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내키는대로...

‘아름다운 킬러’ 붉은 단풍

‘아름다운 킬러’ 붉은 단풍
[조선일보 박민선 기자]

가을을 붉게 물들이는 단풍은 왜 생길까. 미국의 abc 뉴스는 19일 학자들의 연구 결과를 인용해 단풍의 붉은색은 경쟁자를 제거하기 위한 독(毒)이라고 보도했다. 붉은 단풍은 이른바 ‘아름다운 킬러(killer)’라는 얘기다.

뉴욕 콜게이트(Colgate) 대학 연구진은 단풍나무처럼 가을에 붉게 물든 나무들은 주변에 다른 종의 나무가 자라지 못하도록 독을 분비한다고 밝혔다. 과학자들은 이런 현상을 ‘타감(他感)작용’이라고 부른다. 이 독은 다른 종을 죽일 만큼 강하다고 한다.

기존 이론에 따르면, 노랑이나 주황 등 단풍 색깔은 잎 속의 엽록소가 분해되면서 남아있는 색소가 공기에 노출될 때 드러나게 된다. 연구진은 그러나 빨간색을 내는 나무들은 이와는 다른 과정을 밟아 빨간 잎을 만들어낸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빨간 단풍의 색소는 다른 성분이 파괴된 뒤 남아있는 것이 아니라, 나무가 변화하는 계절에 적응하려고 사투를 벌일 때 생성된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단풍나무의 빨간 잎과 파란 잎, 너도밤나무의 노란 잎과 녹색 잎을 채취해 각각 상추 씨앗 위에 뿌리는 실험을 했다. 붉은 단풍나무 추출성분이 상추의 성장을 막는다는 기존의 연구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 빨간 단풍잎이 다른 잎들에 비해 상추씨의 발아를 크게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프랭크 프레이(Frey) 콜게이트대 교수는 “가을에 빨간 단풍잎이 떨어지면 안토시아닌(anthocyanin) 성분이 흘러나와, 땅속으로 스며들어 다른 수종의 생장을 막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빨간 낙엽은 ‘순수한 퇴비’로 변하는 것이 아니라, 같은 종인 단풍나무만 자랄 수 있게 해 종의 번식을 꾀한다는 것이다.


(박민선기자 [블로그 바로가기 sunrise.chosun.com])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한국 온라인신문협회의 디지털뉴스 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 기사제공 ]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