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수는 2등급, 유관순은 3등급 | |||||||||||||||||||||||||||||||||||||||||||||||||||||||||||||||||||||||||||||||||||||||||||||||||||||||||||||||||||||||||||||||||||||||||||||||||||||||||||||||
[오마이뉴스 김덕련 기자]
해방 이후 처음 대규모의 친일파 명단이 발표돼 관심을 끌고 있는 가운데 정부로부터 각종 훈·포장과 표창을 받은 인물도 적지않게 포함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일제시대 경력을 바탕으로 해방 뒤에도 친일행적을 남긴 분야에서 계속 활동하며 상훈까지 챙겼다. <오마이뉴스>가 29일 발표된 친일인명사전 수록 예정자 1차 명단에 나온 주요 인사 120여명의 상훈 내역을 조사한 결과, 훈·포장, 표창 수상자는 확인된 인원만 34명이다. 전체 3090명을 대상으로 조사할 경우 그 규모는 훨씬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친일분야에서 경력 쌓아 훈·포장 수상
교육학술분야 친일과 전쟁협력 등의 이유로 친일파로 선정된 김활란 전 이화여대 총장도 58년 인재양성 공로로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이어 여성교육 개척공로로 62년 광복절에 문화포장을, 이듬해 광복절에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연거푸 받았다. 대동아 문학자대회에 조선대표로 참여하고 일제 침략전쟁에 협력한 이유로 친일파 명단에 포함된 유진오 전 고려대 총장은 62년 광복절 날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받았다. 법학교육에 공헌했다는 명분에서다. 일제 말기 '조선장로교신도 애국기 헌납기성회'에서 활동했던 백낙준 전 연세대 총장도 '국가·사회 발전에 공이 있다'며 70년 광복절에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받았다.
일제 말기 전주지법 판사를 지낸 홍진기(홍석현 주미대사 부친) 전 중앙일보 회장은 국민훈장 모란장(70년), 금관문화훈장(86년)을 받았다. 그의 공적 사항은 '민주언론 창달과 언론인 자질향상'이다. 일제 때 대구지법 판사를 지낸 고재호 전 대법관은 83년 국민훈장 무궁화장 수상자이며 경성지법 판사를 지낸 이호 전 법무부 장관은 국민훈장 무궁화장, 을지무공훈장, 청조근정훈장을 받았다. 일본군 장교 출신인 김정렬 전 국무총리는 국민훈장(92년) 등 다수의 훈장을 받았고 일제 때 고창군수를 지낸 김태동 전 보건사회부 장관은 황조근정훈장을 받았다. 일본 육사를 졸업한 장성환 전 공군참모총장은 보국훈장 통일장, 대통령 표창 등을 받았다.
문화예술인 수상 경력은 더욱 화려
친일단체인 '현대극장' 대표였던 극작가 유치진은 이후 '예술향상에 기여'한 공로로 62년 광복절에 국민훈장 모란장을, 일제 전쟁협력에 나선 작곡가 현제명은 '음악을 통해 애국심을 고취'한 공로로 65년 국민훈장 모란장을 각각 받았다. 34년 <조선일보> 전무를 지내고 친일단체 등에서 활동한 시인 주요한은 79년 세상을 떠난 뒤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추서받았다. 시인 모윤숙은 국민훈장 모란장(70년)과 금관문화훈장(91년)을 받았다. 일제 전쟁수행에 쓰일 국방헌금 마련을 위한 각종 미술전에 빠짐없이 참여했던 화가 이상범은 62년 문화훈장을 받은 뒤 이듬해 삼일문화상을 수상했다. 화가 김인승은 문화포장(63년)과 국민훈장 동백장 수상자며 그의 아우 조각가 김경승도 문화훈장을 받았다. 화가 김기창은 국민훈장 모란장과 금관문화훈장을, 화가 김은호는 문화훈장 대통령장을 각각 받았다. 작곡가 박시춘은 보관문화훈장(82년) 수상자며 역시 작곡가인 김성태도 문화훈장 대통령장, 국민훈장 동백장, 홍조소성훈장을 받았다. 경성방직 사장이던 김연수(<동아일보> 창업자 김성수의 동생)에게는 국민훈장 무궁화장이 추서됐다. 일제 말 '조선임전보국단 부인대' 간부를 지낸 황신덕은 각각 문화훈장 대통령장을 받았고, 조선사편수회에서 일했던 '한국사학계의 태두' 이병도는 국민훈장 무궁화장과 금성충무무공훈장을 받았다. 불교계를 친일의 길로 이끈 권상로도 62년 문화훈장을 받았다. 독립유공자로 둔갑... 김성수, 유관순보다 훈격 높아
국민총력조선연맹 이사 및 감사를 지낸 <동아일보> 설립자 김성수는 언론·교육부문 공적을 인정받아 62년 건국공로훈장 복장(건국훈장 대통령장 해당)을, 일제를 위한 비행기 헌납을 추동했던 불교계 '친일거두' 이종욱은 한때 임시정부에서 활동했던 공로로 77년 건국훈장 국민장(독립장 해당)을 각각 추서받았다. '미·영 타도 대좌담회' 연사였던 윤치영은 1919년 2. 8 독립선언에 참여한 공로로 82년 건국포장을 받았으며, 국민정신총동원 조선예수교장로회 연맹에서 활동한 김응순은 종교부문 공적을 인정받아 93년 건국훈장 애족장이 추서됐다. 일본기독교조선감리교단 함경교구장을 역임한 남천우, 국민정신총동원 조선예수교장로회 연맹 이사를 지낸 최지화는 90년 건국훈장 애족장을 각각 받았다. 제1회 천도교 부여신궁어조영 근로봉사단 경기도대표였던 안상덕도 건국훈장 애족장(90년)을 받았다. 그리고 나머지 한 사람은 위암 장지연이다. 친일파 훈격이 독립투사보다 높은 경우도 있다. 김성수가 대표적으로, 건국훈장 2등급을 받은 그의 훈격은 독립투사 유관순보다 높다. 62년 건국공로훈장 단장을 추서받은 유관순은 '친일 거두' 이종욱과 같은 3등급에 해당된다. 건국훈장을 훈격 순서로 구분하면 대한민국장(1등급), 대통령장(2등급), 독립장(3등급), 애국장(4등급), 애족장(5등급)이다. 건국훈장 아래에는 건국포장과 대통령 표창이 있다. 친일논란에도 서훈을 받은 이들은 더 있다. 민족문제연구소는 지난해 2월 독립유공자 가운데 재심이 필요한 20명의 명단(친일행적 뚜렷 11명, 친일혐의 9명)을 국가보훈처에 낸 바 있다. 김성수, 이종욱, 윤치영, 김응순 등 4명은 당시 친일행적이 뚜렷한 인물에 속했다. 친일인사 서훈 정당성 시비 늘어날 듯
그러나 근본 원인은 역시 친일청산이라는 역사적 과제가 60년간 미뤄져왔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독립유공자로 둔갑하지 못했더라도 많은 친일 인사들이 각종 훈장을 받으며 명예를 누릴 수 있던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독립유공자로 둔갑했던 친일 인사들이 서훈을 박탈당한 사례도 있다. 지난 96년 10월 국가보훈처는 그동안 친일행위가 뚜렷하게 드러난 서춘, 김희선, 박연서, 장응진, 정광조 등 5명의 서훈을 박탈했다. 또다른 친일인사에 대한 서훈의 정당성 시비도 끊이지 않았다. 박유철 국가보훈처장은 이와 관련해 지난해 10월 7일 국정감사 자리에서 고진화 한나라당 의원이 김성수·송진우·윤치영 등 친일반민족행위가 명백하게 드러난 경우에 대해 서훈을 취소하지 않는 이유를 묻자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 조사결과가 나오면 법적 절차에 따라 치탈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올해 5월 31일 출범한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의 조사 결과는 4년 후인 2009년에 나온다. 그러나 친일인사 서훈 시비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지방과 해외 인물까지 포괄하는 2차 명단이 나올 경우 그동안 독립유공자로 인정받고 있는 인사들이 추가 포함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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