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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한글날'을, 소중한 말과 글을 되새기는 '한말글날'로!

레이디스 앤 젠틀먼, 투데이 원데이 하우 어바웃하셨습니까?
유어가 알다시피 투데이는 한글데이입니다.
한글날을 맞아 아우어 한글을 러브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혹시 좀 이상하신가요?
그럼 이렇게 바꿔 보겠습니다.

신사 숙녀 제위, 금일 평안하셨습니까?
제위께서 숙지하다시피 금일은 한글날입니다.
한글날을 대하여 우리 한글에 애정을 담보하여야 할 것입니다.

좀 편안하신지요?
하지만, 이렇게 바꾸면 어떻습니까?

紳士 淑女 諸位, 今日 平安하셨습니까?
諸位께서 熟知하다시피 今日은 한글날입니다.
한글날을 對하여 우리 한글에 愛情을 擔保하여야 合當할 것입니다.

이것이 우리말글살이 모습입니다.(밝히자면 저 역시도 글을 쓸 때는 이와 비슷했습니다. 입말하고는 다른 글월꼴[문어체]이라고 하지요...)

오늘 565돐 한글날을 맞아 김황식 국무총리가 축하말을 한 신문 소식은 이렇습니다.

김황식 國務總理는 慶祝辭에서 “한글은 만들어진 날과 創製 理念, 그리고 創造 原理가 明確한 우리의 자랑스러운 文化遺産”이라며 “世界에서도 한글은 가장 獨創的이고 科學的이며 優秀한 文字로 손꼽히고 있다”며 한글의 優秀性에 對해 强調했습니다.

한자말을 다만 한글로 적은 것인 뿐입니다.
혹시라도 이것이 괜한 트집이라고 생각하신다면 이것은 어떻습니까?

김황식 국무총리는 경축 스피치에서 "한글은 메이크한 데이와 인벤트 마인드, 앤드 인벤트 프린시플이 클리어한 우리의 프라우드한 컬처럴 헤리티지"라며 "월드에서도 한글은 베스트 크리에이티브하고 사이언티픽하며 아웃스탠딩한 리터러처로 손꼽히고 있다"며 한글의 수피리어리티에 대해 엠퍼사이즈했습니다.

윗 글월은 우리말과 우리말투 대신 한자말과 들온말투를 썼으며 아래는 영어말을 한글로 쓴 것이라는 차이 뿐입니다.(물론 콩글리쉬-broken English-입니다만...)
물론 제가 좀 부풀려[과장]서 쓴 것입니다만, 심하기가 좀 덜할 뿐이지 저런 말투는 언론이나 방송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한글보다 영어를 먼저 배우고 영어에 목숨 거는 요즘 터울(세대)가 자라났을 때 저런 말투를 쓰지 않는다고 큰소리[장담]할 수 있겠습니까?

우리 글자인 한글은 그나마 오늘 하루라도 사람들이 눈길을 주지만, 우리말은 어떻습니까?
한글만 소중하고 우리말은 소중하지 않은가요? 한글만 훌륭하고 우리말은 훌륭하지 않은가요?

하지만, 오늘 하루 쏟아져 나온 글들 중에는 학자, 교수, 연구원장 같은 앎이 깊고 자리가 높은 분들께서 좋은 말씀을 많이 해 주셨는데...
한글을 얘기하면서(한글날이니 한글날에 '한글' 얘기를 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겠지만...) 혹은 우리말을 얘기하면서 우리말투로 우리말을 칭찬한 글은 찾아보기가 어려웠습니다.
글자로써 한글날은 있는데, 말로써 우리말날은 없어서 그런가요?

저는 그래서, '한글날'이 말(우리말, 한말)과 글(한글)을 함께 되새기는 '한말글날'이 되었으면 합니다.

글자가 몸이라면 말은 얼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글자인 한글과 우리말(한말)에는 바로 우리 문화와 얼이 녹아 있습니다.
부디 '한글날' 하루 만이라도 우리말과 우리말투에도 눈길을 주시면 좋겠습니다.

* 그림은 '군대에서 자주 쓰는 일본어'와 http://yejjjang.blog.me/150095152873 에서 빌려 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