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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새만금 문제있다" 보고서, 청와대 은폐

"새만금사업 문제 있다" 보고서, 청와대-총리실이 묵살ㆍ은폐
[프레시안 강양구/기자]   청와대와 국무총리실이 새만금 방조제 물막이 공사로 인해 발생할 환경 파괴에 대한 환경부의 조사결과 보고를 묵살하고 심지어 조사 자체를 중단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2004년도에 이 보고서가 공개됐다면 법원 판결 역시 달라졌을 가능성이 높다.
  
  환경부 새만금 관련 보고서, 청와대-국무총리실이 묵살·은폐
  
  '새만금 화해와 상생을 위한 국민회의'는 14일 환경부가 당시 작성한 '새만금 하구역 자연생태계 조사 보고서'의 내용을 공개했다.
  
  이 보고서는 새만금 간척 사업 중단을 요구하는 성직자들의 삼보일배가 진행되더 2003년 봄 한명숙 당시 환경부 장관의 지시로 조사가 시작됐고 지난 2004년 6월 완성돼 국무총리실에 보고됐다. 하지만 이 보고서는 생태계 훼손을 우려하는 내용 때문에 청와대와 국무총리실에 의해 묵살됐다.
  
  '새만금 국민회의'는 "환경부가 새만금 하구역 자연생태계 전반에 걸쳐 종합적인 보고서를 수립한 것은 그 의미가 남다르다"며 "하지만 청와대와 국무총리실은 '논란'의 소지를 핑계로 이 보고서를 묵살·은폐하고 조사를 중단시켰다"고 지적했다. 이 단체는 "노무현 정부는 정부 내 다양한 의견이나 조사 결과조차 수용하지 않는 비민주적인 정부임을 스스로 입증한 셈"이라고 덧붙였다.
  
환경부가 2004년 6월에 발간했으나 묵살된 '새만금 하구역 자연생태계 조사보고서'. ⓒ프레시안

  이 단체는 "이미 노무현 정부는 환경부, 해양수산부 등 사실상 새만금 간척 사업에 대해 다른 의견을 갖고 있는 정부 부처 의견을 끊임없이 묵살해 왔고, 이번 보고서 은폐를 통해 그 사실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며 "노무현 정부가 말로는 환경을 얘기하면서도 환경을 전혀 책임지지 않으려는 반환경적인 정부임을 분명히 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단체는 마지막으로 "정부 부처 내에서도 이견이 존재하며 대다수 국민들도 이해하지 못하는 간척 사업을 전라북도의 여론을 핑계로 끝끝내 밀어붙이려는 노무현 정부에게 다시 한번 경고한다"며 "지금이라도 정당성을 상실한 새만금 사업을 중단하고 대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농촌공사는 3월 24일부터 한 달 동안 새만금 방조제 33㎞ 가운데 마지막 남은 2.7㎞에 대한 물막이 공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와 별도로 새만금 소송이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법원은 1심에서는 환경단체의 손을 들어줬으나, 지난 12월 21일 2심 판결에서는 농림부와 한국농촌공사의 편을 들었다.
  
  최대 60만 마리 희귀철새 생존 위협…국제 환경보호 노력에 '찬물'
  
  이번에 환경단체에 의해 공개된 환경부 보고서는 2003년 6월부터 2004년 6월까지 1년에 걸쳐 환경부 산하 국립환경연구원(현 국립환경과학원)에 의해 작성됐다. 이 보고서는 새만금 사업에 따른 환경 파괴의 심각성을 경고하고 있다.
  
  보고서는 우선 "새만금 방조제가 완공되면 20만~60만 마리의 도요·물떼새의 생존이 심각한 위협을 받게 된다"고 지적했다. 방조제가 완공돼 해수 유통을 인위적으로 조절하게 되면 갯벌과 저서동물 등이 줄게 되면 매년 20만 마리 이상의 철새를 부양할 수 없게 된다는 것. 실제로 서해안 지역의 대규모 간척 사업으로 조성된 시화호, 금강호, 영산강호 등에서는 갯벌이 사라진 후 도요·물떼새는 자취를 감췄다.
  
  새만금 방조제가 완성돼 넓은 면적으로 호수가 생기면 많은 수의 겨울 철새들이 날아와서 오히려 철새 도래지가 생긴다는 일부 주장도 반박됐다. 이미 새만금 갯벌에는 오리류를 중심으로 7만 마리 이상의 겨울 철새가 날아오는 지역이기 때문에 새로운 철새 도래지가 생긴다고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저서동물이 줄어 도요·물떼새가 찾아오지 않게 되면 국제적으로 생물종의 다양성이 높은 지역을 보존하려는 정책과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또 "새만금 갯벌에는 문화재청에서 천연기념물로 지정한 저어새·노랑부리저어새·큰고니·검은머리물떼새가 도래하고 있으며 이 외에도 국제 보호종이며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종 및 보호종인 큰기러기·가창오리·넓적부리도요·검은머리갈매기 등이 대량으로 서식하는 지역"이라며 "습지보전법, 자연환경보전법, 문화재보호법, 조수 보호 및 수렵에 관한 법에 의거해 필히 보전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새만금 갯벌 경제적 가치 '아무도 몰라'…지역 경제 황폐화될 것
  
  보고서는 새만금 갯벌의 경제적 가치도 지적하고 있다. 보고서는 "새만금 갯벌에는 상업적으로 이용되는 종들이 다수 서식하며 특히 말백합은 우리나라 전체 생산량의 70%가 새만금 지역에서 수확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그간의 환경영향평가에서 생물자원에 대한 조사가 철저하지 못했다는 것을 염두에 두면 경제적 가치는 더욱더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새만금 간척 사업으로 중장기적으로 지역 주민들이 극심한 경제적 고통을 겪게 될 가능성도 예고됐다. 새만금 갯벌에 서식하는 백합을 위시한 가무락, 바지막, 동죽 등은 이미 지역 경제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 종이다. 이 종들은 새만금 지역의 환경이 변화하면 사라질 게 확실시되기 때문에 지역 주민들이 큰 피해를 보게 되리라는 것이다.
  
  새만금 갯벌의 환경 변화는 나아가 연안 사업에도 직접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새만금 지역 연안과 외해의 유용 어종 가운데 60~70%가 산란, 번식 장소로 새만금 갯벌과 하구역을 직접적으로 이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갯벌이 파괴되면 이들 어종의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새만금 갯벌에 의존하는 주요 어종은 꽃게, 전어, 멸치, 삼치, 대하, 주꾸미 등이다.
  
  갯벌 퇴적물 부패해 '죽음의 호수' 될 수도…물막이 공사 전 정밀 조사해야
  
  한편 보고서는 물막이 공사 후 '새롭게 갯벌이 형성된다'는 일부 주장 역시 일축했다. 단순한 물리적 입자로서 퇴적층이 형성되는 것이 자연적인 갯벌이 갖는 기능까지 보유한다는 말은 아니라는 것이다. 즉 새만금 방조제가 완공되면 필연적으로 현재 갯벌 생태계의 파괴는 불가피하고 그것은 엄청난 생태적, 경제적 가치의 손실로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더 큰 문제는 갯벌 퇴적물이 부패하는 과정에서 수질 오염을 가속화하리라는 전망도 제시됐다. 보고서는 "갯벌 퇴적물은 일반 토양의 100배 가까이 유기물의 함량이 높다"며 "이러한 유기물은 산소와 접하지 않으면 급격히 부식돼 각종 오염 가스 및 물질을 배출해 수질 오염을 가속화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경우 새만금 담수호 전체가 '죽음의 호수'가 될 것이라는 일부 생태학자의 음산한 예언이 현실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보고서는 새만금 갯벌의 생태적 중요성에 비해 그간의 환경영향평가가 얼마나 주먹구구식이었는지를 보여줬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방조제 공사 완공에 앞서 새만금 갯벌의 자연생태계에 대한 정밀 조사가 선행되지 않으면 훗날 '뼈저린 후회'를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강양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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