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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은 왜 핸들만 잡으면...

 

[한국에 살아보니] 핸들만 잡으면 왜…

〈호사카 유지/ 세종대교수·일본학〉

나는 어렸을 때부터 한국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갖고 있었다. 그것은 주로 아버지의 영향 때문이었다. 아버지는 당시 렌즈회사를 경영하면서 가끔 렌즈학회에도 참석하셨는데 그때 만난 한국인 모 교수님에 대해 ‘훌륭한 인격자’라고 칭찬하셨다. 나는 그때부터 ‘대부분의 일본사람보다도 인격자인 한국사람’에 대해 관심을 가졌다. 그리고 그것이 유교적 교육에 의한 결과라는 것을 한국에 와서 확인할 수 있었다. 나는 일본에서 자라는 동안 한국과의 좋은 만남을 많이 가졌고 마침내 한·일관계 연구를 위해 한국으로 거처를 옮기게 되었다.

흔히 한국인의 운전스타일은 거칠어서 교통사고 비율이 세계적으로 높다고 한다. 나는 여기서 운전을 배웠기 때문에 내 운전스타일 자체가 한국식이라고 생각하지만 한국의 교통문화에서 느낀 점을 몇 가지 말하고자 한다.

한국에서는 많은 차들이 다른 차를 향해 빔 라이트를 자주 쏜다. 나는 이것을 처음 보았을 때 상당히 놀랐다. 일본에서 빔을 날리는 행위는 ‘야! 차에서 내려! 주먹으로 싸우자!’에 가깝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도 18년째 한국에 살면서 적당히 빔을 쏘는 타이밍을 배우게 되었다. 그리고 또 자주 경험하는 스트레스가 있다. 좁은 길에서 차 두 대가 마주치면 서로 양보를 하지 않는 것이다. 결국 기 싸움으로 진 쪽이 길을 비켜준다. 그러나 이런 게임은 이긴 쪽, 진 쪽 모두 상당히 스트레스를 받는다.

여성들도 핸들을 쥐면 사람이 달라지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며칠 전 좁은 길에서 내가 운전하는 차가 어떤 중년 여성이 운전하는 차와 마주쳤다. 상대 차는 내 차가 먼저 좁은 길로 들어온 것을 보면서도 갑자기 속도를 내 돌진해 온 것이다. 한 동안의 기 싸움 끝에 그 여성은 길가에 있는 조그만 여유 공간으로 차를 비키라고 나에게 손짓을 했다. 내 차는 그녀의 차보다 훨씬 작고 낡았다. 나는 기 싸움을 그만두고 비켜주었다. 당연하다는 듯 그 차는 말없이 지나가 버렸다.

차를 타면 사람의 인격이 달라진다고 한다. 또한 나는 한국의 좋지 않은 교통문화가 사람의 인격에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신호등이 아직 빨간데도 뒤에 있는 차들이 빨리 출발하라고 경적을 빵빵 울리는 경우가 많다. 앞차에 있는 운전자들은 화가 날 경우가 있을 것이다. 차를 타면서 차창에서 종이, 담배꽁초 등을 아랑곳없이 버리는 광경을 흔히 본다. 특히 앞차에서 날아오는 종이는 교통사고를 유발시킨다.

일본에선 중앙선이 흰색으로 칠해진 도로가 상당히 많다. 그것은 마음대로 U턴 해도 된다는 표시이다. 그러나 한국의 중앙선은 거의 노란색이고 U턴 지정장소까지 가야만이 U턴을 할 수 있다. 그런데 가도 가도 U턴 표시가 없는 도로가 있다. 아직 일본식으로 중앙선을 흰색으로 하기엔 이르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듯하다. 그러나 지나친 규제가 사람을 피곤하게 하여 오히려 위반하게 만들고 있다고 본다. 한국인의 준법정신을 믿고 준법하기 쉬운 환경을 조성해 나가는 것 또한 상당히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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