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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익한 거리

"태아 때 스트레스 무덤까지"

태아 때 스트레스 '요람에서 무덤까지'

“임신 중 엄마가 스트레스를 받으면 태어난 아기가 성장한 후에까지 행동발달에 장애를 겪는다.”

태교 신봉자라면 당연한 이야기 같지만, 과학적 근거를 따지면 시원한 답을 내놓기 어렵다. 그러나 실제 쥐 실험에서 이러한 사실이 밝혀졌다. 서울대 생명과학부 김경진 교수는 1일 한국생명공학연구원에서 열리는 ‘스트레스와 뇌 질환 심포지엄’에서 이 같은 흥미로운 연구결과를 발표한다. 임신중 어미 쥐를 만성 스트레스에 노출할 경우 태어난 새끼 쥐가 성체가 된 뒤에도 학습과 기억에 문제를 겪는다는 것이다. 임신중 스트레스가 단순히 저체중아 미숙아를 낳는데 그치지 않고 평생의 건강에 영향을 끼친다는 점을 암시하고 있어 흥미롭다.

김 교수는 어미 쥐를 임신중 20일 동안 매일 6시간씩 꼼짝 못하게 플라스틱 통에 넣어두는 스트레스를 주었다. 태어난 새끼 쥐들은 정상 환경에서 길렀다. 3개월 후 성체가 되었을 때 이들은 체중 등 겉 모습은 대조군과 별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행동은 매우 부산하고 공간학습 능력과 위험(공포)회피 기억력이 매우 떨어진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쥐를 물 속에 빠뜨려 출구를 찾게 하거나 먹이를 놓고 길을 찾게 하는 실험에서 ‘스트레스 쥐’는 정상 쥐보다 공간학습에 시간이 훨씬 오래 걸렸다. 또 한쪽 방에 전기를 흘려 공포를 느끼게 한 뒤 다음날 똑 같은 실험을 반복, 이 공포를 얼마나 잘 기억하는지를 실험한 결과 정상 쥐는 한번만 전기자극을 받아도 다음날부터 전기가 흐르는 방에 들어가려 하지 않았다. 반면 ‘스트레스 쥐’는 아주 둔감한 반응을 보였다. 게다가 “평소에도 매우 부산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마치 어린 아이에게 나타나는 주의력 결핍 및 과잉행동장애(ADHD)와 비슷하다”고 김 교수는 설명했다.

[ 기사제공 ]  한국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