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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 투병 아내를 향한 칠순노인의 사랑

‘아리랑 할아버지’를 아시나요…16년 투병 아내를 향한 칠순노인의 사랑
[쿠키사회] ○…“월명공원의 ‘아리랑 할아버지’의 노래 들으셨나요.”

김은철(77·나운동)옹은 매일 오후 3∼4시면 군산시 나운동소재 월명공원에서 큰 목소리로 노래를 불러 아리랑 할아버지로 통하고 있다.

지난해 9월부터 체련공원에서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 김옹은 월명호수의 구름다리옆 등 4∼5군데를 옮겨다니면서 각종 유행가요를 하고 있다.

김옹이 월명공원에서 노래를 시작한 사연은 이렇다.

자신의 아내가 89년 혈압으로 쓰러진 이후 김옹의 정성스런 병수발 등으로 호전됐으나 5년전 불편한 몸을 이끌다가 다시 낙상하는 바람에 사실상 문밖을 나가지 못하게 된 것.김옹의 간병 세월만도 16년째.

김옹은 이때문에 외출은 물론 손놀릴 시간도 없는 세월을 보내야했다. 긴 간병으로 인한 스트레스 때문에 자신도 마음의 병을 얻게 되자 이를 해소하기 위해 시작한 것이 ‘노래’다.

처음에는 공원을 산책하면서 흥얼거리는 수준으로 시작했지만 노래를 하면 짓눌렸던 가슴이 뻥뚫린 것 같아 큰 목소리로 노래부르기를 시작한 것.

지난해 9월 본격적으로 노래를 시작한 그는 초창기에는 아리랑만 불렀으나 노래에 자신감이 생기면서 노래곡목수를 늘려갔다. 그의 주 애창곡은 아내에게 바치는 노래, 파도, 밤안개, 당신은 모르실꺼야, 당신만을 사랑해, 울고 싶어라 등….

이들 노래를 거의 매일 부르면서 그는 젊은 사람들을 능가한 우렁찬 목소리와 함께 노래수준도 상당한 수준으로 올랐지만 산책나온 시민들로부터 고성방가를 한다는 이유로 혹독한 시비에 시달려야 했다.

이때문에 인근에 사는 자녀들이 아버지 김옹을 이해해줄 것을 산책객들에게 통사정하면서 그의 숨겨진 ‘부부애’(?)가 외부에 서서히 알려졌고 월명공원내 최고 유명인사로 떠올랐다.

이때문에 월명공원 주변의 고정 산책객들은 그의 노래가 들리지 않은 날이면 무슨 일이 생긴 것이 아닌 걸까하며 오히려 궁금해할 정도다.

김옹은 “건강이 좋지 않은 부인이 세상을 뜨면 공원에서의 노래는 곧바로 중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원 진입로에서 3년째 음료수를 판매해온 김미숙씨는 “공원에서 노래를 부른 것은 일부 시민들에게는 불편을 줄지 모르지만 젊은 사람들이 배워야할 뜨거운 부부애의 다른 표현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쿠키뉴스제휴사/전북일보 정영욱 기자(cywook@jeonbu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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