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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키는대로...

"휴대폰, 너 없으면 불안해"

휴대폰, “너 없으면 하루종일 불안해”
 

[한겨레] ⑥ 족쇄 되어버린 ‘휴대폰’
친구와 수시로 문자 주고받아도 실제 인간관계 맺기에는 어려움
귓가에 ‘따르릉’ 환청 금단현상


출퇴근 길 지하철 등 여기저기서 휴대폰으로 무언가를 하고 있는 학생들을 쉽게 볼 수 있다. 휴대폰으로 문자를 보내고, 통화를 하고, 음악을 듣고, 게임으로 하고, 그냥 휴대폰을 만지작거리기도 한다.

이런 모습들은 우리의 아이들이 휴대폰에 너무 집착하는 것이 아닌가 혹시 휴대폰 중독은 아닌가 하는 걱정을 불러일으키곤 한다.

청소년들이 휴대폰에 열광하고 많은 시간을 휴대폰과 함께 보내는 것은 대부분의 경우 병적인 증상이라기 보다 이전 세대들처럼 라디오, 텔레비전, 인터넷 등 새로운 기기와 미디어 등에 적응해가는 과정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그러나 병적인 휴대폰 중독도 분명히 존재한다. 아이들이 휴대폰에 병적으로 집착하게 되면 더 이상 휴대폰이 의사소통을 위한 도구가 아니라 아이들의 삶을 모두 지배하는 무언가가 되어버린다. 아이들은 더 이상 가족들과 이야기 하지도 않고, 하루 종일 심지어 밤에 잘 때에도 휴대폰을 손에 쥐고 잠이 들 정도가 되며 다른 취미활동이나 학교 생활에도 소홀하게 된다. 인터넷 중독에서와 마찬가지로 현실감이 떨어져 휴대폰 내에서의 인간관계에만 집착하게 된다. 정상적인 성격 형성이 어려울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휴대폰에 집착하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특히, 청소년은 시기적으로 본인의 정체성을 추구하는, 이른바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는 중으로 이때는 어른도 아니고 아이도 아닌 소속감이 없는 시기이다. 이 시기의 청소년들은 어딘가에 소속되고 싶어하고 또 누군가와 마음을 나누고 싶어한다. 휴대폰을 사용하면 친구들과의 교감을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고 또 친구들 사이에서 내가 인정받고 있다는 개인적인 만족감이 충족된다.

특히 수줍어하고 자존감이 낮은 청소년의 경우에 직접 만나지 않고 자신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 큰 매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직접적인 만남보다는 인터넷과 함께 휴대폰을 통한 인간관계를 형성하는데 익숙해지는 것이다. 하지만 휴대폰에 집착하고 매달리는 아이들일수록 진정한 인간관계를 맺기 힘든 경우가 많다.

또한 휴대폰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아이들 중에는 우울, 불안, 적응장애와 같은 정신적인 문제가 같이 동반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휴대폰 중독 이전에 실제 우울증이나 불안 장애가 있는 청소년들이 일상생활에 적응이 어려워지면서 휴대폰에 집착하는 증상을 보이는 경우다. 이 때에는 우울증이나 불안 장애를 적절히 치료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휴대폰 중독을 의심해 볼 수 있는 증상은 여러 가지가 있다. 일단 문자를 보내거나 통화를 하거나 모바일 서비스를 하느라 상당히 많은 시간을 보내고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휴대폰을 손에 쥐고 살아야 한다면 그것이 첫 번째 증상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휴대폰 중독이라고 하면 인터넷 중독, 쇼핑중독, 알코올 의존과 같은 맥락으로 금단 증상과 내성을 보이는게 특징적이다.

휴대폰을 사용하느라 보내는 시간이 점점 늘어나는 것을 내성이라고 한다면 금단 증상은 휴대폰을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에 불안, 초조감이 생기고 휴대폰 벨소리가 울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든지, 반복적으로 휴대폰을 사용하는 장면이 떠오른다든지, 나도 모르게 손가락으로 문자를 보내고 있는 경우를 말한다. 그 외에도 휴대폰 사용을 자제하려고 해도 잘 안된다든지 휴대폰 사용으로 인해 중요한 일을 하지 못하는 경우 등도 의존도가 높다고 할 수 있다. 특히, 휴대폰 요금을 내기 위해 혹은 휴대폰을 새로 사기 위해 돈이 필요해져 비행행동을 저지르는 것은 심각한 휴대폰 의존 증상이다.

휴대폰 문제와 관련해 부모와 갈등이 심하고 도저히 행동이 조절이 되지 않는 아이들은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보는 것이 좋다. 지나친 휴대폰 사용이나 집착은 아이의 성격적, 정서적 문제에서 기인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아이의 전반적인 정신건강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다.

휴대폰 중독의 치료는 다른 중독 질환과는 달리 휴대폰을 절대 사용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적절히 조절해서 책임감을 가지고 쓰는 방법을 습득하는 것이 치료 목표이다. 따라서 휴대폰을 처음 구입할 때부터 아이들에게 휴대폰의 사용 목적과 역할을 분명하게 습득하도록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윤수정 교수/가톨릭대학 성바오로병원 정신과 np-suju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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