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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 半값이면 충분하다] 왜 이렇게 비싼가

 

[한우 半값이면 충분하다] 왜 이렇게 비싼가





왼쪽부터 1등급, 2등급, 3등급 한우. 지방 분포와 색깔에서 차이를 보인다.


한우 유통구조는 크게 6단계로 나뉜다. 축산농가에서 키운 한우가 우시장 → 경매시장 → 도축장 → 도매상 → 정육점을 거쳐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구조다. 소비자가 지불하는 최종 가격은 단계별 과정을 거치며 붙은 마진이 합쳐진 금액이다. 업계에선 “유통 마진을 종합하면 원가 대비 400%에 달한다”고 공공연히 말한다. 대체 한우의 유통구조가 어떻기에 이렇게 마진 폭이 커지는 걸까?
한우 농가가 소장사에게 넘기는 생우(살아있는 소) 가격은 1㎏당 평균 7900원(10월 횡성 기준) 선이다. 100g에 790원꼴인 셈이다. 하지만 이 생우가 도축돼 소비자에게 전달되면 등심 100g에 평균 6200원(대형할인점 9월 기준), 고급 식당에서 판매될 경우엔 등심 150g(1인분)에 3만~5만원대로 값이 뛰어오른다. 100g 단위로 환산하면 약 2만~3만3000원에 달하는 엄청난 금액이다.
살아있는 소에는 뼈·내장·지방·피·가죽 등 ‘구이’로 쓰이지 않는 부위가 포함돼 있다. 따라서 도축해 부위별로 분류한 식육 가격과 생우 값을 직접 비교하기는 어렵다. 게다가 식당에서 팔리는 부위는 등심·안심·안창 등 특정부위에 한정돼 있다. 우선 문제는 여기에서 발생한다. 소 한 마리를 잡아도 등심은 30~40㎏밖에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도축 전문가는 “600㎏짜리 소 한 마리를 잡아도 인기 있는 부위는 100㎏이 안 된다”며 구체적으로 “등심 30~40㎏, 목심 10~20㎏, 안심 5~6㎏, 치마 7~8㎏, 제비·토시·안창 합쳐 3~4㎏ 이상 나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소 한 마리에서 나오는 고기의 총량은 소 무게의 40% 가량”으로 보고 있다. 이 기준에 따르면 600㎏짜리 소에서 나오는 고기는 240㎏ 안팎이며, 그 중 상품성이 높은 부위는 100㎏이 채 되지 못한다는 얘기가 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인기 있는 부위는 금방 팔리지만, 그렇지 않은 부위는 냉동보관해야 한다”며 “냉동시키면 가격이 떨어질 뿐 아니라 자금이 묶이게 되기 때문에, 등심같이 잘 팔리는 부위에 가격을 더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소를 넘겨받은 소장사는 약 5%의 마진을 붙여 우시장으로 넘긴다. 1㎏당 7900원에 거래된 생우가 1㎏당 8200원 안팎으로 값이 살짝 오르는 것이다. 도매업자는 우시장에서 소를 사서 도축장으로 넘긴다. 요즘엔 할인점 같은 대형업자가 농가로부터 직접 소를 사서 도축을 의뢰하기도 한다. 도축비는 평균 18만~29만원 선으로, 증지대·가공비·골발비(뼈 바르는 비용)·족탈모비(털 제거 비용) 등이 포함돼 있다. 도축을 거쳐 부위별로 나뉜 한우는 곧바로 상품화가 가능하다. 이렇게 상품화할 수 있는 ‘고기 값’의 총액은 생우 값의 약 2배. 직접 소를 사서 도축을 의뢰한 업자는 이 과정에서 100% 안팎의 마진(인건비 등 부대비용 포함)을 보게 된다.
경우에 따라선 살아있는 소를 중심으로 경매가 열리기도 한다. 경매는 서울 가락동, 경기 안양·부천 등의 경매시장에서 이뤄진다. 업계 전문가는 “경매는 속성상 수급량과 공급시기에 따라 값이 출렁일 수밖에 없다”며 “따라서 할인점 같은 대형 바이어는 (경매에 참여하지 않고) 농가에서 직접 소를 사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서울 마장동 같은 대형 도매상도 농가로부터 직접 소를 구매해 도축하는 경우가 많다. 업계 전문가는 “대형 도매상은 브랜드보다 가격 경쟁에 중점을 두기 때문에, 경매와 직매를 가리지 않고 사들이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직접 소를 사서 도축할 경우엔 우시장이나 경매상의 마진만큼 (도매상이나 대형 유통업자의) 이익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동네 정육점은 일반적으로 도매상에서 한우를 들여온다. 업계에선 정육점 평균 마진을 약 40% 안팎으로 보고 있다. 소비자가 정육점에서 한우를 사 먹을 경우, 등심 가격은 100g당 평균 6000~7000원 선(10월 기준)에서 형성된다. 하지만 고급 식당에서 먹을 경우엔 100g당 2만~3만3000원꼴로 가격이 뛰어오른다. 임대료·인건비·부자재비 등 각종 비용이 포함된 값이다. 업계에선 도축장 이후 단계별 마진폭을 평균 30% 안팎으로, 마진의 총계를 약 400% 정도로 보고 있다.
축산업자들은 현재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송아지 값에 주목하고 있다. “소를 키워도 희망이 없을 것이란 판단이 들면, 농가는 가장 먼저 송아지를 처분한다”는 것이다. 한 업자는 “키우는 데 시간이 걸리는 송아지를 우선 팔고 그 다음엔 암소, 수소의 순서로 처분한다”며 “송아지 값 하락은 소 값 하락의 신호탄”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유통단계를 줄여 한우 값을 내려야만, 소비자에게도 이익이 돌아가고 축산농가도 살 수 있다”고 역설했다.
미국 소고기가 들어온 뒤로 한우 송아지 값은 평균 279만원(2006년 10월, 농협)에서 205만원(2007년 10월 현재)으로 26% 떨어졌으며, 암소 값은 평균 521만원(2006년 10월, 농협)에서 466만원(2007년 10월 현재)으로 11% 하락했다.
한우 등급
유통과정에선 60개, 먹을때는 5개뿐
한우 등급은 육질에 따라 1++, 1+, 1, 2, 3등급의 5단계로 나뉜다. 정부에 소속된 평가사가 지방분포도(마블링)와 고기색깔, 지방색깔 등을 기준 삼아 주관적으로 판단한다. 따라서 평가사에 따라 미세한 차이를 보일 수도 있다. 등급은 실 같은 지방이 촘촘하게 퍼져 있을 수록, 고기가 선명한 선홍색일수록, 지방이 흴수록 높은 등급을 받는다.
여기까지가 일반 소비자가 알 수 있는 한우등급이다. 하지만 업자들 사이에선 보다 더 복잡한 등급이 적용되고 있다. 육질 외에 육량 기준을 추가해, A B C D의 4개 군으로 다시 세분화한 것이다. 육량은 소 한 마리에서 나온 고기의 총 무게, 등지방 두께, 등심 단면적 등을 종합해 평가사가 지수화한다. 한우의 가슴과 허리 사이에 있는 ‘배최장근’을 가로로 자른 뒤, ‘가로×세로 1㎝’ 단위로 표시된 자를 사용해 고기와 지방의 단면적을 재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어떤 한우가 육량에서 A급을 받았다면, 이 한우는 육질에 따라 다시 A++, A+, A1, A2, A3의 5개 등급으로 분류된다. A~D까지 4개군이 있으니까, 한우 등급은 총 20개로 세분화되는 것이다.
소는 암소, 거세소, 황소의 3종류로 대별된다. 따라서 한우의 총 등급은 3종류×20등급=60개의 등급으로 나뉘게 된다. 한 전문가는 “한우의 등급분류는 매우 복잡하다”며 “소비자들이 알고 있는 1++, 1+, 1, 2, 3등급의 5단계는 ‘이해를 돕기 위해’ 간소화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미세한 등급 차이는 전문가들도 식별하기 어렵다”며 “수입소와 한우의 차이 역시 (먹어보지 않고) 눈으로만 봐선 알기 힘들다”고 했다. 그는 “일반인이 등급 차이나 한우·수입소 여부를 식별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한우, 국내산, 육우, 젖소…
모두 다 다른 소
외국 소를 사다가 국내에서 키우면 한우일까, 여전히 수입소일까? 육우와 젖소는 어떻게 다른 걸까? 외국에서 사다가 국내에서 6개월 이상 키운 소는 한우가 아니다. 하지만 ‘국내산’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국내산 육우’다. 그러니까 젖소를 사다가 6개월 이상 키우면 ‘국내산’이라고 표기해 팔 수 있다. ‘외국에서 수입해온 젖소지만 국내에서 키웠다’는 의미다. 하지만 6개월이 안된 외국 소는 ‘수입산’이라 표기해야 한다.
한우는 소위 말하는 ‘누렁이’뿐이다. 따라서 소비자가 소고기를 살 땐, 한우와 국내산을 제대로 구별해야 한다.
젖소와 육우 역시 구별해야 한다. 육우는 외국에서 들여온 수컷 젖소와 새끼를 낳지 않은 처녀소를 가리킨다. 반면 젖소는 ‘외국에서 들여왔지만 우유 생산을 마치고 도살된 소’를 뜻한다. 그러니까 한우, 국내산, 육우, 젖소는 모두 다 다른 소를 가리키는 말이다.

/ 이범진 기자 bomb@chosun.com
사진= 조영회 조선영상미디어 기자 remnant@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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