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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나나가 멸종 위기에 처했다?

<바나나가 멸종 위기에 처했다?>

'멸종, 사라진 것들' 사멸 이야기 담아

(서울=연합뉴스) 서한기 기자= 바나나가 멸종 위기에 처했다는 얘기를 들으면 아마 놀랄 것이다. 앞으로 10년 후면 사라질지도 모른다고 하면 왠 생뚱맞은 소리냐고 반문할지 모른다. 슈퍼마켓에 가면 가장 눈에 잘 띄는 곳에 진열돼 있는 게 바나나인데, 멸종 위기에 놓여 있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반박할 것이다.

하지만 엄연한 사실이라고 한다. 큰 바나나를 생산하려는 욕심에 바나나 품종을 개량하다보니 '표준화된 바나나'만 남게 되었고, 그렇다 보니 바나나 종(種)이 다양하지 못해 질병 저항력이 떨어져 조만간 멸종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코뿔소와 호랑이도 마찬가지 처지다. 야생 고양이과 중 가장 거대한 호랑이는 20세기 초 전체 개체수가 10만 마리에 달했으나, 1990년대 중반에 이르러 겨우 6천 마리 정도 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추정된다.

식물과 동물만 생존의 위협을 받는 게 아니다. 아메리카 대륙에 유럽인들이 상륙한 뒤로 북남미 부족들이 절멸되었고, 민족이 사멸되자 언어도 사라졌다.

생물체의 종과 민족, 그리고 언어가 그 어느 때보다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있다.

오스트리아 빈 대학과 그라츠 대학, 빈 공과대학에서 철학을 가르치는 프라츠 M. 부케티츠 교수는 최근 번역돼 나온 '멸종, 사라진 것들'(두행숙 옮김. 들녘)에서 생물 종과 인류 문화의 사멸에 관해 이야기한다.

특히 현재 진행되고 있는 그 놀라운 멸종 속도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며, 다양성의 상실이 초래할 위험을 경고한다.

저자는 종의 다양성을 적극 옹호하면서 생명 복제 같은 위험하고 어리석은 짓에 몰두할 것이 아니라, 좀더 눈을 크게 뜨고 자연과 문화가 얼마나 강인한 잠재력을 갖고 있는지 깨달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240쪽. 9천원.

sh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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