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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왕 "日,전쟁의 무서움 잊어"

 

“일본이 전쟁의 무서움 잊어가고 있다”


[한겨레] 아키히토(72) 일왕은 일본이 전쟁의 무서움을 잊어가고 있는 것을 우려했다고 영국 <더타임스>가 7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아키히토 일왕이 아시아 3개국 순방에 앞서 6일 연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매우 솔직한 대답을 했다며, 일본이 1930년대 일본을 지배했던 우익의 폭력과 군군주의 압정으로 돌아가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고 전했다.

아키히토 일왕은 “지난 전쟁에서 일본인을 포함해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 그 일은 아무리 생각해도 가슴이 아프다. 우리는 이런 역사를 결코 잊어서는 안 되며, 각 국민이 협력해 전쟁 없는 세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전후 60년이 지나 전쟁 경험이 없는 사람들이 많아진 지금, 이것이 몹시 우려된다”고 말했다.

아키히토 일왕은 최근 애국심 교육을 강화하는 교육기본법 개정 움직임과 관련해 아시아 나라들에서 군국주의 회귀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선, 헌법상 이유를 들어 발언을 삼갔다. 그러나 그는 당시와 지금은 상황이 크게 다르다면서도, “(일본이 전쟁으로 달려가던 시기인) 1930년부터 36년까지 정치지도자들에 대한 습격이 잇따라 전·현직 총리 4명이 숨지는 사태가 발생했다”며 “당시 정치인들과 국민들은 자유롭게 말하기가 매우 힘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런 시대가 있었다는 사실을 많은 일본인이 마음에 새겨 두번 다시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나갈 것을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전쟁에 반대하고 평화를 유지해 나가는 것이 세계 속의 황실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아키히토 일왕의 이런 발언은 최근 일본 우익들이 주도하는 국가주의 강화 움직임에 대한 비판적 견해를 간접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2004년 국기 게양·국가 제창 교육을 충실히 하고 있다는 한 우익 인사의 발언에 대해, “강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으며, 한국과의 우호관계를 고려해 자신이 고대 백제계의 후손임을 밝힌 바 있다.

일본 언론들은 일왕의 6일 기자회견을 보도하면서 외유 계획을 간단히 전하는 데 그쳤다. 일왕 부처는 15일까지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타이를 순방하기 위해 8일 오전 정부 전용기편으로 출국했다.

도쿄/박중언 특파원 park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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