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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5.01.15 올해엔 다르게 살고싶다? 1%만 나눠봐!
내키는대로...2005.01.15 00:00
올해엔 다르게 살고싶다? 1%만 나눠봐!

[한겨레] 생활을 살찌우는 기부 올가이드

많이 벌어야 나눌 수 있는 건 아니라는 거룩한 말씀은 귓등으로도 안 듣고 살았거든. 그래도 한 해의 성적표인 소득공제 신청서를 받고 보니 조금 심란하군.

카드값 1천만원! 신용불량자 되지 않은 게 다행이다. 만만찮은 병원비. 과로했군, 과로했어. 나 사실은 한 해 벌어서 한 해를 떼우는 인생 아니었을까? 올해는 좀 다르게 살고 싶어. 막 퍼다줄 만큼 여유 있는 형편은 아니지만, 열심히 일하고, 쪼개서 쓰고, 민망한 액수라도 나눠볼까? 좋은 사람들도 만나고 문화생활이라는 것도 해보고, 소득공제도 짭짤하다던데. 2005년은 다르게 살고 싶은 이들을 위한 기부의 손익계산표. 황아무개씨(30)는 딸의 돌을 앞두고 시댁과 친정식구들까지 포함한 온 가족이 강원도로 여행을 갈 계획을 세웠다. 얼마 전 친정 어머니가 한 소녀감호학교에 다녀온 후 그곳을 후원하는 게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해왔기 때문이다. 원주에서 산골짜기로 한참 들어간 그곳에 한순간의 작은 잘못으로 인해 법원에서 판결을 받고 6개월 동안 공동 생활을 해야 하는 소녀들의 공동체가 있다. 주로 부모의 보호를 받지 못해 사회에 정상적으로 진입하기 어려운 청소년들이 이곳에 머물기 때문에 후원과 관심이 절실한 곳이라 했다. 안 그래도 뷔페에서 즐겁게 흥청거리는 돌잔치가 내 딸에게는 어떤 의미가 있을지 망설이던 참이라 황씨는 기꺼이 잔치를 포기했다. 대신 어른들이 주시는 ‘돌값’을 모아 시설이 작아서 더 이상 학생들을 받을 수 없다는 이곳에 보내기로 했다. “돌에는 사진 찍고 여행 겸 해서 온 가족이 거기 가서 학생들 얼굴도 보고, 선생님들도 뵙고 그러려고요. 혹시 돈이 남으면 우면산에 딸 아이 이름으로 나무를 한 그루 심었으면 좋겠어요. 우리 딸이 자라는 세상이 희망이 있는 세상이었으면 해서요.”
 
돌값은 기부하거나 기념식수
황씨뿐만이 아니다. ‘나눔’이 생활문화로 자리 잡으면서 아예 고아원에서 돌잔치를 하며 함께 떡을 나누거나 시설의 아이들과 함께 나들이를 하는 가족, 돌값은 기부하고 돌 기념으로 여행을 떠나거나 기념 식수를 하는 부부가 부쩍 늘어났다. 김연순, 하민철 부부도 딸 주영이의 돌을 맞아 친지들로부터 받은 돌값 70만원을 아름다운 재단에 기부하고, 집에서 소박한 밥상을 차려 돌상을 대신했다.

잃은 것은 잔치요, 얻은 것은 나중에 딸에게 자랑할 만한 보람과 만족이다.

미국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사의 빌게이츠 회장이 재산의 절반을 넘는 250억달러를 교육과 사회보건을 위해 기부하고, 맥도날드 창립자의 미망인 조앤 크록은 유산 가운데 15억달러를 사회에 환원했으며, 인텔 창업자인 고든 무어 부부는 70억달러, 투자자 조지 소로스는 24억달러를 기부해 경제적 명성과 기부가로서의 명성을 함께 높여왔다. 시오노 나나미가 ‘노블레스 오블리제’라고 이름 붙였던, 고위층이 공공 봉사하고 기부·헌납에 앞장서는 전통 덕분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는 오히려 소시민들이 조금씩 모아서 투자하는 ‘개미 기부’가 주를 이룬다. ‘1% 나눔운동’을 해온 ‘아름다운 재단’의 경우에는 참가자가 2003년 7천여명에서 2004년에는 1만명으로 늘었다. 전체 기부자의 절반을 차지하는 숫자로 소액 기부자의 힘을 보여준다. 그 중에서도 결혼 축의금과 상가의 조의금 그리고 기업 휴가비를 모아 1%씩 기부하는 사람들의 활동이 눈에 띈다.

어느 가족은 아버지는 아름다운 재단에, 자녀들은 기아대책기구에 매달 자신의 용돈을 이체하면서 온 가족이 기부자가 되었다고 한다. 기쁜 일, 슬픈 일이 있을 때마다 기부하고, 아이들에게 용돈대신 기부금을 쥐어주면서 생활과 의식의 질을 높이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청소년 복지와 교육사업을 하는 사회복지법인 ‘아이들과 미래’에는 기부금뿐만 아니라 공부방과 청소년 문화활동을 돕는 자원봉사자들의 발길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한국 릴리사의 홍보팀에서 일하는 박선경 대리는 사내 모임인 ‘일하는 아줌마의 모임’을 통해 ‘아이들과 미래’ 소속 공부방 청소년들과 만나게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활동해 보니 남을 돕는다기보다는 자신의 생활이 윤택해져서 놀라게 되었단다. “곁에 있어 주기만 해도 아이들에게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알았어요. 그런데 애들과 함께 예전엔 안 가보던 국악공연도 보러 가고, 롯데월드도 가고, 결과적으로는 제가 더 바쁘고 즐겁게 되었어요.” 그 결과 사내 모임이 더욱 돈독해지고, 사내에서 여성들의 ‘말발’이 서는 부수 이익도 짭짤하다. 그들의 봉사가 기업 이미지 제고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박 대리의 경험에서 보듯이, 이제 남을 위해 덕이나 선을 쌓으면 자신이나 자기 자손이 반드시 보상을 받는다는 전통적인 적선 사상에 의지해 기부를 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남을 후원하고, 기부하면서 자신이 더 즐겁고 생활이 풍요로워지는 경험 덕분에 더 많은 사람들이 기부문화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아름다운 재단에서 일하는 한태윤 간사는 기부를 하면 건강해진다는 학설을 소개한다. 이른바 마더 테레사 효과라고 하는데, 마더 테레사처럼 남을 돕는 행동을 하거나, 돕는 사람을 보기만 해도 우리의 몸에서는 면역력을 증가시키는 호르몬이 분배된다는 것이다. 기부를 많이 하지 않아도 즐거워지는 이유는 이 원리 덕분에 우리 몸이 건강해지기 때문이라고도 한다. 꾸준히 소액을 기부하는 사람들은 이 효과를 규칙적으로 보는 셈이다.

공연 즐기며 인권운동 후원도
그렇다면 아예 우리 몸의 엔돌핀이 대폭 늘어날 만한 즐거운 기부활동은 어떨까? 2004년에는 가수 강산에, 윤도현 밴드들이 성공회신학대학교 교수들과 함께 평화기금 마련을 위한 콘서트를 열었다. 표를 사서 관람한 관객들은 인권운동가로 활동했던 백발 성성한 노교수들의 노래와 록밴드들의 공연을 즐기면서도 동시에 아시아 시민사회 풀뿌리 지도자들을 후원하는 경험을 누렸다. 매주 수요일에는 중구 정동 성공회 서울대성당 마당에서 ‘수요주먹밥콘서트’ 도 연다. 신나는 콘서트를 즐기면서 손에 든 주먹밥으로 점심을 대신하고, 점심값은 끼니를 거르는 이웃들에게 보낸다는 취지다. 빡빡한 일상에 끼어들어 함께 점심을 나누며 즐기는 문화행사들이 반갑다.

학교를 졸업하면서 학생 때의 소중한 결심을 가슴에 담고 싶은 이들은 후원회를 통해 사회에 기여도 하고 새로운 울타리를 만든다. 지난 가을, 전태일 기념사업회는 34주기 추도식을 맞아 ‘우리들의 전태일’ 전을 열었다. 민족미술 작가 50여명의 평면회화, 조각, 시와 판화가 전시된 이 자리와 매년 노동자 문학에 주어지는 전태일 문학상, 집체극과 영상물들이 공연되는 노동자 문화의 밤들은 전태일 기념사업회 후원회의 힘으로 운영된다. 후원 회원들만이 누리는 혜택은 무엇일까? 후원 회원들은 3개월에 2번 정도 모여서 한국 땅 곳곳을 밟는 답사 모임을 갖는다. 사학 자료가 풍부한 사람은 자료로, 답사 경험이 많은 사람은 경험으로, 이도저도 아닌 사람은 오락거리로 서로가 서로에게 보탬이 되면서 공동체를 만드는 자리다. 뜻을 같이하는 후원 회원들이 정기적으로 얼굴을 보고, 서로의 경험과 지식을 나누어 일상을 풍요하게 가꿀 수 있다는 점이 회원들이 누리는 혜택이다.

사회로의 창을 닫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사는 사람들은 영원한 인권운동의 지킴이 노릇을 하는 인권운동 사랑방을 찾는다. 인권운동 사랑방에서는 꾸준히 인권영화제를 열면서 후원회원들을 모집해 왔다. 올해로 8회를 맞는 인권영화제에서는 덕성여대의 민주화 대장정을 담은 영화 <학교>, 한국통신 계약직 노동자들의 투쟁을 담은 <이중의 적> 그리고 여러 여성 영화들이 준비됐다. 이 영화제는 자원활동가의 봉사와 후원 회원들의 기금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후원과 봉사가 절실하다. 무료 상영의 원칙과 정부 보조를 최소화하고 기업 후원에 기대지 않는 인권영화제를 꾸려나가도록 돕다 보면 절로 우리와 우리 아이들이 살아가게 될 사회가 인권을 존중하는 사회여야 한다는 옹골찬 다짐이 깃든다. 남을 도우면서 내 삶의 지표를 다시 작성하는 순간이다. 남은주/ <허스토리> 기자 mifoco@hani.co.kr


* 온라인 후원단체 웹사이트
* 아름다운 재단 www.beautifulfund.org/ 1% 나눔운동단체
* 미숙아 사랑 www.ilove1004.org/ 미숙아 후원단체
* 아이들과 미래 kidsfuture.net/index.php 청소년교육 복지단체
* 한국 국제기아대책 기구 www.kfhi.or.kr/ 기아 방지를 위한 기부와 봉사
* 사랑과 사람 www.lovenpeople.com/ 사회복지를 위한 커뮤니티
* 도우미넷 www.douminet.net/ 대구 광역시의 자원봉사를 위한 사이트
* 한국복지재단 www.kwf.or.kr/default.asp 오랜 역사의 민간사회 복지기관
* 한국여성재단 www.womenfund.or.kr/ 여성 지원 및 소외계층 여성 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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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쓴 이 :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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