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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 먹여 살리자고 새만금사업 해야 하나?

"농림부, 공사 먹여 살리자고 새만금사업 해야 하나"
환경운동연합 신임 김혜정 사무총장 인터뷰
미디어다음 / 선대인기자, 사진=김준진 기자
 
 
“새만금 사업은 당초 목표로 한 농지사업의 목적을 달성할 수도 없고, 국가산업단지용도로 개발돼도 개발효과가 30년 후에나 나타나므로 전북경제에 실질적 도움이 안 됩니다. 그런데 정부는 부처 이기주의, 관료주의에 사로잡혀 잘못된 정책을 바로잡을 기회를 차버렸습니다. 전북 경제를 위한다지만 실제로는 전북 경제를 버리는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지난 6일 환경운동연합 출범 이후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사령탑에 오른 김혜정 사무총장을 15일 환경운동연합 사무실에서 만났다. 그는 88년 고향인 경북 울진의 원자력발전소 반대운동에 참여했다가 공해추방운동연합을 거쳐 93년 출범한 환경운동연합에 몸담으며 열성적인 환경운동을 펼쳐왔다.

김총장은 최근 서울행정법원의 새만금 소송에서 승소한 것과 관련, “우리는 새만금 사업이 비경제적이다, 환경을 파괴한다, 전북 경제에 도움이 안 된다는 걸 일일이 다 입증했다”며 “보수 언론이 ‘법원이 환경단체 손을 들어줬다’고 보도하는데 14년 동안 끌어온 사업을 법원이 어떤 성향 때문에 손 들어주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또 ‘사업을 중단할 경우 매일 수억원의 손실이 발생한다’는 농림부의 주장에 대해 “법원이 사업계획을 취소하고 변경하라고 한 거지, 정부가 하고 있는 공사를 중단하라고 말한 게 아니다”며 “하고 있던 사업을 그대로 하면 되는데 무슨 손해를 본다는 것이냐”고 반박했다. 그는 “언론이 그런 진실에 대해 알려고 하지도 않는다”고 언론에 대해서도 불만을 표시했다. 그는 “일부 언론이 국책사업을 중단시킬 만큼 우리 힘이 강하다고 하는데 그건 환경운동이 질적으로 그만큼 성숙한 때문”이라며 “우리의 전문적 논리로 설득해서 승소 판결을 끌어낸 것이지 결코 힘의 논리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김총장은 “앞으로 농림부가 주장하는 대로 농지를 조성하면 5조원정도가 더 들어가고 전북도가 내심 바라는 복합산업단지가 들어서면 무려 27조원이 들어간다”며 “그런데 그 사업이 경제적이지 않다고 판명났다면 그런 사업에 수십 년 동안 돈을 더 쏟아붓는 게 더 비경제적인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그는 더 나아가 간척사업을 통해 존립근거를 찾으려는 농업기반공사와 이를 대변하는 농림부의 부처이기주의 때문에 새만금사업이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런 부처와 기관을 먹여 살리기 위해 얼마나 많은 국민세금이 탕진되고 있느냐”며 “지역 주민들에게 지역개발의 환상까지 심어가면서 실패할 게 뻔한 사업에 돈을 쏟아 붓는 전형적인 사례”라고 주장했다.

그는 “새만금사업은 역대 대통령 후보들과 정치인들에 의해 전북 개발을 위한 상징처럼 돼 있지만 실질적으로 전북을 발전시키는 방안이 아니다”며 “엉뚱한 데 혈세를 낭비해 농업기반공사나 일부 건설업체만 배불리는 게 아니라 지역 어민과 갯벌도 살리고 전북경제도 실질적으로 살릴 수 있는 방안을 찾자”고 제안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정부, 부처이기주의 사로잡혀 잘못된 정책 바로잡을 기회 버려"
"힘이 아닌 전문적 논리로 우리 주장 설득"
 
-환경운동연합이 출범한 지 12년만에 첫 여성 사령탑이다. 여성 사무총장으로서 다르게 할 부분이 있나.
내가 사무총장이 된 것도 사회변화의 흐름이 담긴 거라고 생각한다. 우리 회원, 즉 시민들이 가볍고 부드러운 조직, 모성이 담긴 조직을 바란다. 그동안 내가 해온 활동에 대한 평가가 기본이 됐겠지만 이처럼 변화하는 시기에는 여성이 더 강점이 있다고 많은 사람들이 판단한 것 같다. 여성리더에 대한 기대가 어느 정도 있었고 그것이 표로 나타났다고 본다.

-최근 새만금 소송에서 승소 판결을 받아냈다. 하지만 정부는 이에 불복하고 항소하겠다고 밝혔는데 정부의 대응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정부가 본안 판결 이전에 조정권고안을 이미 수용했어야 했다. 조정권고안은 법원 스스로 법정에서 풀 것이 아니라 정부와 전라북도, 환경단체 등이 모여서 함께 풀어야 할 사안이라고 말한 것이다. 새만금 사업은 처음부터 정치적 의도 아래 추진됐고 역대 대통령들도 지역 민심을 달래기 위한 지역개발 차원에서 계속 끌고 왔다. 그러면서도 원래 사업 추진 당시에 계획했던 농지로 만들면 된다는 확신을 아무도 못 가지고 있다.

이 사업이 정말 전북 지역 발전 차원이라면 사업의 용도가 전북지역에도 도움이 되는 방안을 찾고 이에 따른 수질 파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라는 것이 조정권고안의 내용이다. 그런데 정부가 논의를 통해 조화롭게 풀어갈 수 있는 기회를 버리고 대립과 갈등으로 갔다. 새만금 사업은 당초 목표로 한 농지사업의 목적을 달성할 수도 없고, 국가산업단지용도로 개발돼도 개발효과가 30년 후에나 나타나므로 전북경제에 실질적 도움이 안 된다. 그런데 정부는 부처 이기주의, 관료주의에 사로잡혀 잘못된 정책을 바로잡을 기회를 차버렸다. 전북 경제를 위한다지만 실제로는 전북 경제를 버리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국민적 합의를 이룰 기회도 정부 스스로 포기했다. 현 정부가 참여와 토론을 이야기하지만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는다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준 사례다. 노무현 정부도 내심 포기하고 싶어도 정치적 부담이 커서 못하는 상황에서 법원이 그런 여지를 준 것인데 정부가 그 기회를 스스로 차버렸다.


"농림부 주장 검증도 안 해보고 그대로 옮기는 언론뿐"
"정부, 해오던 공사 계속 하면 되는데 무슨 손실 생기나"
 
-새만금 소송 판결이 나온 뒤 ‘환경단체 때문에 국책사업이 표류한다’는 언론 보도가 줄을 이었는데.
법원이 조정권고안 발표하면서 재판장인 서울행정법원 강용호 부장판사가 기자들에게 한 말이 있다. 그 분이 기자 브리핑하면서 자기가 이 소송을 4년여에 걸쳐 진행하면서 수많은 언론 보도를 봤지만 제대로 알고 쓰는 기자가 없더라고 하더라. 그분 말씀이 이런 판결하면 언론에서 ‘국책사업 발목 잡는 판결’이라고 하는데 새만금 사업의 원래 목적은 간척지와 담수호를 조성하는 거다. 방조제 공사는 부대 공사에 불과하다. 원래 목표로 한 본 공사는 시작도 안 됐다. 전체 사업 공정에 비춰보면 공정율이 30~40%밖에 안 된다. 새만금 사업 면적이 서울시 면적의 63%, 담수호 면적만 서울의 서초, 송파, 강남구를 합친 면적과 맞먹는다. 단국이래 최대의 역사다. 이것이 잘못됐을 경우 사회적 파괴력은 예측할 수 없으므로 이 시점에서 돌다리를 건드리면서 가는 것은 결코 잘못된 것이 아니다. 시화호 같은 재앙을 막기 위해 어떤 것이 전북 경제에 도움이 되는지, 수질 오염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 뭔지 논의해보자는 것이다. 역대 정부가 그동안 해온 약속은 지켜져야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 그래서 논의의 테이블을 만들라고 했다. 이게 기자 브리핑에서 한 그 분 말씀이다.

그런데 그런 내용은 단 한 줄도 안 나왔다. 기자들이 진실을 외면하는 거다. 농림부가 말하는 것을 그대로 옮기는 언론이 거의 전부였다. 이미 다 된 사업을 중단하게 만든다, 공사를 그만둘 때 경제적 손실이 얼마다 등등 농림부 주장만 나왔다. 더 나아가 환경단체가 발목을 잡아서 국고가 낭비된다는 식이다. 이건 완전히 거짓말이다.

내 생각이 아니라 흔히 보수적이라고 일컫는 법원이 판단한 것을 내가 옮기는 것일 뿐이다. 어떤 주장이 설득력을 가지려면 그걸 입증해야 한다. 우리는 새만금 사업이 비경제적이다, 환경을 파괴한다, 전북 경제에 도움이 안 된다는 걸 일일이 다 입증했다. 보수 언론이 ‘법원이 환경단체 손을 들어줬다’고 보도하는데 14년 동안 끌어온 사업을 법원이 어떤 성향 때문에 손 들어주겠나. 법원이 양쪽 주장의 근거를 들어본 뒤 합리적 판결을 한 것일 뿐이다. 우리 주장을 전문적 내용과 구체적 증거를 통해 법원을 설득했기 때문에 법원이 우리 손을 들어준 것이다. 농림부가 거듭 해온 주장이 거짓말임이 확인된 것이다. 판결이 난 다음 잘 아는 보수적 성향의 판사 한 분은 ‘법원을 그렇게 설득할 정도면 정말 고생이 많았겠다’고 말하더라.

‘법원이 환경단체 편을 들어줬다’고 보도하는 것은 언론이 심층취재를 안 하고 내용을 잘 모르니 싸우는 식으로 부각시키기 때문이다. 또 언론이 듣고 싶은 것만 듣는다. 법원이 ‘죄악’이라는 말을 잘 안 쓴다. 그런데 재판장이 ‘시화호와 같은 사례를 남기는 것은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가 후손에게 저지르는 가장 큰 죄악이 될 것이다’고까지 했다. 사회가 잘 되려면 여러 부문에서 잘 토론하고 검토하는 게 정말 필요하다. 언론이 그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법원의 판결 내용은 농림부가 사업계획을 취소하거나 중단하라고 했지 방조제 공사에 대해서는 말을 안 했다. 정부 계획이 올해 말까지는 배수갑문 공사만 하게 돼 있을 뿐 방조제 공사 계획은 없기 때문에 그렇다. 그래서 법원은 방조제 공사를 시급히 중단하라고 할 이유가 없다. 동시에 내년까지 그걸 막으면 된다. 시급히 중단하라고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 정부가 배수갑문 공사를 지금 중단하면 당장 얼마 손해날 것처럼 말하는 것은 거짓말이다. 배수갑문 공사는 정부가 그대로 공사하면 되는데 왜 손해가 나나. 정부가 유실방지 공사는 그대로 하는 거다. 법원이 결정한 것도 사업계획을 취소하고 변경하라고 한 거지, 정부가 하고 있는 공사를 중단하라고 말한 게 아니다. 그런데 무슨 손해를 본다는 것이냐. 언론이 그런 진실에 대해 알려고 하지도 않고 재판장이 그렇게 말해도 안 쓴다. 국책사업 중단시킬 만큼 우리 힘이 강하다고 하는데 그건 환경운동이 새만금사업 관련해서 질적으로 그만큼 성숙한 것이다. 동강댐은 정부의 물수요 관리 정책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고 지적은 했지만 결국은 반대하는 국민여론을 형성해 백지화한 것이다. 하지만 새만금 사업은 ‘이렇게 된 것 어쩔 수 없다. 그대로 가야 한다’는 식으로 가는 것인데 우리의 전문적 논리로 설득해서 승소 판결을 끌어낸 것이다. 결코 힘의 논리가 아니다.

조정권고안이 우리가 100% 만족하는 안이 아니다. 그건 일정 부분 개발을 수용하는 안이 다. 그런데도 우리가 법원의 조정권고안을 받는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문제다. 새만금사업은 전북지역민들의 지역발전 염원이 담겨져 있는 문제다. 우리가 100% 만족하지는 못해도 간척사업을 끌어안고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환경단체로서는 부분개발도 수용할 수 있다고 했는데 정부가 이를 거부했다. 환경단체들이 법원을 통해 최대한 합리적으로 풀어가려 하는데도 이런 노력은 보도가 안 되고 압력을 쓰는 것처럼 보도되고 있다.


"간척사업 안하면 사라질 농업기반공사 사업에 목매"
"개발연대 공사들이 존재하면서 정부정책 좌우"
 
-언론이 왜 그런 식의 보도를 한다고 보나.
우리 언론도 성장 중심적 사고를 갖고 있다. 경제 성장을 위해 환경은 희생돼야 하지 않느냐 하는 논리인데 사실 내용을 자세히 뜯어보면 실질적으로 경제 발전에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닌데 그런 이분법적 논리를 갖다 댄다.

-실질적으로 경제 성장에도 도움이 안 된다고 했는데 어떤 점에서 그런가.
새만금 사업에 들어간 돈이 1조 7000억원이다. 하지만 앞으로 농림부가 주장하는 대로 농지를 조성하면 5조원정도가 더 들어간다. 하지만 그곳에 농지가 들어갈 것이라고 생각 안 한다. 전북도가 내심 바라는 복합산업단지가 들어서면 무려 27조원이 들어간다. 모두 국민세금이다. 농지 조성에 들어가는 예산은 향후 17~20년 동안 1700억원씩 국민세금으로 조성해야 한다. 복합산업단지를 조성하려면 110년동안 1700억원씩 들어가야 한다. 그렇게 따지면 지금까지 들어간 돈은 미미한 수준이다. 그런데 그 사업이 경제적이지 않다고 판명났다. 그런 사업에 수십 년 동안 돈을 내야 한다. 어떤 게 비경제적이냐. 당연히 그 사업을 하는 게 비경제적이다. 투자를 한다고 해도 전북지역에 효과가 나려면 20~30년은 걸려야 한다.

-그렇게 비경제적이라고 재판부도 판결을 내린 사안인데 왜 농림부와 농업기반공사는 이 사업을 계속 추진해야 한다고 하는 건가.
그들 기관의 존립근거이기 때문이다. 농업기반공사는 간척사업을 안 하면 할 일이 없어 공사가 없어진다. 수자원공사도 마찬가지다. 예전에 영월 동강댐을 안 지으면 500여명을 구조조정해야 한다고 하더라. 전무후무한 새만금 사업과 같은 규모의 공사는 이제 끝이다. 그러니 농업기반공사는 당연히 목을 매서 하지. 농림부는 농업기반공사를 대변하는 부처이기주의에 사로잡혀 있다. 그런 공사를 하는 데서 부처 예산이 생기는 것이다. 잘 알겠지만 예산규모가 부처의 힘을 말하는 것 아니냐. 그 부처의 존재근거다. 그것밖에 달리 다른 게 없다. 또 공사에 농림부의 낙하산 인사는 얼마나 많나. 그런 부처와 기관을 먹여 살리기 위해 얼마나 많은 국민세금이 탕진되고 있나. 실패할 게 뻔한 사업에 돈을 쏟아 붇는 전형적인 사례다. 전북주민들에게 지역개발의 환상까지 심어가면서.

-일본을 각종 건설사업을 일으켜 성장을 도모하는 토건국가라고 하는데 새만금사업도 그런 토건국가의 사례로 볼 수 있나.
댐, 간척사업, 핵발전소, 도로 등 건설 등을 성장의 중심축으로 삼는 게 토건국가의 전형적인 사업모델인데 우리나라도 그렇다. 갯벌을 그대로 두는 것이 지금도 경제적 가치가 있고 앞으로 그 가치가 더 높아질 수 있다. 간척을 해서 경제성장을 한다는 것은 토건국가식 경제논리다. 기술혁신을 통해 첨단 제품으로 승부하는 시대에 우리는 여전히 그렇게 하는 거다. 60~70년대 개발연대에 필요했던 각종 개발공사들이 21세기에도 그대로 존재하면서 정부정책을 좌지우지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각종 개발공사들이 더 이상 필요없다는 말인가.
수자원공사나 농업기반공사 같은 곳은 없어져야 한다. 댐이나 새만금사업을 할 수 없으면 이들 공사들은 살아남을 수 없다. 이런 개발공사들이 없어져야 정부 정책이 개발지상주의에서 질적 성장으로 선회할 수 있다. 농업기반공사 같은 곳은 이제 존재의 가치가 없다.


"정치인과 지역 토호세력이 새만금사업 호도"
"전북 경제 실질적으로 살릴 방안 찾자"
 
-새만금 사업이 정치적 목적에서 시작돼 처음부터 문제가 노정됐는데 환경단체가 왜 초기부터 제대로 대응하지 않았느냐는 지적도 있는데. 새만금 사업은 87년 전두환 정부 때 전북지역 민심을 달래기 위해 제기됐다가 당시 경제부처 회의에서 경제성이 없다는 판단이 내려져 추진이 안 됐다. 그런데 노태우 전 대통령이 전북 표를 얻기 위해 대선공약으로 새만금사업을 들고 나왔다. 하지만 노태우 대통령 시절에도 경제적 타당성이 없다는 이유로 예산 투입이 안 됐다. 그런데 호남 민심을 대변해온 김대중 당시 신민당총재가 노태우 대통령을 만나 협상을 해 재추진됐다. 그렇게 사업이 출발했다. 이후 김영삼, 김대중 정부도 그걸 공약으로 들고 나오고 노무현 정부도 그랬다. 이 사업이 처음부터 제대로 된 환경영향평가, 경제성 검토가 안 된 채 출발했다.

우리가 96년부터 시화호 문제를 제기하면서 우리 사회 간척사업에 눈을 떠 근본적 문제제기를 한 거다. 이것이 여론으로 부상했다. 정부에서는 ‘왜 처음부터 문제를 제기 안 했느냐’고 하는데 자신들이 사업을 추진할 때 우리에게 물어본 것도 아니고 각 정권이 선심성 공약사업으로 추진한 것이다. 환경단체들은 사업이 문제가 있다고 판단할 수 있었던 시점부터는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여론 조사 결과를 보면 일반 국민들 사이에서는 새만금 사업의 중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전북 민심은 다른 것 같은데.
전북 주민들에게는 새만금사업의 본래 목적이나 효과를 떠나 전북 개발의 상징처럼 돼 있다. 역대 대통령 후보들에 의해 전북 개발을 위한 핵심 사업으로 제기됐고 정치인들도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왔다. 이 때문에 전북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 비슷하게 생각하고 있다. 이를 전북의 언론과 정치인들이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 언론이 정말로 진지하게 실질적으로 전북 경제를 살리는 방안을 토론하는 공론의 장을 만들었다면 전북 민심이 그렇게 까지 경도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정치적으로 연계된 정치인과 지방 토호세력들이 여론을 주도하고 있다.

정말 사업 대상 지역 인근의 주민들은 전혀 다른 말을 한다. 방조제 인근의 계화도 주민들이 올라와서 ‘방조제 공사가 우리의 숨통을 조일 줄은 몰랐다’고 한다. 방조제 공사로 해수의 흐름이 막혀 갯벌이 썩으니까 삶터가 망가진다는 것이다. 지금 2.7km 정도의 숨구멍이 있는데 여기까지 막히면 살 수가 없다는 것이다. 계화도는 상대적으로 피해가 덜한 지역인데도 이렇다. 내초도 주민들의 삶터는 완전히 망가졌다. 진정한 지역 주민인 이들은 새만금사업을 반대하지만 이들은 여론을 형성하는 힘이 없다. 그러니 묵살되는 것이다. 그런 사람들만 2만2000명이 되는데 이들은 지역주민들의 목소리로 대변 안 된다. 오히려 바깥에 전주 같은 도시에서 정치, 경제적 이해관계를 가진 사람들 목소리만 나오고 있다.

-결국 새만금사업에 투입할 막대한 예산을 전북경제를 살리기 위한 대안을 마련해 집행하면 지역민심을 바꿀 수 있지 않겠나.
우리가 하고 싶은 게 바로 그거다. 그게 가시적으로 결정되는 게 필요하다. 법원의 조정권고안 내용을 보면 위원회에서 특별법까지 제정해서 전북 경제 발전 대책을 세울 수도 있다. 단순한 정치적 합의가 아니라 정부가 의지를 갖고 전북도와 시민사회단체와 머리를 맞대 대안을 찾을 수 있다. 새만금 사업에 들어갈 돈을 전북경제를 실질적으로 살릴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거기에 쓰자는 거다. 기존 제도의 틀 안에서 안 되면 특별법을 만들어 하자는 것이다. 엉뚱한 데 혈세를 낭비해 농업기반공사나 일부 건설업체만 배불리는 게 아니라 지역 어민도 살리고 갯벌도 살리고 전북경제도 실질적으로 살릴 수 있는 방안을 찾자는 것이다.

-새만금사업은 기존의 밀어붙이기식 국책사업 진행은 안 된다는 교훈을 준다. 또 한편으로는 아직 우리 사회의 갈등과 분쟁 조정 기능이 매우 취약함을 드러냈는데. 우리 사회가 상생의 대안을 만들자고 말은 잘하지만 실제 현실은 정반대다. 갈등을 어떻게 잘 조정하는지가 한 사회의 민주적 성숙도를 보여준다. 법원의 조정권고안이 우리 사회가 역사적으로 이런 성숙된 사회로 가기 위한 전기였는데 이를 정부가 거부한 것이 정말 통탄스럽다. 어떻게 갈등을 잘 푸느냐에 관한 진전된 모델을 보여주는 것인데 안타깝다. 우리 사회의 성숙이라는 게 각자가 합의하고 수용하는 만큼 가는 것인데 결과를 차치하고 과정 자체를 봉쇄했다는 게 안타깝다. 부안 핵폐기장 문제도 마찬가지 맥락이다.


"천성산 문제, 국민 여론 더 폭넓게 수렴했어야"
"에코생협 문제, 준엄한 자기반성의 계기로 삼을 것"
 
-여론이 새만금사업에 대한 환경단체 주장에는 대체로 수긍하면서도 천성산 사태에 대해서는 좀 다른 것 같다. ‘여성스님 한 분에 정부가 굴복했다’고 주장하는 네티즌도 많은데.
고속철이나 천성산 터널공사 자체에 대한 근본적 문제제기를 소홀히 한 상황에서 막판에 그렇게 나오느냐고 하는데 일정 부분 맞는 비판이다. 고속철이 95년 단군 이래 최대 역사라며 추진됐다. 당시 우리가 반대성명을 냈다. 그런데 당시 국민여론이 고속철을 신기루처럼, 새로운 발전의 시대를 열어주는 것처럼 인식했다. 그런 분위기에서 환경단체 반대성명 내는 것은 언론에 단 한 줄도 안 났다. 교통 도로 문제는 어떤 사안보다 근본적인 환경운동 사안이다. 왜냐 하면 사람들이 사업으로 직접적 피해는 안 보지만 혜택은 다 누리기 때문이다. 빨리 편하게 가는 대신 좀더 불편하게 살자는 가치가 포함되는 것이다. 문명 전환적 사고가 필요한 것이다. 독일 같은 환경선진국에서도 반핵운동보다 더 힘든 게 교통문제다. 경부고속철만 해도 30년 동안 운영해도 안 메워질 적자가 날 거라고 하지만 우리 사회가 그걸 다시 검토해보자고 할 분위기가 아니다.
어쨌든 문제는 우리가 잘 못했다고 생각한다. 국민 여론을 겸허히 수용해서 교통문제, 도로정책 등이 향후에 어떻게 변화해야 한다, 천성산 터널공사가 가진 문제가 뭔데 이렇게 가자는 식의 대안을 제시하면서 시민들도 이렇게 해야 한다고 폭넓게 운동을 펼쳤어야 한다. 그런데 스님 한분이 단식했고 이걸 정부가 받았다는 식의 문제로 국한돼 인식됐다. 앞으로 더 채워야 할 부분이다. 사안별이 아니라 국내 도로 및 교통 정책 전반에 대한 정책적 분석과 대안을 제시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고속철 사업도 그렇지만 각종 국책사업이 너무 졸속적으로 추진된다는 생각이 드는데.
처음에는 고속철 사업예산이 처음에는 5조원이었다가 추진되는 과정에서 30조원까지 늘어났다. 우리 국책사업이 일단 ‘삽 뜨고 보자’는 식이다. 최저 예산으로 경제적 타당성과 사업예산에 대한 검토도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통과시켰다가 기하급수적으로 예산이 불어난다. 백지화된 동강댐도 91년에는 총사업비가 5000억원이었다가 97년에 1조로 불었다. 수자원공사쪽에서 얘기할 때는 그보다 두 배가 더 든다. 모든 국책사업이 그렇다. 그게 민간기업이 자신들 사업을 하면 그렇게 하겠나. 다 국민 세금이 주인 없는 돈이라고 생각하니까 그렇게 하지.

-일부에서는 환경단체가 대안은 제시 않고 비판만 제기한다고 주장한다.
일부는 맞고 일부는 아니다. 새만금 사업 경우는 충분히 대안을 제시했지만 언론이 제대로 보도를 안 해 비판만 하는 것처럼 비쳐졌다. 또 어떤 경우는 대안 제시 등이 부족하고 시민들에게 알리는데도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
하지만 골프장 문제에 대해서는 대안이 없다. 골프장 건설을 공공정책으로 내놓는 나라가 세상에 어디 있나. 골프장은 건설 안 하는 것이 대안이다. 그게 무슨 대안이 있나. 그런 것까지 대안을 내놓으라면 무리다. 하지만 우리에 대한 비판은 겸허히 반성하는 측면에서 받아들이고 싶다. 설득력 있는 대안 제시에 좀더 충실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일 생각이다.

-최열 전 사무총장이 이사장으로 있는 에코생협에서 판매하는 물품의 판매에 협조를 부탁하는 공문을 기업에 보내 구설수에 올랐는데.
기본적으로 에코생협이 친환경 농산물이나 상품을 보급하기 위해 설립된 환경연합 부설기관이다. 실천적 생활운동 차원에서 수은전지가 안 들어가는 손전등을 보급하는 일은 환경단체에서 매우 중요한 일인데 그런 것을 보급하는 과정에서 환경단체가 만든 기관이므로 조금 덜 팔더라도 정석을 밟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업에게 공문 보낸 것은 두 말할 필요 없이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문제 된 기업에 공문을 보낸 것은 아니었지만 정석을 밟은 것은 아니었다. 반성할 문제이고 엄중하게 우리를 돌아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결국 시민단체가 가진 최고의 존립근거는 도덕성과 시민들의 신뢰이기 때문이다. 뼈 아프게 성찰해야 한다. 하지만 에코생협 판매수익이 환경연합에 오는 것처럼 알려진 것은 사실이 아니다. 에코생협은 조합원의 출자로 운영되는 생활협동 조합이다. 수익이 발생해도 환경연합으로 오는 것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