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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당선자가 빠지고 있는 3가지 함정

 

이명박 당선인이 빠지고 있는 3가지 함정

[머니투데이 홍찬선기자] 새해 들어 정권이 바뀌고 있다는 것을 확실히 느낄 수 있다. 권력의 중심이 청와대에서 인수위(대통령직 인수위원회)로 급격히 옮겨가고 있다. 참여정부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국정철학에 충실했던 정부부처가 “공무원은 영혼이 없다”며 인수위와 ‘코드’를 맞추려고 노력하고 있다. 권력이동(Power Shift)이란 게 이런 것이구나 하는 것을 생생하게 느끼게 한다.

권력이동과 권력의 중심에는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있다. 이 당선인은 17대 대통령 선거가 있었던 작년 12월19일 전까지는 ‘나라의 주인’인 유권자에게 표를 호소하는 낮은 위치였지만, 이제는 ‘나라의 주인’들의 위에서 권력의 기쁨을 만끽하고 있는 듯한 양상이다. 그의 말은 곧 법이 되고(일자리를 많이 만든 기업인이 공항 귀빈실을 이용하게 하겠다고 하면 그대로 되는 등…), 그의 행동은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그의 시시각각 일정은 그대로 뉴스가 된다).

이런 권력의 맛을 너무 일찍 향유한 때문일까, 이 당선자와 그의 주위에선 벌써 권력자의 오만함을 느낄 수 있는 것들이 드러나고 있다. “국민을 섬기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했던 그의 당선 일성은 이제 ‘TV 녹화 화면’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과거가 되고 있는 양상이다. 이 당선인을 유혹하는 3가지 함정에 빠져들고, 그것 때문에 ‘잃어버린 10년’을 되찾았지만 또다시 잃어버린 10년으로 연결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나오기까지 한다.

이 당선인이 빠지고 있는 첫 번째 유혹은 ‘좁은 인재풀의 함정’이다. 지금까지 드러난 이 당선인의 인재풀은 △고려대 △소망교회 △대선 공신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 당선인은 지난 4일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고대교우회에 참석했다. 당초에는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가 막판에 가기로 결정한 파격이었다. ‘고대의 지원’이 필요했을지 모르지만, 고대를 나오지 않은 훨씬 더 많은 국민의 눈으로 볼 때는 부절적한 참석으로 여겨진다.

소망교회를 함께 다닌 사람들과 대선에서 활약한 사람들이 인수위를 장악하고, 차기 정부의 총리와 장관 및 청와대 비서실의 중요자리에 하마평으로 오르내리고 있다. 대선을 승리로 이끌어 정권을 잡는 데 기여했고, 10년 이상 같은 교회를 다니며 익숙해진 사람들을 중용하는 것은 당연할지 모른다.

하지만 대선에서 승리한 것은 창업(創業)이라고 한다면 취임해 대통령의 역할을 잘 한 뒤 정권을 재창출하는 것은 수성(守城)이라고 할 수 있다. 창업도 중요하지만 수성은 훨씬 더 중요하다. 창업은 이미 과거의 일이지만 수성은 현재와 미래의 일이기 때문이다. 창업에는 창업을 위한 인재가 필요하지만, 수성에는 수성에 적합한 인재가 있다. 창업 인재의 좁은 틀에서 벗어나 수성용(守城用) 인재를 널리 구하는 것, 이 당선인이 좁은 인재의 함정에서 벗어나는 길이다.

둘째 ‘승자의 오만’이란 함정이다. 싸움에서 이긴 사람은 싸울 때의 어려움이나 겸손을 잊고 이 세상의 모든 것을 가진 것처럼 무례하게 행동한다. 상대를 무시하는 거친 말과 이런 행동은 예리한 칼날이 되어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후벼 파고, 상처를 입은 사람들의 마음이 떠남으로써 승리는 오래가지 못하고 패배로 이어지는 경우가 수도 없이 많다.

이 당선인은 지난 대선에서 48%가 넘는 지지율로 당선됐다. 2위보다 거의 2배나 많은 ‘더블 스코어’로 이겼다. 이런 자심감이 자칫 ‘승자의 오만’으로 연결되면 그를 찍어주지 않은 유권자는 물론 찍어준 사람마저 등을 돌릴 수 있게 만들 수 있다.

이 당선인은 48%의 의미를 항상 되새겨야 한다. 유권자 중에서 정말 이 당선인이 좋아 표를 준 사람은 48%보다 훨씬 낮다.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실망과 어려운 경제를 살리라는 시대정신을 현실화하라는 기대감이 BBK사건 등으로 흠집난 도덕성을 누르고 그의 지지율로 나타났다. 그를 지지한 유권자 중 많은 사람들이 이 당선자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지지를 철회할 수도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뜻이다.

압승을 거둔 것처럼 오만해져 국민들의 여론을 제대로 수렴하지 않고 논란에 쌓인 정책을 밀어붙일 경우 뜻하지 않은 저항에 부딪칠 수 있다.

부동산 정책에 완급을 조절한 것처럼 한반도운하 등은 충분한 논의를 거쳐 추진해야 할 것이다. 또 대선에서 적군으로 싸웠던 사람은 물론 ‘싸움판’에 뛰어들지 않겠다며 재야에 묻혀 있는 많은 인재들을 찾아가 삼고초려(三顧草廬)의 정성을 보여야 할 것이다. 이 당선자가 취임 일성으로 밝힌 ‘섬기는 리더십’이 구호로 끝나는 것은 국민과 이 당선인에게 비극이 될 것이다.

셋째 ‘숫자의 함정’이다. 이 당선인이 경계해야 할 숫자의 함정은 2가지다. 하나는 대선 공약으로 내건 ‘747’이고, 다른 하나는 ‘국회의원 과반수’이다. 경제성장률을 7%로 끌어올리고 1인당 국민소득을 4만 달러로 높이는 것 자체에 토를 달 사람은 하나도 없다. 하지만 경제는 성장률을 인위적으로 끌어올리려고 하면 부작용이 있다는 것을 이 당선인 스스로가 잘 알 것이다. 서브 프라임 문제와 유가 100달러 시대 등으로 해외 경제가 불안한 데 우리만 7% 성장률을 달성하는 것은 불가능한 목표일 수 있다. 성장도 중요하지만 성장의 내용, 즉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이 더 중요하다.

오는 4월 치러지는 총선에서 국회의원 과반수를 확보하는 것은 안정적 국정운영을 위해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과반수 확보를 위해 무리하게 되면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많을 수 있다. 대통령은 국회의원 수로 정책을 하는 것이 아니라 나라의 주인인 국민의 뜻을 헤아리고, 국민의 살림살이를 나아지도록 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실행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노무현 대통령이 국회 과반수를 확보하지 못해 정책에 실패한 것은 절대 아니다.


홍찬선기자 h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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