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재단 http://2dreamy.wordpress.com/에 더 많은 글이 있습니다. :: '생협' 태그의 글 목록

세상 보기2005.11.02 00:00
 
"'내 아이만' 아닌 '우리 아이들' 키워요"

[소비하지 않아도 잘살 수 있다] 맞벌이 부부들의 품앗이 육아
"육아도 품앗이로 하니 아이가 불안하지 않아요"

미디어다음 / 심규진 기자



소비하지 않고도 잘살 수 있다







해맑은 공기와 어우러진 산세가 평화로운 서울의 끝자락 우이동 골목에 자리잡은 이층짜리 단독주택. ‘꿈꾸는 어린이집’이란 작은 간판이 붙어있다.

대문을 열자마자, 옹기종기 모여있는 작은 화분들과 너른 마당에 심어놓은 텃밭 채소들이 눈에 들어온다. 주방에는 아이들에게 먹일 친환경 먹을거리가 쌓여있고 각 방에서는 아이들이 교사들과 함께 한가로이 낮잠을 즐기고 있었다.

이곳에는 보통 놀이방에서 흔히 볼 수 있는 TV와 플라스틱 놀이기구가 없다. 대신 아이들은 텃밭 농사를 짓고, 물장난, 모래장난을 하며 영어단어 대신 꽃과 풀, 벌레의 이름을 알게 된다.

아이들은 이곳에서 TV를 보며 시간을 때우거나, 숫자공부, 영어공부 같은 외우기 학습을 강요받지 않는다. 이곳은 부모들이 직접 세워서 운영하는 공동육아방이다.
"우리 아이에서 이웃의 아이로"
"아이가 하루종일 무엇을 하는지 훤히 알 수 있으니 불안하지 않아요"



생태체험 [사진출처=우이동꿈꾸는어린이집]

“공동육아방에 보내고 가장 달라진 점은 아이들의 생활과 가까워졌다는 거죠. 아이의 육아를 그저 돈을 주고 놀이방에 맡기기만 하면, 우리 아이가 하루종일 무엇을 하며 지내는지, 어떤 음식을 먹는지 전혀 알 수가 없잖아요.” (36, 황준영. 직장인)

세 살 된 쌍둥이 아들 석주, 석준이를 공동육아방에 보내고 있는 황준영씨 부부. 부부가 모두 바쁜 금융업계에 종사하다 보니 두 아이의 육아는 그 동안 집근처 놀이방에 의존해왔다. 그런데 아이들은 놀이방에 아이들이 다니기 시작하면서부터 이유없이 시름시름 앓기 시작했다. 더군다나 놀이방은 낮 시간동안 부모들의 출입을 금지하기까지 했다.

불안함에 떨던 황씨 부부는 지난 해부터 집 근처 놀이방 대신 마포에 위치한 공동육아방 ‘우리 어린이집’에 아이들을 보내고 있다. 부부는 “부모들이 직접 운영에 참여하니 아이들이 어떻게 지내는지 훤히 알 수 있어 공동육아방에 보낸 후로는 아이에 대한 불안감이 모두 사라졌다”고 말한다.

‘공동육아’는 학부모들이 일정액을 출자해 협동조합을 세운 후 직접 놀이방을 운영하는 방식을 말한다.

이같은 육아 방식은 애초 ‘품앗이 공동육아’란 이름으로 출발했다. 말 그대로 유치원에 아이를 보내던 전업주부들이 순번을 정해 돌아가며 교사가 돼 서로의 아이를 가르치고 돌보는 방식이었다.

이러한 ‘육아 공동체에 대한 참여와 책임’이라는 철학에 공감하면서도 시간을 내기 힘든 맞벌이 부부들이 모여 만든 것이 ‘공동육아방’이다. 부모들이 출자해 고용한 교사들에게 아이들을 맡긴다는 것이 ‘품앗이 공동육아방’과 다른 점이지만, ‘품앗이’ 정신은 고스란히 녹아있다. 직장일로 바쁘거나 집안의 대소사가 있을 때 부모들은 돌아가면서 아이를 놀이방에 데려다 주고, 이웃에 급한 사정이 생겼을 때는 며칠 동안 아이를 맡아주기도 한다.

아들 태규(4)를 마포 공동육아방에 보내고 있는 김세미(40, 직장인)씨는 “태규의 친구인 하늘이네 부모님이 사정이 있어 며칠간 집을 비웠을 때 하늘이를 우리 집에서 재웠다”며 “나도 무슨 일이 있을 때는 의지할 수 있는 이웃이 있다는 게 든든하다”고 말했다.

부모들은 또 교사의 휴가일에 돌아가면서 일일교사를 하거나, 청소당번, 나들이 차량 당번 등을 맡는다. 아이들과 함께 생활할 기회가 많으니 ‘우리 아이가 잘 적응하는지, 왕따를 당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할 일이 없다. 내 아이 뿐 아니라 아이의 친구들, 이웃 아이들의 성격이며 집안 사정까지 속속들이 알고 지낸다.
교사와 학부모, 아이들이 가족처럼


구경자씨는 "아이가 공동육아방에 다닌 후 모든 면에서 달라졌다"고 말한다. ⓒ미디어다음

낮잠에서 깨어난 난 아이가 교사에게 “길동이(선생님의 애칭), 나 배고파”라고 투정을 부린다. 마치 이모를 대하듯 스스럼없는 태도다. 공동육아방에는 반말과 애칭, 날적이 등 이곳만의 독특한 문화가 있다.

교사들은 아무개 선생님이 아닌 길동이, 기린 등 각자의 별명으로 아이들에게 불리고, 부모들은 ‘아마’라고 불린다. 아이들은 교사에게 친구처럼 반말을 쓴다. 교육적 효과에 대해 다소 논란이 있기도 하지만 반말 문화는 교사와 아이들 간의 평등한 관계를 위한 것이다.

날적이는 선생님과 학부모 간의 교환 일기다. 교사들이 아이들의 놀이방 생활을 일기처럼 적어보내면 부모들도 집에서 벌어지는 아이의 생활을 적어 보낸다. 부모와 교사가 아이에 관한 모든 것을 스스럼없이 이야기하고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통로가 된다. 경쟁에서 이기는 아이가 아닌 공동체의 일원으로 키우는 교육


아이들이 직접 만든 마당의 화분들. 공동육아방에서는 인지교육보다 생태, 환경 교육에 힘쓴다. ⓒ미디어다음

“이곳에서는 아이들이 돈벌이의 수단이 되지 않고 모두가 인격체로서 평등한 관계를 맺습니다. 글자공부 영어공부 잘 하고 말 잘 듣는 아이는 칭찬받고 그렇지 못한 아이는 소외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아이들이 관심받고 사랑받아야 할 주인공이 되는 것이죠.”

7살 난 첫째 아이 윤서를 서울시 우이동 꿈꾸는 어린이집에 보내는 구경자(35, 교사)씨는 “공동육아방을 다닌 후 아이가 모든 면이 눈에 띄게 달라졌다”고 했다. 재미있는 TV 만화를 보여달라고 떼를 쓰던 아이는 요즘은 도토리를 주우러 나들이를 가자고 조른다. 공동육아방은 학습지를 이용한 인지교육 대신 생태교육, 환경교육, 공동체 교육을 한다.

공동육아방은 교사 한 명이 돌보는 아이의 수가 2~3세는 4명, 4~6세는 8~10명, 7세는 12명으로 정해져 있다. 일반 놀이방보다 훨씬 적다. 때문에 부모들이 부담해야 할 액수도 만만치 않다.

우이동 어린이집의 경우 아이 한 명당 50만원 내외의 조합운영비를 부담한다. 처음 가입할 때 내는 출자금 500만원은 놀이방의 전세금으로 쓰이고, 놀이방을 졸업할 때 되돌려받는다. 구씨는 “그래서 ‘공동육아’하면 돈 많은 맞벌이부부들이 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소리를 종종 듣지만 실제는 평균 이하의 소득 가정들이 대부분이다”고 귀띔한다. 공동 육아의 철학에 공감해 참여하는 것이지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어서는 아니라는 얘기다.

우이동 공동육아방에 아이를 보내고 있는 심화란씨는 운영비 부담에 대해 “수십만원씩 들여서 영어유치원이나 학습지를 시키는 것에 비하면 비싸지 않다. 특정한 개인이 운영비를 거둬서 큰 부자가 되는 것도 아니고, 학습지나 영어유치원을 포기하는 대신,우리 지역의 아이들에게 투자한다는 생각으로 운영비를 내고 있다”고 말한다. 무엇을 배우느냐. 경쟁이 아닌 공동체


학부모와 교사의 교환일기인 '날적이'는 공동육아방의 독특한 문화다. ⓒ미디어다음

공동육아조합의 운영진은 교사와 학부모인 ‘아마’들이다. 아이들 먹을거리며 교육 프로그램까지 부모들 스스로 결정하고 참여할 수 있다.

그렇다고 모든 것이 만족스러운 것은 아니다. 때로는 ‘민주적’인 운영방식 때문에 의사결정이 더디고 효율적이지 못할 때도 많다. 또 학부모들의 학력과 소득수준이 다양하다보니 교육 방식에 대한 이견을 보일 때도 있다. 마포 우리어린이집 교사 홍순영씨는 “부모나 교사들이 서로를 배려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는다면 공동육아는 불가능하다”고 설명한다.

또 일반 놀이방에 비해 운영비도 더 많이 들어가고, 차량부터 청소까지 부모가 직접 참여하고 부담해야 할 부분이 많다보니 육체적으로나 금전적으로나 더 힘이 든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공동육아의 정신을 이어나가려는 학부모들의 동참은 계속 늘어나 현재 전국적으로 공동어린이집 60 곳이 사단법인 공동육아와 공동체 교육의 회원으로 속해있다. 공동육아의 교육철학은 아이들의 취학 후에도 방과 후 교육이나 대안 학교 운동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우이동 꿈꾸는 어린이집 교사 기린(애칭)씨는 “내가 바쁠 때 도움을 받고, 또 남이 힘들 때는 도울 수 있는 육아 방법, ‘내 아이만’이 아닌 ‘이웃의 아이도’의 개념이 실현되는 곳이 공동 육아방”이라고 말했다.
Bookmark and Share
글 쓴 이 : 비회원
☆ 두리(소셜)댓글 달기 : 얼숲(페이스북), 재잘터(트위터), 열린또이름(오픈아이디)으로 댓글을 달 수 있습니다. ↓

댓글을 달아 주세요

세상 보기2005.10.27 00:00
 
원가 100% 공개하는 '가게'

[소비하지 않아도 잘살 수 있다]소비자가 곧 운영자 '생활공동체' 생협의 철학

미디어다음 / 심규진 기자



소비하지 않고도 잘살 수 있다







“면생리대, 친환경 농산물, 천연 화장품을 쓰라고요? 백화점이나 인터넷 쇼핑몰에서 고가에 팔리는 이른바 ‘웰빙’ 상품들이잖아요. 돈 없으면 몸도 환경도 못 지키는 세상이에요.”

도시근로자들은 면생리대와 천연화장품 얘기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인다. 출퇴근에만 몇 시간씩 걸리는 교통지옥, 촌각을 다투는 일터에서의 경쟁, 빠듯한 생활비 지출 목록 속에서 도시인들은 생필품을 직접 만들어 쓸 시간도, 값비싼 유기농산물을 사 먹을 여유도 찾지 못한다. 이들에게 ‘웰빙’이나 참살이는 여유 있는 사람들의 사치스러운 관념일 뿐이다. 과연 참살이 열풍은 ‘녹색 자본주의’라는 새로운 시장에 종속될 뿐, 우리 삶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실천적인 철학이 되기는 힘든 것일까.

그러나 ‘참살이’ 열풍에 동참하는 사람들은 결코 고소득자거나 시간이 많은 주부들 만이 아니다. 각자의 일터에서 바쁜 맞벌이 부부들도, 가계 소득이 넉넉지 않은 저소득 가정의 주부들도 노동에 투자할 수 있는 여유와 공동체에 대한 관심과 노력만 있다면 얼마든지 친환경적인 삶을 살 수 있다고 말한다.

“친환경 농산물인데도 비싸지 않은 이유. 비영리조직, 마진공개, 생산자 직거래 때문”


주부 구경희씨는 집근처 생협매장에서 거의 모든 생활재들을 공급받는다.

“유기농산물이나 친환경 농산물을 먹는다고 하면 주위에서 ‘너 돈 많나 보다’ 그래요. 하지만 생협 물건들은 시중가와 별로 차이가 없고, 오히려 더 쌀 때도 있어요.”
여성민우회생협의 조합원인 구경자씨(35. 교사)는 지역 생협 매장에서 친환경상품을 공급받는다.

생활협동조합은 자본에 의해 소외당하는 소비자들이 권리를 찾기 위해 소비자들이 직접 모여 만든 협동조합으로 일정액의 가입비와 출자금을 내면 조합원이 돼 생협의 운영에도 참여할 수 있다.

천연화장품, 면생리대, 친환경 농산물 등은 백화점이나 인터넷 사이트를 이용하면 몇 배나 비싼 값을 치러야 하지만 생협의 물건들은 시장보다 그리 비싸지 않다. 면생리대나 천연 화장품의 가격은 인터넷 쇼핑몰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재료 가격이 비싼 것은 물론 사람의 노동이 더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물건에 비해 2~3배 이상 비싼 천연제품들. 생협에서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공급받을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비영리단체로 운영, 마진율도 총회에서 결정
많이 팔린다고 특정인이 부자 되지 않아



생협은 생산자와의 유기적 관계를 통해 믿을 수 있는 생산재를 조합원들에게 공급한다.[사진제공=두레생협연합회]

‘남는 것 하나 없는 밑지는 장삽니다.’

장사꾼의 이 말은 거짓말 중에서도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마진율을 100% 공개하는 가게는 불가능하지 않다. 만약 소비자가 직접 중간 거래상이 된다면 말이다.

생협이 생산 과정과 품질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면서도 가격 경쟁력을 잃지 않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바로 비영리단체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판매자의 이윤이 일정하게 보장돼야만 거래가 이뤄지고 여러 단계의 중간 유통단계를 거치기 때문에 산지 가격보다 몇 배의 가격이 더해질 수밖에 없다.

많이 팔릴수록 판매자의 이익이 많아지는 시장과 달리, 조합원들이 출자해 비영리로 운영되는 생협에서는 물건이 많이 팔린다고 해서 특정한 개인이 부자가 되지 않는다. 생협은 조합원들의 소액 출자로 운영되며, 잉여이익이 발생할 경우 출자액에 따라 이익금이 배당된다.

따라서 운영자이면서 소비자이기도 한 조합원들의 관심은 ‘많이 파는 것’보다는 ‘제대로 중계하는 것’이 될 수밖에 없다. 조합의 운영비 조달을 위한 판매 마진율은 조합원 총회를 통해 결정된다.

여성민우회생협은 물건가격의 21%, 두레생협연합회의 경우 23%의 마진율로 조합원들에게 생활재를 공급한다.
"김치가 '금치'라고요? 생협 조합원들은 걱정이 없어요"
생산자와의 유기적인 신뢰 관계, 판로와 가격 모두 안정시켜



산지견학을 하며 자신이 먹을 농산물의 생산 과정을 학습하는 조합원들 [사진제공=여성민우회생협]

"중국산 기생충 김치 때문에 요즘 김치가 금치라면서요? 하지만 생협 조합원들은 끄덕없어요."

최근 김치 파동으로 시장에서는 배추값이 폭등했지만 조합원들은 이미 계약을 맺은 농가를 통해 안전한 배추를 미리 협의한 가격에 공급받을 수 있다. 시장의 영향에서 자유로운 생산자와 조합원의 유기적인 관계 맺음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생협 내 거래가 시장의 상황에 크게 영향을 받을 것 같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습니다. 만약 홍수나 가뭄으로 농산물 생산량에 큰 변동이 있을 때는 생산자와 대의원들이 가격 협의를 해서 가격을 조정하기 때문에 실제 조합원들이 느끼는 가격의 탄력성은 크지 않습니다.”
투명하게 생산과정을 공개하라


“저희는 생산자를 선정할 때 가격 경쟁력보다도 ‘얼마나 투명하게 생산 과정이나 제품 단가 등을 공개할 수 있느냐’를 고려합니다. 생활재를 담당하는 대의원들이 직접 산지를 방문해서 제조 과정을 꼼꼼히 살핍니다. 생산자가 농약을 친다면 왜 쳐야 하는 건지, 음식에 첨가물을 넣는다면 불가피한 이유가 있는 건지 밝혀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조합에 물건을 공급할 수 없지요. ”(여성민우회생협 허경희 과장)

조합원들은 단순히 수동적 소비자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직접 생산과정에 참여하고 품질이나 맛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의사를 표시한다.

두레생협연합회(구 생협수도권연합회)의 경우 처음 장애인복지단체에서 운영하는 한 과자 공장을 생산자로 선택했을 때, 물건의 질이나 맛이 모두 만족스러운 것은 아니었다고 한다.

두레생협연합회 김창근 부장은 “처음엔 생산자가 식품 첨가물도 많이 사용했었는데, 조합원들이 첨가하지 말아달라고 요구했고, 생산자가 이를 받아들여 이제는 첨가물이 거의 없는 과자를 공급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대기업들은 애초부터 생협에 물품을 공급하는 것에 관심이 없다. 대기업에게 제조방법은 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노하우’이기 때문에 외부에 철저히 감춰야 할 것들이다. 어떻게든 제조 방법과 단가를 숨겨서 조금이라도 더 많은 이윤을 창출해야 하는 자본의 논리와 투명성을 중요시하는 생협의 철학은 처음부터 정반대 지점을 향하고 있는 것이다.
"생산자들이 믿어주니 판매 걱정 없이 좋은 물건 만들 수 있죠"


"농약을 쓰지 않아 볼품없고 벌레 먹는 물건을 경매 시장에 내 놓으면 쪽박차리 십상이죠. 하지만 조합원들은 직접 산지에 와서 우리가 재배하는 농산물이 친환경적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믿어주니까 '안팔리면 어쩌나'하는 걱정없이 마음놓고 농약없는 친환경 농산물을 공급할 수 있어요. "
여성민우회생협에 농산물을 공급하는 풀무생협 단재용씨의 얘기다.

이렇게 조합원과 생산자간의 신뢰가 구축되면 생산자들은 가격경쟁력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좋은 물건을 소신껏 생산할 수 있다.

생산자들이 일반 시장에 물품을 공급하는 가격과 조합에 물건을 공급할 때 받을 수 있는 가격이 크게 차이가 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다른 점이 있다면 시장에서는 다른 물건들과의 ‘경쟁’을 통해 물건을 팔지만 생협에 물건을 공급할 때는 계약 재배와 생산을 통해 안정된 가격과 판매량을 보장받는다는 것이다.

두레생협연합회에 친환경 고구마를 공급하고 있는 신대교씨는 “4년전만 해도 많은 농약을 치며 고구마를 생산했지만 조합원들이 점차적으로 농약을 줄여줄 것을 요구했고 드디어 2년 전부터는 무농약 재배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가 땅의 체질을 바꾸기 위해 고구마 농사를 쉬고 땅콩을 재배했을 때, 조합원들은 기꺼이 땅콩을 구매해주어 김씨의 친환경영농을 물밑 지원했다.

더 작게, 투명하게…생협의 철학


“생협의 철학은 더 많은 이윤이 아닌 더 많은 참여와 자치입니다. 때문에 중앙 조직이 곳곳에 지점을 내서 더 많은 이윤을 내기 위해 몸집을 불리는 것이 아니라, 운영 초기 시행착오가 끝나고 생협 운영이 활성화되면 분가를 시키는 것이지요. 생협의 운영은 지역사회와 함께 맞물려야 하고, 지역사회의 구성원들이 권리와 책임을 동시에 가져야하기 때문이죠.”(동북여성민우회 심화란 간사)

거대자본이 운영하는 유통산업은 전국 각지에 지점을 내고 '몸집’을 최대한으로 불려 ‘규모의 경제’를 추구한다. 반대로 생협은 가능한 한 ‘작은 것’을 추구한다. 두레생협연합회의 연간 매출은 생산지 출고 기준 200억, 여성민우회생협은 전국 7개 지부의 연간 매출이 60억원 정도로 일개 대형마트의 월 매출에 비견될 만큼 규모가 크지 않다.

그럼에도 민우회생협 중 가장 활동이 활발한 동북여성민우회생협 등은 내달 중 중앙조직에서 독립해 단독법인으로 분가할 예정이다. 생협의 단위가 작을수록 조합원들의 참여와 관심이 높아지게 되고, 조직의 의사결정이 투명하고 민주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공동체를 생각하는 마음이 고용도 창출
자본경쟁력 없는 소규모제조업체, 가내수공업, 민중교역까지 활성화



두레생협연합회는 민중교역의 일환으로 필리핀 네그로스 지역과 재래식 설탕을 교류하고 있다.[사진제공=두레생협연합회]

비영리조직으로 운영되는 생협들은 고용시장에서 경쟁력이 떨어지는 근로취약계층의 고용을 창출하고 소자본의 영세업자들의 생산 활동을 돕기도 한다.

면생리대쓰기 운동을 보급했던 여성주의자들의 모임 ‘피자매연대’는 자활을 꿈꾸는 기지촌 여성들에게 면생리대 생산을 맡겨 이들의 고용과 자활을 도왔다. 느림씨는 “대규모 생산업체에서 면생리대 생산을 맡겨달라고 했지만 모두 거절했다. 판매수익금은 사회단체에 기부하고 있다”고 말한다.

여성단체나 지역 생협들이 하고 있는 만들어쓰기 운동은 주부나 장애인들이 큰 자본이 없이 할 수 있는 가내수공업을 활성화시키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수도권 지역 생협들은 또 장애인복지시설에서 운영하는 과자 공장에 생산을 의뢰하고 있기도 하다.

동북여성민우회 심화란 간사는 “면생리대를 소규모 공장에 맞겨서 위탁 생산하고 있는데, 큰 자본을 투자해 기업적으로 운영되는 곳은 아니다”고 말했다.

두레생협연합회의 경우, 필리핀 네그로스 지역과 민중교역(people to people trade)을 하기도 한다. 유통업자에 의해 좌우되는 국제 무역 질서를 거부하고 직접 사람과 사람이 얼굴을 맞대는 거래를 통해 필리핀의 재래식 설탕인 마스코바도 설탕을 교류하기로 한 것이다. 이 같은 민중교역은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제 3세계 노동자들의 경제적 자립을 돕고, 자본의 파괴행위로부터 천연자연을 보호하는 지역생명운동이기도 하다.

박경진 두레생협연합회 간사는“생협은 단순히 가격경쟁력이나 품질의 우수성만을 따져 생산자를 선택하지 않는다. 사회적 약자의 고용창출을 돕고 전 지구의 환경을 위한다는 생협의 가치를 조합원들의 민주적 의사결정을 통해 실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Bookmark and Share
글 쓴 이 : 비회원
보람말 경제, 생협, 소비, 참살이
☆ 두리(소셜)댓글 달기 : 얼숲(페이스북), 재잘터(트위터), 열린또이름(오픈아이디)으로 댓글을 달 수 있습니다. ↓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