 잦은 사고 등으로 실제 이용자는 7만명으로 당초 예상의 30%에 불과해 해마다 수천억원의 적자가 불가피하다. 공사비 또한 당초 5조원이던 것이 18조원으로 3배이상 부풀었다. 부산까지 개통되면 어느 정도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도 있으나, 대규모 적자 발생은 불가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배적 관측이다. 말 그대로 '밑빠진 독'이자, 국민 세금 빨아먹는 하마인 것이다.
  
  이 신문들도 이런 사정을 모를 리 없다. 가장 비판적 보도를 한 <동아일보>조차도 "매우 추상적인 계산 방법이지만 '어쨌든' 국민 한 명당 4만원 가량의 세금이 늘어난다"며 '매우 추상적인 계산 방법'이라는 단서를 달고 있다.
  
  <한겨레>, "국책사업 표류 원인은 다른 데 있다"
  
  이 신문들과 달리 <한겨레>는 이번 사안을 다른 시각으로 볼 것을 주문하고 있다.
  
  이 신문은 1면에 "환경 뒷전, 개발주의 유산"이라는 기사를 통해 대형 국책사업이 표류하고 있는 근본 원인은 "시작 단계에서 환경영향 평가를 제대로 실시하지 않았으며, 정치적 이유로 추진해 사업 타당성에 의문이 제기되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 신문은 또 "국책사업의 환경적, 경제적 오류가 드러났는데도 정부 안에서 이를 바로잡지 못하는 시스템의 한계도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국책사업 시작, 사회적 논란 제기, 갈등 확산 등 모든 단계에서 정부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서 극단적인 저항 행동이나 사업 계속 여부가 사법부의 판단에 좌우되는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시대가 변하는 데도 정치권과 사업자측이 표를 의식한 '정치논리'와 '박정희식 밀어붙이기'로 돌진하다가, 국민과 사법부의 저항에 직면했다는 지적이다.
  
  조중동, 지율스님 유고시 정부에 힘 몰아줬을까
  
  흥미로운 대목은 이같은 <한겨레>의 지적을 조중동도 부분적으로 인정하고 있는 점이다.
  
  <동아일보>는 같은 지면의 한 쪽에서는 "전문가들은 국책사업의 표류 원인이 정부의 밀어붙이기식 추진 방식과 불충분한 사전 준비에 있다"며 "사회가 다원화되면서 환경, 여성문제처럼 종전에 소홀히 여겨졌던 사회적 가치가 새롭게 조명을 받고 있지만 정부는 1970년대의 '개발논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한겨레>와 똑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 신문은 더 나아가 "지난해까지만 해도 국책사업의 환경영향평가는 사업 추진을 전제로 한 '구색 맞추기'에 지나지 않았다"며 "(이 때문에) 사업이 표류하는 사례가 되풀이될 수밖에 없었다"고 덧붙이고 있다.
  
  <조선일보>도 기사의 첫머리를 "환경문제에 대한 정부의 장기적인 평가 시스템 부재와 여론에 대한 안일한 대처, 사회적 합의를 수렴하지 못하는 정부의 무능이 심각한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는 분석으로 시작하고 있다.
  
  <중앙일보>도 마찬가지다. 이 신문 역시 "경부고속철도 사업이 시작되는 데 노태우 정부 당시 정략적인 판단이 컸다"며 "충분한 사전 검토와 당사자들의 합의 도출을 하는 것이 시간이 걸릴지라도 실패 확률이 낮다"는 전문가들의 대안을 소개하고 있다.
  
  이처럼 이들 국책사업 파행의 근원 제공자는 노태우 정권 등 역대 정권임에도 불구하고 조중동은 모든 책임을 지율스님을 비롯한 환경ㆍ사회단체와, 지율스님 단식에 '굴복'한 노무현 정부에게 돌리고 있다. 불과 이틀 전 지율스님 단식 1백일 되던 날만 해도, 지율스님 건강을 더없이 걱정하는 듯한 뉘앙스의 보도를 했던 이들 언론이 말이다.
  
  조중동 논리대로라면 이들은 지율스님 생명이 경각에 달린 단식 1백일째, 노무현 정부는 지율스님에게 유고가 생기더라도 사업을 밀어부쳐야 한다고 주장해야 마땅했다. 하지만 이들은 그러하지 않았다.
  
  만약 이들의 지금 주장대로 정부가 강행 입장을 고수해 지율스님에게 유고가 발생했다면, 과연 조중동은 "노무현 정부, 정말 잘했다"고 힘을 모아주었을까.

강양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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