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 수놓는 환경살리기 한걸음한걸음’ | |||||||||||||||||||||||||||||||||||||||||
1월 11일, 출발 9일째 / ‘J프로젝트? XX프로젝트’
무등산 자락 증심사에서 개운한 아침을 맞은 행동단은 전남 해남군 산이면으로 향했다. 이곳은 지난해 12월 국회에서 통과된 기업도시특별법의 시범적용지역으로 대규모 골프장 개발이 유력한 곳. ‘해남 J프로젝트’라 불리는 해남 지역 개발계획은 18홀짜리 골프장 30개과 20만개의 객실이 있는 초호화 호텔 건축, 2014년까지 50만명이 거주하는 도시를 만드는 권한 전부를 일개 기업에게 준다는 것이다. 주민들의 토지와 집 등이 국가와 기업에 강제 수용될 것 역시 거의 확실하다. 전국적으로 유명한 해남의 광활한 겨울배추밭도 풍전등화처럼 보였다. 이 때문에 지역주민들이 J프로젝트를 ‘XX프로젝트’라 부른다. 행동단은 이후 전남 영광 핵발전소로 향했다. 이곳은 총 6기의 원자로가 있고 이로 인한 ‘열폐수’ 피해는 근해 30킬로미터가 넘는 지역에 걸쳐 나타나고 있는 곳. 하지만 문제는 의외의 곳에서 터졌다. 서울에서의 급한 전갈, 산업자원부 장관이 신고리 핵발전소 1?2호기의 실시를 승인했다는 것. 이번 신고리 핵발전소의 전격 승인은 행동단 순례 과정에서 불과 4일 전 지역주민들에 의해 전혀 ‘사회적 합의’가 없던 것으로 확인됐던 점에서 일종의 충격이었다. 행동단은 긴급히 영광핵발전소 지역주민들과 함께 우리나라의 원자력 발전소 정책 전반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 수밖에 없었다. 1월 10일, 출발 8일째 / ‘자정능력 한계상황, 광양만’
우리나라 최초로 김양식을 시작했던 곳, 섬진강 물이 굽이쳐 흘러내려 바다와 만나 황금어장을 이루던 곳, 그러나 국가산업단지로 지정되고 제철소, 화학공장, 화력발전소 등이 들어서면서 심각한 대기오염 증상을 앓고 있는 광양만 일대. 그곳은 이미 자연 스스로 자정능력을 잃었다고 평가 받는다. 환경부가 여천시를 ‘대기환경보전 특별지역’으로 지정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기도 했지만 2003년 광양만 일대는 결국 2차 오염 물질인 ‘오존’의 농도가 전국에서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에 행동단은 광양만 일대에 꼭 필요한 ‘광양만 환경개선 특별법’ 제정을 주장하며 방독면과 마스크를 나눠 쓰고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이후 행동단은 전남군청으로 이동해 전남도지사가 “18홀 이상의 골프장 80여 개를 건설해 전라남도의 지도를 바꾸고 지역의 가난을 없애겠다”고 선언한 것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특히 이날 토막인터뷰의 주인공이었던 초록행동단과 동고동락 중인 버스운전기사의 한마디가 뇌리를 관통한다. “조상 대대로 금수강산 물려받은 거 후손한테 그대로 물려주는 것만큼 좋은 일이 어디 있어?” 1월 9일, 출발 7일째 / ‘골프장 천국 전남?’
숙소로 제공된 지리산 실상사에서 보낸 하룻밤을 정리하고 행동단이 전남 구례군청으로 나선 길. 가는 동안 차창에 낀 살얼음 사이로 보이는 지리산의 절경이 시리도록 눈부시다. 행동단이 군청으로 향한 것은 민족의 영산이라 일컫는 지리산 자락에 들어서는 골프장 문제 때문이다. 막상 그곳에 도착하니 전남지역은 지리산 뿐만 아니라 골프장 건설 계획이 군별로 2~3개 정도씩이나 예정돼 있다고 한다. 이 정도면 ‘골프장 천국 전남?’. 지리산에 골프장이라는 것도 당황스러운 일이지만 골프장 예정지역인 전남 구례군 산동면 사포마을 주민들의 증언은 더욱 가관이었다. 주민들에 의하면 골프장 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ㅇ’업체는 주민들이 법률적 지식이 얕다는 사실을 악용해 주민 83명 가운데 20명을 고소?고발하고 청부폭력까지 일삼았다고 한다. 이에 초록행동단은 그들을 위해 차후 가능한 최대한 무료 법률자문을 제공하기로 약속했다. 1월 8일, 6일째 / ‘매서운 겨울에 벌거벗고 떠는 석산’
이날 들른 곳은 경남 밀양의 석산 개발지역과 마산만의 매립지. 먼저 행동단은 밀양시 상남군 평촌면으로 향했다. 이곳은 ‘ㅎ’ 방위산업체가 마을 뒤쪽 산에서 편법으로 석산을 개발하고 있는 지역. 예전부터 평온한 농촌마을이 인근에 있는 곳이었다. 하지만 업체의 마구잡이식 개발에 따른 발파작업으로 마을 주민들의 집 여기저기에는 금이 갔고 주민들은 소음과 먼지에 시달리고 있었다. 환경피해 최소화를 위한 주민과 업체의 약속인 협약서는 거짓문서가 된 지 오래다. 이후 도착한 곳은 비릿한 바다 냄새와 갈매기가 행동단을 반겼던 마산만. 이곳은 지난해 태풍 피해로 18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던 곳이다. 지난 100여년 간 마산만을 매립해 왔기 때문. 현재 매립지의 지표고는 3.0미터로 만수시 파고 2.18미터와 불과 80센티미터 밖에 차이가 안 난다. 태풍 매미로 인한 해일 피해는 한편 예고됐던 것과 마찬가지인 셈. 이에 행동단과 현지에서 합류한 마산?창원환경운동연합은 마산만의 매립지를 생태공원으로 남기고 2011년까지 예정된 매립지 건설의 즉각적인 철회를 요구했다. 1월 7일, 5일째 / ‘반핵보트, 고리 앞바다에 출몰하다’
경북 울주군 서생면은 1978년 우리나라 최초로 상업적인 원자력 발전이 시작된 곳으로 현재 4기의 발전소를 가동하고 있다. 또 앞으로 4기를 추가로 건설할 예정이다. 문제는 추가 건설을 위해 한국수력?원자력 측에서 밀어붙이기 식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것. 부지 선정과정에서도 환경영향평가에 따른 주민공청회 등도 생략한 채 원전연료공급과 설계기술용역 등의 계약만 앞서 체결한 상태. 특히 예정부지 인근 40킬로미터 이내에는 500만명이 거주하는 인구 밀집지역이다. 이에 김제남 행동단장은 “일부 기업과 집단의 이익을 위해 지역공동체와 자연의 파괴를 강요하는 핵발전소 건설은 절대로 안 된다”며 “더 이상 미래 세대에게 핵부담을 전가하지 말자”고 지역주민들이 모인 자리에서 호소했다. 김석규 서생면 생존권 수호위원장도 “현재 진행되고 있는 신고리 1?2호기 핵발전소 계획을 볼 때 한국수력?원자력은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망각하고 있는 기관이다”라고 비판했다. 행동단은 이후 핵발전소 앞바다에서 고무보트를 타고 해상시위를 벌였다. 1월 6일, 4일째 / ‘홍수피해 방지를 위한 하천제방과 댐, 오히려 독?’
밀양 낙동강 하류에 도착한 행동단. 건설교통부의 제방과 댐 위주의 잘못된 치수정책의 폐해가 매년 여름 홍수 때마다 불거지는 곳. 그곳의 하천 주변 습지는 ‘하천관리’라는 명목 하에 높은 제방에 막혀 있었다. 이제 습지는 거의 사라졌고 인근 주민들은 덩달아 침수피해까지 입고 있다. 빡빡한 일정 때문에 하천을 따라 이동하면서 하천 제방으로 인한 문제점을 꼼꼼히 조사하지 못한 것이 한(恨)이라면 한. 오후에 다다른 대구의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에서는 지진해일 쓰나미의 피해자들을 돕기 위한 시민들의 온정이 이어지고 있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지만 이번 쓰나미로 인한 피해가 컸던 또 다른 이유는 ‘해안지역 난개발로 망그로브 숲과 산호초가 파괴됐기 때문’. 행동단은 쓰나미의 비극을 통해 인간이 자연 앞에 겸손해 지기를 바라며 모금운동을 함께 했다. 이날 행동단에게 점심으로 제공됐던 것은 건빵과 사과. 별미였다는 후문이다. 1월 5일, 3일째 / ‘6억톤 흙탕물을 이고 살다?’
올 겨울 들어 가장 춥다는 날. 흙탕물로 유명한 임하호의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주기 위해서는 행여나 호숫물이 얼어버리면 낭패였다. 가슴 졸이며 도착한 임하호는 다행히 얼어붙어있지 않았다. 이곳 임하호는 저수량이 5억9천5백만톤으로 국내에서 8번째 규모에 속한다. 규모만큼 문제가 많은 임하호는 상류의 흙탕물을 가두는 까닭에 1년 내내 탁수를 쏟아낸다. 이를 흙탕물로 이용하느라 막대한 정수비용을 들이는 주민들만 골탕을 먹는 셈이다. 이에 임하호 인근의 경북 안동시 임동면 중평리 주민들이 바라는 것은 ‘탁수문제 해결’과 ‘무용지물 임하댐 폐쇄’, ‘청송 성덕댐 건설 중단’이었다. 성덕댐은 임하댐의 전철을 밟을 것으로 유력한데도 현재 청송에 건설 중인 댐이다. 중평리 마을회관에서 만난 윤병규 안동시의원의 말이 심금을 울린다. “안동댐의 고인 물은 주민들의 눈물이다. 댐 안에는 안동의 전통과 문화, 조상들의 삶의 터전이 고스란히 수몰되어 있기 때문이다” 1월 4일, 2일째 / ‘사라진 백두대간, 자병산’
매서운 겨울 칼바람 속에 반짝이는 별들을 뒤로 한 채 숙소를 나선 행동단. 현장 작업관계자들이 도착하기 전에 자병산에 올라야 했기 때문이다. 마침내 도착한 자병산은 1978년부터 ‘ㄹ’ 시멘트가 공장을 설립하고 석회석을 채굴한 까닭에 이미 그 키가 70미터나 낮아진 상태였다. 이곳이 백두대간의 마루금이 지나는 곳이라면 누가 믿을까. 872.5미의 산봉오리여야 할 자병산은 얼마 전 계획된 추가개발 사업이 끝나면 또다시 130미터 이상 낮아진단다. 산이 산 같지 않아 보였다. 이에 행동단은 마치 무너져 내려 울고 있는 듯한 자병산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하고자 ‘자병산아 미안해’라고 쓴 현수막을 에드벌룬에 묶어 하늘로 띄우려 했다. 하지만 억센 바람과 현장 업체 관계자 때문에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행동단의 항의에도 업체 윤모 이사의 “자병산은 시멘트의 원료다. 기간산업을 담당하는 산업역군인 우리는 환경에 부담주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지만 국민 전체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자료=환경비상시국회의 ‘초록행동단’ / 정리=미디어다음 김준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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