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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5.08.06 가정폭력? '데이트 폭력'도 있다
세상 보기2005.08.06 00:00
가정폭력만 있나 데이트폭력도 있다!
[오마이뉴스 이은정 기자] 대학생 김미선(가명. 23)씨는 최근 남자친구와의 이별을 결심했다. 술에 취한 남자친구의 포르노 여배우 흉내를 내보라는 폭언을 듣고 깊은 상처를 입었다. 평소에도 "여자 맞느냐"면서 "예쁘지 않으면 가꾸라"는 말을 일삼던 그였다.

술에서 깬 남자친구가 엎드려 빌며 매달려 관계를 유지하고는 있지만, 언제 또 이런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생각에 고민 중이다. 예전 남자친구도 성관계를 강제하고, 용서를 구하고, 또 다시 원치 않는 성관계를 가졌었다. 모르는 사이였다면 법적 대응도 불사했겠지만, 사귀는 관계에서 일어나는 '거친' 행동이라고 생각하고 조용히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

한국여성상담센터에서 상담을 받은 한 여성. 그녀는 남자친구의 구타를 못 이기고 법원에 접근 금지 명령을 신청했다. 몸을 밀치거나 손목을 꺾기도 했고, 술을 마시면 손찌검도 했다. 헤어지는 것을 인정하지 못하는 남자친구는 계속해서 그녀와의 만남을 시도했고, 결국 신고를 할 수밖에 없었다. 데이트를 하면서 서로 피해자와 가해자의 관계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했던 탓이다.

"일상적인 데이트 폭력 심각한 수준"

미국 소아학회지 8월호에 미국 10대들이 데이트를 할 때, 각종 데이트 폭력에 노출되고 있다는 내용의 논문이 실렸다. 미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잘 드러나지 않는 곳에서, 서로가 인식하지 못한 채 데이트 폭력은 공공연하게 일어나고 있다. 데이트 폭력이란 데이트 과정에서 일어난 각종 육체적, 언어적, 정신적 폭력이다. 한국성폭력상담소에 따르면 지난해 접수된 2505건의 성폭력 가운데 7.6%인 158건이 데이트 폭력 상담으로 집계됐다.

성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언어적, 정신적인 부분까지 생각해 본다면, 무시할 수 없는 폭력이 행해지고 있다. 삼육대 서경현 교수는 지난 3일 인터뷰를 통해 "우리나라 대학생들이 데이트하면서 물건을 집어던지는 수준을 넘어선 폭력을 행사한 경험이 40%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조사결과를 밝혔다. "술을 마시고 행패부리는 것에서부터 달리는 차 안에서 사람을 내리게 하는 경우까지 있다"며 도를 넘어선 폭력행위가 일상 곳곳에 있다고 말했다. 데이트폭력상담실에서 상담을 맡기도 했던 그는 데이트 폭력 위험성에 관한 <위험한 데이트(가제)>라는 책을 집필 중에 있다.

외부로 드러나지 않는 것은 '데이트 폭력 인식 부재' 탓

하지만 이 데이트 폭력은 쉽게 외부로 드러나지 않고 있다. 김미선씨는 "다소 거친 행동이라고만 생각했지, 그것을 아주 큰 문제로 생각해서 강력한 제재를 하고 싶지는 않았다"고 말한다. 친밀한 관계이니만큼 이성 관계에서 있을 수 있는 사적인 행동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한국여성상담센터 여성주의상담팀장 이승은씨는 "데이트 폭력을 폭력이라고 인지하기가 쉽지 않다"며 "연애 관계에 있어 성폭력을 성욕 표현의 일종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그 예"라고 설명했다. 가정폭력에 대한 인식이 그러했듯이 "둘 사이의 다툼인데 무엇이 문제냐는 생각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오히려 가정폭력보다 법적으로 대응하기는 쉽지 않다. 데이트 폭력은 가족이 아닌 타인, 즉 관계 없는 사람끼리의 사건으로 처리되어 절차를 밟아가는 수밖에 없기 때문. 이혼절차처럼 겉으로 드러나지 않아서 그렇지 속으로는 많이 곪아 있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김미선씨는 "누가 내 남자친구가 폭력을 행사했다고 밝히고 싶겠냐"면서 "나처럼 폭력을 당하면 즉시 헤어지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성폭력상담실 상담원 권주희씨는 "피해 이후에도 계속 관계가 유지되어 폭력이 사이클화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그런 경우에는 2, 3차의 피해가 있을 수 있으며 법정 대응도 훨씬 어려워진다"며 데이트폭력이 외부로 드러나지 않고 묻히는 경우가 많은 이유를 설명했다. "이미 상담을 신청하는 대부분의 경우에는 가해자와 데이트를 끝낸 사람이 많다"며 "폭력행위를 폭력으로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승은씨는 "미국 뉴욕주 등에서는 가정폭력의 개념이 가족과 동거인이라는 형식적 관계가 아니라도 데이트 상대자에게도 적용된다"며 현재 법 체계를 에둘러 비판하기도 했다.

한편 '데이트 관계에서의 성적 자율성'이라는 특강을 했던 한국성건강센터 소장 홍성묵씨는 "데이트폭력은 서로를 존중하지 않는 데에서 비롯된다"며 "데이트 상대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것이 가장 큰 해결책"이라고 조언했다.

/이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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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쓴 이 :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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