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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풀러신학교 총장 "'예수천국 불신지옥' 전도 당...

 

“예수천국 불신지옥 전도 당혹스럽다”

[한겨레] 한국 목사들 가장 많이 유학한 학교
“종교 다르다고 남 화나게 하는 건 옳지 않아”


미국의 저명한 신학자 리처드 마우(67) 풀러신학교 총장을 만났다. 풀러신학교 한국총동문회가 열린 지난달 28일 서울 서초구 양재2동 교육문화회관에서였다. 풀러신학교는 미국 개신교 복음주의권의 총본산이자 한국 목사들이 가장 많이 유학한 학교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을 지낸 박종순, 길자연 목사와 서울 강남 소망교회 곽선희 목사, 광림교회 김선도 목사, 금란교회 김홍도 목사, 광성교회 김창인 목사 등 내로라하는 교회의 주요 목회자들 상당수가 이 학교를 거쳤다. 얼마 전 한국을 찾은 릭 워런 목사도 이 학교 출신이다.



마우 총장은 복음주의권 목사들을 길러내면서도 〈무례한 기독교〉와 〈왜곡된 진리〉 등의 저서를 통해 “이 세상에서 복음의 진리가 영향력 있게 전파되게 하자면 성도들은 타인을 향해 일반적인 정중함을 뛰어넘어 그리스도를 닮은 정중함을 지녀야 한다”고 설파하고 있다. 자신을 적대하는 사람까지도 품을 수 있는 친절하고 온유한 정신, 즉 시민교양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도심의 경우 한 건물 안에 교회와 절이 함께 있을 만큼 세계 유일의 다종교 사회인 한국만큼 그의 종교적 ‘시민교양’이 필요한 곳은 없다. 그래서 “며칠 전 서초구 방배동의 한 건물에 입주한 교회가 기존에 있던 절의 간판을 치워버린 적이 있는데, 이를 어떻게 보는가?”라고 물었다.

그는 “교회 교인들이 비문화적인 사람들이었던 것 같다”며 이교도들을 전도했던 바울 이야기를 해주었다. “바울은 이교도에 대해 우상을 섬기고 있다고 비난하기보다는 종교성과 영성을 인정하면서 대화에 나서 ‘당신의 종교 시인 가운데도 이런 말을 한 분이 있지 않으냐’면서 예수의 복음을 함께 전했다”는 것이다. 그는 또 “한 가족 내 다른 종교인이 모여 있는 경우”에 대해서도 그 나름의 방법을 제시했다.

“풀러신학교에 온 한 한국인 학생이 ‘가족의 장례식 때 불교도인 가족이 향을 피우려고 할 때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고민을 상담해 좋은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그런 예식뿐 아니라 휴일에 가족이 모일 때 종교가 다르다고 참석을 하지 않아 가족들을 화나게 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다. 다른 종교를 가진 가족들이 자기들 나름대로 기도를 하게 한 이후 기독교의 기도에 대해서도 자연스럽게 얘기해줄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게 좋다. ”

그는 또 거리와 지하철, 버스 등에서 “예수 천국, 불신 지옥”을 외치며 전도하는 이들에 대해선 “미국에서도 새해 첫날 거리에서 꽃차 행렬을 벌일 때 어떤 사람들이 그런 피켓을 들고 뒤따르는 것을 보면 너무나 당혹스럽다”며 “풀러신학교에선 올해 슬로건을 ‘겸손하게 하나님과 동행하는 것’으로 삼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복음주의권에서 강렬히 반대하는 동성애자 문제도 짚었다. 마우 총장은 “풀러신학교에선 신학적으로 동성애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전제하면서도 “목회자적 견지에선 성적 소수자들을 긍휼히 여기고 이해하려고 하는 자세가 좋다고 본다”고 말했다.

인내와 겸손, 느림을 강조하는 복음주의 정통 신학자의 ‘복음’이 승리주의에 매몰된 우리나라의 복음주의 목회자들로부터 어떤 반응을 불러올지 주목된다. 마우 총장은 신촌성결교회, 여의도순복음교회, 제자교회와 서울신대, 한세대, 백석대, 총신대 등에서 설교한 뒤 오는 9일 출국한다.

글·사진 조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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