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는 학생을 포기할 권리가 없습니다" | ||||||||||||||||||||||||||||||||||||||||||||
순천 효산고등학교에서 영어교사로 근무하는 안준철 기자는 벌써 20년 가까이 제자들에게 편지와 시를 써주고 있다. 그의 지치지 않는 제자 사랑과 교육관에 대해 들어보았다.
'선생 똥은 개도 먹지 않는다'는 우스갯말이 있다. 그만큼 교육자의 위치는 고민과 마음고생이 심하다는 뜻이다. 속이 매일 바짝바짝 타들어가니 똥인들 온전할 리 없는 것이다. 진학지도와 수업, 시험, 생활지도와 행정업무처리까지. 실제로 현직 교사가 학생들의 인성교육에 시간을 낸다는 것은 만만치 않은 일이다. 그러나 농대를 나온 후 다시 학사 편입을 하면서까지 교사가 된 안준철 기자. 그에게는 학생들과의 인간적인 소통이 가장 중요한 일이자 신념이다. 아이들과 소통하는 일의 어려움은 없는지 묻자 그는 다음과 같이 답했다.
소통에 대해 희망을 갖고 임하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은 자기 방어적이라 그걸 열기가 어려워요. 그동안 쭉 받아온 교육이 대화를 어렵게 만들었다고 봅니다. 그러나 담임을 맡은 1년 동안 최선을 다합니다. 교사는 학생을 포기할 권리가 없습니다." 그동안 <오마이뉴스>에 연재한 교육칼럼 '안준철의 시와 아이들'에는 이처럼 현장에서 느끼는 자연스런 성찰과 학생들과의 교감이 나타나 있다. 지난해에는 그 글들을 모아 <그 후 아이들은 어떻게 되었을까>를 내기도 했다. 그는 기사와 책을 통해 여러 곳에서 주목을 받고 강연도 했지만 그 과정에서 그가 새롭게 깨달은 것은, 반응이 좋은 글들은 역시 자신도 진실하고 순수한 마음으로 쓴 것들이라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직업이 아닌 꿈을 가져야
"언젠가 날이 몹시 쌀쌀하고 추운 날이었어요. 학생 하나가 추운데 코트를 입으면 안 되느냐고 하는데 위에서는 교칙 때문에 안 된다는 거예요. 학교가 관습적이고 타성에 젖어 아이들의 인권은 방치되고 있어요." 그는 이처럼 교육 본질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상태에서는 아이들에게 자기발견의 기회 자체가 박탈되어 있다고 말한다. "아이들에게 의사가 되라는 말보다 어떤 의사가 되어야 하는지 말해야 합니다. 직업이 아닌 꿈을 가지라고 말이죠." 그는 학교에서 사회를 배우는데 현재는 돈 아니면 성적으로 단순화되었다고 지적한다. 좋은 직장을 다녀서 월급을 받으면 그게 행복이라고 생각하는 아이들을 보면 안타깝기 그지없다며 아이들이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다른 것들을 더 찾아보기를 바란다고 했다. "학부형들은 아이들이 학교를 잘 다니기만 바라지만 그건 그저 아이들에게 견디라는 요구일 뿐이에요. 아이들 자체에 좀 더 관심을 가져주는 게 필요해요. 아이의 출석률보다는 내적 성장이, 성적보다는 생활이 더 중요하니까요."
예를 들어 책을 한 권 읽는 것, 아무도 줍지 않은 교정의 휴지를 줍는 일, 집에 계시는 부모님을 한 번이라도 기쁘게 해 드리는 등 사소하지만 신뢰와 선한 마음을 전하는 일들이 그것이다. 그는 오늘도 이런 작은 것들부터 끌어안고 나누며 아이들에게 다가서고 있다. /심은식 기자 - ⓒ 2005 오마이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 기사제공 ] 오마이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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