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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키는대로...

비행기 '쿵'착륙, 왜?

[공항 라운지] 둔탁하게 내려앉는다고 조종실력 나쁜것 아니다
[중앙일보 김기찬] 때론 착륙하는지도 모르게 사뿐히 내려앉고, 어떤 때는 '쿵' 소리를 내며 둔탁하게 착륙하고…. 승객들은 이를 조종사의 실력차이로 여기기 십상이다.

하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

두 가지 착륙 방법 모두 조종 실력과는 상관없다.

활주로의 상태와 기상조건에 따라 조종사가 마음대로 결정하는 것이다.

활주로가 길고, 마른 상태이면서 바람도 잔잔하다면 조종사는 보통 부드러운 착륙방식을 택한다.

공중에서 땅으로 분당 100피트(30.5m)정도 내려앉는 속도(강하율)로 착륙한다.

항공용어로 소프트 랜딩(Soft Landing)이라고 하는데 이 경우 승객들은 바퀴가 활주로에 닿았는지도 모를 정도로 기체의 동요를 거의 느끼지 못한다.

이에 반해 비행기 뒤쪽에서 바람이 불거나 활주로가 짧거나 젖어있는 경우 조종사는 둔탁한 착륙방식을 많이 사용한다.

전문용어로 펌 랜딩(Firm Landing)을 하는 것이다.

이때 강하율이 보통 분당 200~300피트인데 비행기는 마치 공중에서 활주로로 떨어지듯이 내려앉게 된다.

당연히 승객들은 몸이 들썩일 정도의 충격을 받는다.

'조종사의 착륙기술이 형편없다'고 오해하기 딱 좋은 상황이 벌어지는 셈이다.

이런 오해를 받으면서도 조종사가 펌 랜딩방식을 택하는 것은 활주로와 타이어의 마찰을 더 크게 해 활주거리를 줄이기 위해서다.

활주로가 짧은 지방공항에 큰 비행기가 내려앉을 때 거의 펌 랜딩방식이 이용되는데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다.

그렇다고 모든 조종사가 두 가지 방법을 교과서처럼 지키는 것은 아니다.

외국인 조종사들은 기상조건이나 활주로 상태에 관계없이 펌 랜딩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나라 조종사들은 소프트 랜딩을 좋아한다.

그래서인지 한국인 조종사가 모는 비행기가 공항에 내릴 때 외국인들이 환호와 박수를 보내는 광경을 종종 목격할 수 있다.

알고 보면 그런 소프트 랜딩의 비결은 조종실력이라기보다는 바로 교본에 충실하기 때문인 것이다.

물론 교과서를 제대로 따르는 게 안전운항의 보증서임은 말할 나위도 없다.

김기찬 기자 wolsu@joongang.co.kr ▶김기찬 기자의 블로그 http://blog.joins.com/coolbobo/ - '나와 세상이 통하는 곳'ⓒ 중앙일보 & Join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