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마는 도박 아닌 오락"..."마(馬)자에도 치 떨려" | ||||||||||||||||||||||||||||||||||||||||||||||||||||||||||||||
[오마이뉴스 나영준 기자]24일 오후 2시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1층 소회의실에서는 논쟁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강기갑, 김낙성, 손봉숙, 신중식, 이계진 등 국회의원과 '도박산업규제 및 개선을 위한 전국네트워크' 주최로 '한국마사회법, 경륜·경정법 일부개정법률안' 토론회가 열린 것.
지난 3월 2일 발의되고, 이 날의 토론 주제가 된 안건은 크게 세 가지이다. ▲첫째, 장외발매소 설치시 관할 특별시장·광역시장·도지사를 거쳐 농림부장관의 허가를 받도록 하는 것 ▲둘째, 장외발매소는 원칙적으로 시·도별로 1개소로 제한하고 ▲셋째, 농림부장관의 허가를 받지 아니하고 장외발매소를 설치한 자는 과태료에 처하도록 하는 것이다. "장외발매소 늘려 사행성 산업을 부추기지 마라" 손봉숙 의원은 인사말을 통해 "현재 우리 사회 사행성 산업의 규모는 경마, 경륜, 경정, 카지노, 복권 등 국가가 인정한 합법적 부문만 연간 약 15조로 추정되고 이들 사행성 영업장을 출입하는 입장객 수가 연간 약 2437만명에 달한다"며 "스포츠와 오락성도 없는데, 무분별하게 설치되고 있는 장외발매소를 총량적으로 규제할 필요성에, 객관적 논의의 자리를 마련하게 됐다"고 밝혔다.
또한 "그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은 작년에 거두어들인 재정수익 2조 8천억원의 세 배가 되는 8조 2천억원"이라며 중장기적 대책의 필요성을 호소했다. 다만 지역경제 활성화 등의 공익적 기능도 있는 만큼 보완해 나갈 합리적, 현실적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전했다.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은 "실제적으로 가족과 함께 즐길 수 있는 경마장은 전국적으로 제주, 부산, 과천 등 세 곳에 불과하지만 장외발매소는 30여개에 이른다"며 "실외의 경마공원을 찾는 이들조차도 가족과 함께 하는 이들은 14%에 불과하다. 우리나라의 도박중독 인구는 성인인구의 9.3%인 300만명에 달한다"며 제도 보완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경륜·경정·경마는 도박이 아닌 오락·스포츠" 이어 마이크를 잡은 정기문 국민체육진흥공단 경륜운영본부 상무는 "경륜·경정은 엄밀한 의미에서 선수기량 등을 분석·추리하여 적중시키는 스포츠와 융합된 레저임에도, '도박=사회악'이라는 부정적 이미지로 인식"되고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인간의 놀이문화는 문명·과학의 발달과 개인적 취향에 따라 시대적으로 끊임없이 변해왔다. 우리나라의 교육수준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편으로, 개인이 자율적으로 합리적·이성적 판단이 가능함에도 국가가 국민의 레저 활동까지 규제해야 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현재 세계적으로 구매상한액을 정하고 있는 나라도 한국밖에 없다"는 주장을 펼쳤다. 김진은 한국마사회 경마혁신추진단장은 "세계적으로 경마산업은 경마장보다 장외발매소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으며(미국, 호주, 영국 등은 80% 이상 점유), 지나친 규제는 매출액 감소로 경마산업의 사양화를 가속시켜 마필생산기반 위축 등 축산발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된다"는 의견을 밝혔다.
"오히려 매출이 줄어 걱정"..."그게 공무원으로서 할 소리냐?" 이어 최훈창 문화관광부 체육정책과 서기관의 발표와 손봉숙 의원의 반박이 이어졌다. 최 서기관은 "인간의 사행적 욕구를 어느 정도 양성화시키지 않으면 안 된다" 며 "오락과 스포츠 성격의 경륜·경정을 과도하게 규제하면 도박성이 강한 카지노, 불법 사설도박, 해외원정도박 등으로 옮겨가 사회적으로 더 큰 문제를 야기시킬 수 있다"는 의견을 피력하며 "점차 도박보다는 오락으로 즐기는 경향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더 큰 문제는 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마당에 경쟁 사업인 카지노와 로또가 가세함으로써 매출이 줄고 있는 것"이라며 "가만히 놔두어도 사양화될 사업에 규제를 가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는 논리를 펼쳤다.
"오락도 좋고 여가선용도 좋다. 그 수익금으로 체육진흥과 장학사업 등 좋은 일에 쓴다는 점엔 동의를 하지만 그 좋은 일에 쓸 돈들일랑 제발 떳떳한 정부예산으로 쓰라"며 "왜 가난한 국민들의 주머니를 턴 돈으로, 게다가 가정파탄까지 일으켜가며 체육진흥을 시켜야 하냐"고 최 서기관을 몰아붙였다. "도박보다 오락으로 즐기는 경향이 늘었다는 통계자료라도 있는가? 현재 구매금액 한도(1매당 경마 10만원, 경륜·경정 5만원)가 있다고? 수십 매씩 적어서 사는 이들을 제제라도 하는가? 게다가 일본과 우리 인구를 비교나 하고서 하는 말인가. 지금 경륜·경마장 문 닫자는 소리가 아니지 않은가. 긍정적인 결과를 이끌어 내려고 하는 토론에서 담당자란 사람이 그런 편파적인 발언을 할 수 있는가?" "조용히 사회만 보려고 하다가 너무 열이 받아, 할 이야기를 미리 다 해버렸다"는 손 의원의 발언이 나오자 참관자들 사이에서 박수와 함께 "맞아요"라는 말들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당신 자식이 경마한 돈으로 손자가 장학금 받으면 기쁘겠냐?" 이어진 토론에서 김경규 농림부 축산정책과장은 "도박에 대한 인간의 본성과 수요에 대해 어떻게 역기능을 없애면서 제도화할 것이냐"가 문제라며 "민가의 도박은 엄격하게 금지되어 있지만 국가의 경우 합법적 범위 내에서 통합관리하고 있다"며 어쩌면 그 자체가 모순인 것 같다는 고충을 털어 놓기도 했다.
금홍섭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사회개혁실천국장은 그러한 사행산업이 레저스포츠 시설이 될 수 없는 이유로, "저소득층에서 쉽게 세수확보를 위한 목적성 투자 비율이 너무 높다"며 경륜장 고객 가운데 월 150만원 이하 소득자가 전체 고객의 56%, 반면에 350만원 이상 고소득자는 13.5%밖에 안 된다는 통계자료를 내놓았다. 김남근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도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 각 지자체들은 관광·레저산업의 부흥을 통한 지방재정수입이라는 미명하에 장외 경마·경정·경륜발매장 설립을 너도나도 추진하고 있다"며 "오히려 일본의 지자체들은 각종 축제를 개발하여 주민들의 여가를 증진시키고 이를 이벤트형 관광상품으로 발전시켜 일본을 관광대국으로 만들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지방축제를 잘 발전시키고 있는 춘천·안동이나 영화제로 유명한 부천 등의 지자체는 도박산업에 관심을 두지 않고 축제나 영화·문화 등의 발전에 힘을 쏟고 있다며, '레저세' 등의 단기 재정수입에 기대 장외발매소의 유치에만 신경을 쓰는 현상을 꼬집었다.
"전 국민이 '하우스' 안에서 한 판 '쪼이는' 세상이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차라리 마약을 팔아서 재원충당을 하면 될 것 아니냐. 오늘 나오신 관계자분들에게 묻고 싶다. 여러분의 아들, 딸 혹은 사위 며느리가 도박중독에 빠져 이혼, 파산을 했는데 그 부부가 남겨 놓은 아이가 거기서 나온 돈으로 장학금 받아 공부한다면 어떻겠냐? 없애자는 게 아닌 단지 건전화하기 위한 공청회인데도 그런 항변이 나온다는 게 이해가 안 된다." 이후 손봉숙 의원의 마무리 발언이 있었고 방청객들의 자유발표가 이어진 후 3시간 40여 분의 긴 토론회는 끝을 맺었다. 토론회에 참가한 패널뿐 아니라 지켜 본 방청객들 사이에도 이해관계에 따라 의견 차이가 컸지만, 한 방청객의 말처럼 '80년 경마 역사 최초로' 이런 자리가 마련됐다는 점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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