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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우리말 만드는 법을 두고 - 무엇을 나타내고자 하는가

* 이 글은, 얼숲(페이스북)에서 '박기효' 님께서 '돔구장을 우리말로 하면 무엇으로 바꿀 수 있을까'하는 물음에 답을 하면서 쓴 글입니다.

말을 만드는 데는 여러가지를 살펴야 한다고 봅니다.
새 말은 만들 때는, 무엇을 나타내고자 하는가, 어디서 쓰는가, 거기에다가 가끔은 누가 쓰는가 같은 것도 살펴야 한다고 봅니다.
보기를 들어 우리가 흔히 '별'이라 하면 해, 달, 지구 같은 건 빼고 하늘에 반짝거리는 행성을 '별'이라 합니다. 하나 천체학에서는 스스로 빛을 내는 것만 '별'이라 한다고 합니다. 또 다르게는 태양이나 지구, 달도 '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좀 다른 보기로, 어떤 사람이 있는데 그 사람은 집에 가면 '어머니'요, 일터에서는 자리(직책)에 따라 불립니다. 어른들 앞에서는 '며느리'고 아비어미에게는 자식이며 동무들끼리는 그냥 이름으로 불립니다.
이처럼 어떤 것을 어떻게 보는가에 따라 말이란 것이 여러가지로 부를 수 있습니다.

'돔구장'은 뭉뚱그려 보자면 그냥 경기장입니다. 경기장 안에서도 지붕이 둥근 공놀이를 하는 마당을 돔구장이라 합니다.
따라서 보통은 경기장에 걸맞게(보기를 들어, '공놀이마당', 공놀이판' 혹은 줄여서 '공놀마당', '공놀판'...-'공놀판'은 소리가 좀 어줍습니다, 그죠?^^) 부르면 될테고 공놀이만을 할 량으로 특별히 만든 곳이라면 '공놀이마당', 그게 아니고 주로 공놀이를 많이 하지만 여러가지[다목적]로 쓰는 곳이라면 역시 뭉뚱그려 경기장에 걸맞게 부르면 될 것이라 봅니다.
거기다가 '돔'은 '둥근 지붕'을 얘기하는 것이지만 '둥근 지붕'을 다 쓰면 말이 길어지고 '둥근'만 붙이면 지붕모양이 아니라 마당 모양이 둥근 것과 헷갈립니다. 따라서 이럴 때는 차라리 '볼록'이라 하던지 다른 말을 찾으면 좋을 것입니다.(사투리까지 뒤져보면 아마 딱 들어맞는 말이 있을 것입니다. 우리에게 둥근지붕이 없지도 않았을텐데...^^)

제가 드리고자 하는 말씀은, 무엇을 나타내고자 하는가에 따라 여러가지가 될 수 있을 거라는 것과 무엇을 도드라지게 나타낼 건가에 따라 여러가지로 쓰일 수 있을 거란 것입니다.(어차피 이름은 누구 한 사람이 바로 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니 말이지요...^^)

덧붙여서, 말글살이까지를 생각해서 '구장'을 당장 '공놀이마당'같이 쓰기가 어렵다면 조금 물러나서 '볼록구장' 같이도 쓸 수 있을 것입니다.(우리말과 들온말을 섞어쓰는 것은 그리 좋은 말 만드는 법은 아니라 봅니다만...^^;)
혹은 좀 길지만 '둥근지붕공놀이마당'이라고 쓰다보면 누군가가 편하게 줄여줄지도 모르지요... 그러면서 새롭고 좋은 말이 생겨나는 거 아니겠습니까...^^

* 이 글은 http://2dreamy.tumblr.com/post/9730535592 에도 함께 실려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