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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씨를 아가씨라 부르지 못하고...

아가씨를 아가씨라 부르지 못하고...
[오마이뉴스 최육상 기자]18일 저녁에 아는 분과 함께 업무의 연장에서 저녁식사를 했습니다. 한 식당에서 음식을 주문하고 소주를 한잔 가볍게 곁들였습니다. 그런데 함께 하셨던 분이 종업원인 젊은 여성에게 "아가씨!"라고 부른 게 약간의 소란을 일으켰습니다.

그 말을 들은 여성이 '아가씨'라 부르지 말라고 했기 때문입니다. 단번에 얼굴 표정을 바꾸면서 정색을 합니다.

"저기요, 전 아가씨라는 말이 싫거든요. 정 부르실 말이 없으면 그냥 '저기요' 그래 주시면 좋겠는데요."

그러고 보니 언제부터인가 저는 음식점이든 술집이든 젊은 여성들에게 '아가씨'라고 부르지 않습니다. 이 여성이 느꼈던 왠지 모를 거부감을 저도 어렴풋이나마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대개는 "여기요!", "저기요!"라는 말로 일관했습니다. 연세가 조금 있어 보이는 분에겐 "아줌마!", "사장님!" 정도로 넘겼고요.

'1. 시집가기 전의 젊은 여성을 대접하여 이르는 말. 2. 손아래 시누이를 높여서 이르는 말. 아기씨.'

<동아새국어사전>에서 찾아 본 '아가씨'에 대한 설명입니다. 모두들 알고 계시겠지만 분명히 젊은 여성을 대접하여, 높여서 이르는 말이라고 나와 있습니다. 어감만큼이나 산뜻하고 좋은 의미입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부정적인 느낌을 떠올리는 것 같습니다. 아가씨라는 단어에는 왠지 유흥업소의 '젊은 언니'들 느낌이 난다는 것이겠죠.

여러분들은 젊은 여성들을 뭐라 부르나요? 굳이 식당이 아니더라도, 길을 가다가도 부를 일이 있고 여기저기서 젊은 여성들에게 말을 걸어야 할 때가 있잖습니까? 저는 계속 "이봐요!", "저기요!", "여기요!" 등으로 일관했습니다. 하지만 호칭의 부자연스러움은 매번 느꼈습니다. 부드러운 호칭이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아가씨'보다 좋은 말이 없는데, 여성들은 유쾌하지 않게 받아들이는 것 같습니다. 그 걸 알면서 혼자서만 무턱대고 쓸 수는 없는 일이겠지요. 주변에 아는 여자 동기들한테 '아가씨'라는 말을 들으면 어떠냐고 물었더니 몇 가지 답이 나옵니다.

결혼을 안 한 친구들은 "그다지 좋지만은 않다"는 의견이 많았고요, 결혼을 한 친구들은 "고맙지. 아줌마가 아닌 게 어디냐?"며 웃습니다. 그럼 뭐라고 불러주면 좋겠냐고 했더니 모두들 마땅한 답을 못합니다.

아가씨라는 단어가 갖는 의미가 뭘까 생각을 해 봅니다.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이 단어가 젊은 여성을 성(性)과 바로 연관짓는 사회인식을 담아내지는 않나 추측해 봅니다.

'시집가기 전의 젊은 여성'이, 술집이나 다방 등에서 일하기 때문에 다소 무시당한다고 생각하는 젊은 여성들을 떠올리게 된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성'과도 바로 연결되는 상관관계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20대와 30대 젊은 여성을 부를 마땅한 말, '아가씨'입니다. 이 말이 아니면 달리 부를 말이 없습니다. 성도 모르는데 미스 김이라 할 수도 없고, 김양이라 할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사실 미스김과 김양도 좋은 느낌만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처녀라고 할 수도 없고, 아줌마라 부를 수는 더더욱 없지 않겠습니까? 이 참에 아가씨 호칭 바로잡기 운동이라도 벌여야겠습니다.

/최육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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