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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익한 거리

소박한 밥상

소박한 밥상

´소박한 밥상´, 즉 조식(粗食)은 현진건의 ´빈처´에 나오는 ´왕후의 밥, 걸인의 찬´이다. 정성만 있으면 돈을 들이지 않고도 쉽게 즐길 수 있는 서민의 밥상이다. 동시에 건강을 지켜주는 밥상이기도 하다.

´소박한 밥상´은 미국의 유명한 자연주의자 헬렌 니어링이 쓴 요리책의 이름이기도 하다. 1932년 도시를 떠나 버몬트주의 낡은 농가로 이주한 뒤 50년 이상 의사와 약에 의존하지 않고 건강하게 장수했던 비결을 ´소박한 밥상´이라는 한마디로 요약했다.

그의 ´소박한 밥상´은 채식이다. 사람의 위에서 나오는 소화액의 산도(酸度)는 육식 동물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며, 사람의 장은 육식동물보다 세 배나 길어 육식을 하면 2~3일간 반쯤 부패된 음식을 장에 담고 살게 된다는 것.

◆거친 음식이 좋다=농사 짓는 교수로 유명한 강원대 식품공학과 이원종 교수는 거친 음식을 즐긴다. 거친 음식은 방귀를 자주 뀌게 하는 음식이다. 입안에서 살살 녹지만 정제돼 영양소가 깎여나간 부드러운 음식과는 정반대다. 오염되지 않은 자연환경에서 재배한 채소와 산나물, 도정하지 않은 현미.밀.보리.잡곡 등과 우리의 전통 음식을 가리킨다.

그는 "현미.통밀가루 등 거친 음식은 오래 씹어야 하므로 소화기관에 부담이 없고, 꼭꼭 씹어 먹으면 뇌가 자극을 받아 기억력.집중력이 좋아진다"고 설명했다. 특별한 운동을 하지 않는데도 그는 거친 음식과 소식(小食)으로 20년째 같은 체중을 유지하고 있다.

맛과 모양에 치중한 음식은 사실 몸에 좋을 게 없다. 거친 음식을 실천하려면 ´5백(白) 식품´으로 불리는 흰 쌀, 흰 밀가루, 흰 설탕, 흰 조미료, 흰 소금을 밥상에서 퇴출시켜야 한다. 또 채식 위주의 밥상을 차려 뿌리와 줄기.잎.열매.씨까지 함께 먹는 ´일물전체식(一物全體食)´을 실천해야 한다. 가공식품이 아닌 김치.된장.고추장 등 발효식품의 비중을 높이는 것도 바람직하다.

◆튀기고 굽고 끓이는 대신 찌자=조식은 불로 가열해 먹는 ´화식(火食)´보다 그대로 먹는 ´생식(生食)´이 효과적이다. 가열로 인한 영양소 손실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꼭 익혀 먹어야 한다면 튀기기보다는 끓이고, 끓이기보다는 굽고, 굽기보다는 찌는 것이 낫다. 조미료도 가급적 덜 쓰는 것이 좋다.

먹을 때는 소식이 바람직하다. 노화학자들은 포식하는 것보다 조금 모자란 듯 먹는 것이 장수의 길이라고 강조한다. "위장의 8할만 채우면 장수한다"는 말이 있듯이 소식은 소화기를 편하게 하고 비만을 예방한다.

하루 세 끼를 평소 식사량의 80% 정도로 규칙적으로 섭취하되 오랫동안 천천히 씹어 먹는 것이 좋다.

◆소박한 밥상의 건강 효과=무엇보다 식이섬유가 풍부하다. 식이섬유는 사람의 소화효소에 의해 소화되지 않는 식물성 물질이다. 특히 불용성(물에 녹지 않는) 식이섬유는 스펀지처럼 수분을 빨아들여 대변량을 늘리고, 장을 통과하는 시간을 단축시킨다. 변비.장염.대장암을 예방하고 일찍 포만감을 줘 밥숟갈을 금방 내려놓게 한다. 과일.채소.밀기울.전곡빵.시리얼.콩비지 등에 풍부하다. 사과.보리.귀리.콩엔 물에 녹는 수용성 식이섬유가 풍부한데 최근 연구 결과 이는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요즘 한국인의 하루 식이섬유 섭취량은 13~15g으로 권장량(20~30g)에 크게 못 미친다. 쌀밥 대신 현미.통밀 등 도정하지 않은 곡물이나 잡곡밥을 즐겨 먹는 것이 식이섬유를 보충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다. 가천의대 길병원 이성재 교수는 "흰쌀밥에 비해 잡곡밥은 더 강하게 오래 씹어야 하므로 치아.골격이 발달하고 위장병을 예방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건강밥상의 단골

# 김치 한국인은 하루 평균 100g의 김치를 먹어 100억 마리의 유산균을 섭취한다. 유산균은 변비를 예방해준다.또 항균력이 강해 장의 건강을 지킨다.

# 젓갈 훌륭한 유산균 발효식품. 쌀밥을 주식으로 하는 식생활에서 결핍되기 쉬운 각종 영양소를 보충해준다. 악성 빈혈을 예방하는 비타민 B12도 풍부하다. 단, 짠 음식이므로 염분을 과다 섭취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 된장.간장.고추장 ´장류 3총사´는 콩의 건강 효과를 고스란히 갖고 있는 음식. 양질의 단백질과 노화와 암을 예방하는 항산화물질을 제공해준다.

# 채소 각종 비타민과 미네랄의 창고. 육식으로 인한 유해산소와 지방산의 발생을 막아준다.

같이 만들어 볼래요?

*** 현미영양법

재료
현미 1컵, 현미찹쌀 1/2컵, 밤 5알, 대추 5알,은행 10알, 소금 약간

만드는 법
①현미와 현미찹쌀은 6시간 이상 충분히 불린다. ②껍질을 벗겨 서너 쪽으로 자른 밤과 대추, 은행을 얹어 밥을 짓는다. ③소금을 조금 섞고 압력솥에서 푹 뜸을 들이면 찰밥같이 쫀득쫀득해진다. ④위아래를 고루 섞어 그릇에 담아낸다.

영양효과
현미엔 쌀겨층과 씨눈이 남아 있어 입에 까칠하지만 건강에는 더 없이 좋다. 씨눈과 쌀겨층에는 동맥경화를 예방하고 노화방지에 효과가 있는 식물성 기름과 리놀레산, 비타민이 풍부하다. 비만 예방효과도 있다.


*** 봄나물 초무침

재료
돌미나리, 돈나물, 달래, 냉이, 유채나물 등 봄나물 150g, 초장(간장 3큰술, 식초 3큰술, 흑설탕 1큰술, 사과즙 6큰술, 참기름 1큰술, 고춧가루 1작은 술, 소금 1/4작은술)

만드는 법
①봄나물은 깨끗이 씻어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얼음물에 10분 이상 담갔다 건져 물기를 뺀다. ②초장을 만들어 준비된 나물을 무쳐 내거나 따로 곁들여 입맛에 맞게 섞어먹는다.

영양효과
달래는 비타민C와 칼슘이 풍부해 빈혈을 예방하고, 간의 작용을 강하게 하며, 동맥경화와 노화예방에도 효과적이다. 돌미나리는 칼슘과 철분이 많고, 소화를 도우며 변비를 막아준다. 참나물은 고혈압과 동맥경화를 방지한다. ´산채의 왕´이라는 두릅은 단백질과 회분, 비타민C가 많다. 봄나물을 데칠 때는 소금을 약간 넣고 데쳐야 비타민이 파괴되지 않는다.

*** 열무물김치

재료
열무 한단, 미나리 반단, 오이 2개, 붉은 고추 1개, 쪽파, 마늘과 생강 다진 것, 고춧가루 찹쌀풀(찹쌀가루 1컵, 물 두 대접), 소금

만드는 법
①열무는 깨끗이 다듬어 풋내가 나지 않게 살살 씻고 소금을 뿌려 살짝 절인다. ②오이는 깨끗이 씻어 살짝 절이고 미나리도 손질한다. ③물을 팔팔 끓인 후 찹쌀가루를 넣어 저으면서 찹쌀풀을 쑤어 식힌다. ④식힌 찹쌀풀에 고춧가루, 마늘과 생강 다진 것, 소금으로 간을 맞춘다. ⑤넓은 그릇에 준비한 열무, 오이, 미나리 등을 넣고 양념한 찹쌀풀을 붓는다. 여기에 물을 부어 익힌다.

영양효과
탄수화물.단백질.지방 등 열량이 많은 영양소는 적은 반면 칼슘과 비타민이 많은 알칼리성 식품. 육류나 산성식품을 많이 먹었을 때 혈액이 산성화하는 것(산중독증)을 예방해준다. 발효과정에서 나오는 젖산균은 좋은 맛을 내줄 뿐 아니라 장내 이상발효를 막고, 병원균을 억제해준다.

[출처 : 중앙일보] /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 [박현숙(자유기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