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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관련

느린 여행이 세상을 낚는다

느린 여행이 세상을 낚는다
 

[한겨레] 자전거로 58개국 9만km를 달린 르네 월릿의 독특한 여행 철학
국내에서도 자전거 세계여행에 대한 관심 높아져

▣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자전거 여행은 ‘극기훈련’이 아니다. 단지 비행기나 기차, 고속버스보다 낮은 기어를 넣고 달리는 여행일 뿐이다.

6년째 자전거 페달을 밟고 세계를 누비는 르네 월릿(54)도 같은 생각이다. 그는 2000년 고향인 캐나다 퀘벡주의 소도시 마테인을 출발해 지난 5월31일 한국 부산항에 들어왔다.

“빨리 가면 만날 수 없는 것들을 만나거든요. 자전거를 타고 천천히 달리면 사람들과 부딪히고 자연과 가까이 있을 수 있어요. 자동차나 기차로는 쉽게 지나치는 것들이죠.”

싼 수업료로 세상을 배우는 방법
그래서 그는 9만km가 넘는 ‘극한의 여행’을 극한처럼 여기지 않는다. 좋은 사람을 만나면 한달 두달 동안 눌러앉고, 자전거 타기가 지치면 기차나 버스에 오른다. 자전거는 기차나 버스에도 쉽게 실을 수 있어 좋다.

“자전거 여행에서 되레 무서울 땐 아무도 없는 사막을 달릴 때예요.

오스트레일리아 중부의 황무지를 달리는 게 이란의 도시를 다니는 것보다 더 무서워요. 이란은 독재국가 아니냐고요? 자전거로 달려봐요. 이란이 무서운 나라라는 뉴스가 다 거짓말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얼마나 사람들이 친절한데요.” 그는 자전거 여행이 “세상을 공부하는 것”이고 “나는 학생”이라고 말한다.

다른 사람들처럼 세상을 빨리 지나쳐버리는 여행은 수업료만 비싸고 공부할 기회가 별로 없다는 것이다.

탈리아→프랑스→스웨덴→핀란드→터키→이란→인도→싱가포르→대만→중국→일본.

그의 자전거는 벌써 58개국 9만km를 달렸다. 하지만 그는 “계산해보지는 않았지만 경비가 1500만원 이상 들지 않았다”고 말한다. 밥은 직접 해먹고, 잠은 텐트에서 자고, 큰돈은 될 수 있는 한 스폰서를 잡아 해결했기 때문이다.

외국에서는 자전거 여행이 보편화된 지 오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역사적 연원이 비교적 짧다. 1990년대 초반 테제베를 탈 수 있는 ‘유레일 패스’를 가지고 떠나던 유럽 배낭여행 열풍이 수그러들고 한참 지난 뒤에야 자전거와 같은 ‘느린 여행’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현재 인터넷 최대의 동호회인 ‘자전거세계여행’은 가입자 수가 5천여명에 이른다. 이 동호회에서 활동 중인 권구현(30)씨는 “1999년 자전거로 유럽을 여행하기 위해 인터넷에서 검색해보니 하나도 찾을 수 없었다”며 “지금은 갔다 온 사람들도 많고, 준비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말했다. 이 동호회에서만 벌써 100여명이 세계여행을 다녀왔다.

제주도와 경주의 속살을 느껴라
국내에서도 자전거로 여행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제주도는 자전거 도로가 잘돼 있어 자전거 하이킹의 황금코스로 꼽힌다. 렌터카로 1박2일이면 한 바퀴를 돌지만 일주일 동안 자전거로 제주도의 속살을 느끼는 사람들도 많다. 신라의 고도 경주에도 역전에 자전거 대여소가 여행자들을 기다린다. 자전거를 타고 첨성대와 포석정을 돌다 보면 어느덧 유럽의 한 도시에 와 있다는 착각이 들 정도다.

자전거가 느릴 거라고 하지만 모르는 소리. 포장길이라면 쉬엄쉬엄 가도 하루에 100km는 충분히 간다. 지난 3월 한달 동안 일본 규슈와 혼슈를 일주한 문중곤(31)씨는 “어릴 적 혼자 동네를 떠나 읍내를 가본 ‘모험’은 자전거가 있었기 때문에 이뤄졌다”며 “그때부터 자전거는 더 넓은 세계로 나갈 수 있는 발이 돼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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