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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익한 거리

"인터넷 직거래 주의하세요"

"인터넷 직거래 주의하세요"
예상되는 사기 피해에도 속수무책, 물건 못 받아도 수표 지급 정지 불가능
미디어다음 / 오미정 기자
인터넷 직거래 시 돈을 보내고도 물품을 받지 못한 피해자가 아직 미출금 상태에 있는 자신에 돈에 대해 지급 금지를 신청할 수 있을까. 결론은 일단 ‘어렵다’이다.

얼마 전 인터넷 쇼핑몰 게시판을 통해 17만원짜리 중고 골프 용품을 구입한 김 씨. 김 씨는 사기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물건값을 일부러 타행 수표로 입금했다. 이 경우 은행은 회수된 수표의 사고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하루 동안 출금을 유예한다. 이 때문에 돈을 받은 사람은 송금일 다음 날 오후 3시 이후부터 돈을 찾을 수 있다. 김 씨는 이 점을 이용, 하루 동안 시간을 벌어 판매자가 보냈다는 물건의 택배 송장을 확인할 생각이었다. 만약 사기인 것이 밝혀지면 은행에 수표 지불 금지 요청을 해 피해를 막아보려 했던 것.

이런 대비에도 불구, 김 씨는 눈 앞에서 사기 피해를 당하고 말았다. 판매자가 불러준 송장 번호가 가짜란 것을 안 김 씨가 입금한 바로 다음날 아침 은행에 지불 금지를 신청했지만 은행 측에서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은행 측은 대신 김 씨에게 “경찰서에서 ‘반환 요청 신청서’를 받아오면 지불을 금지해 주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씨는 경찰서에서도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금융 관련 문제는 은행 소관이다. 아직 발생하지도 않은 사건에 대해 확인 서류를 만들어 줄 수는 없다”는 게 경찰서의 논리였다.

은행과 경찰서가 서로 책임을 미루는 가운데 이도 저도 할 수 없게 된 김 씨. 그러는 사이 시간은 흘러갔고 오후 3시가 되자 판매자는 유유히 타 지역 은행에서 17만원을 출금해 갔다.

돈이 빠져 나가기 전 사기 피해를 당한 줄 알고도 속수무책으로 당한 입은 김 씨는 “은행과 경찰서가 책임을 미루다가 발생한 일”이라고 불만을 표시했다. 김 씨는 “계좌번호를 잘못 입력해 돈이 엉뚱한 계좌로 가는 경우 금방 취소 처리할 수 있는 것으로 안다”며 “지불 금지 절차 자체가 어려운 것이 아닌데 은행이 자기네 내부 규정만 거론하며 융통성 없게 일을 처리한 탓”이라고 원망했다. 경찰서에 대해서도 김 씨는 “사기 피해가 명백히 예상되는 상황인데도 경찰은 사건이 아직 발생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수수방관했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은행 측은 “송금을 하는 순간 이미 이 돈은 송금 받은 사람의 것이다. 입금 해 놓고 남의 돈이 된 상황에서 지불 금지를 요청할 권리는 없다”며 김 씨의 예방법이 애초부터 잘못됐음을 지적했다. 타행 수표를 다음 날 3시 이후에 찾아가게 하는 것은 수표 검사를 위한 금융 절차이지 개인 간 거래의 중재자 역할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는 설명이다. 은행 측은 또 “지불금지 요청이 남발되면 오히려 이를 악용하는 사람들에 의해 또 다른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경찰서 역시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 경찰서는 이미 발생한 사기 사건에 진정을 접수하고 수사할 뿐 미래에 발생할 사건에 대해 확인원을 발급할 수 없다”며 대응 방식에 문제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결론은 인터넷 직거래 시 타행 수표로 대금을 보내 판매자의 출금일을 하루 늦춘다 해도 이미 송금한 돈을 다시 찾기란 힘들다는 것이다. 이 같은 사례가 아니더라도 거래 중재자 없이 이루어지는 인터넷 직거래는 항상 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어 네티즌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인터넷 마켓플레이스 ‘온켓’의 정민경 마케팅팀 대리는 “물건 대금을 떼이거나 물건을 보내고 돈을 못 받는 등 인터넷 직거래 피해는 비일비재하다”며 “인터넷 거래 시에는 에스크로(특정물을 제3자에게 기탁해 입출금을 제3자가 개입하여 공정하게 관리하도록 하는 것)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를 통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말했다. 정 대리는 또 “네티즌들이 에스크로 서비스 수수료를 부담스러워 해 직거래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보통 수수료는 물품 대금의 0.5~2%에 불과하다”며 “최소한의 안전 거래 보증금 지불을 통해 네티즌 스스로 사기 피해를 막아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