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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키는대로...

'한옥 짓기', 환상은 금물

[한옥이 좋다]''한옥에 한번 살아볼까''…그렇다면 준비하세요
“한옥에 대한 막연한 환상은 금물입니다. 상담한 사람 중 80%가 비용 때문에 포기하죠.”

고건축 전문가인 김형석(40) 나오디자인 실장의 당부다.

한옥은 거푸집과 시멘트로 대강의 틀을 만드는 양옥과 달리 목수의 섬세한 손길이 요구된다. 또 한옥 신축이나 개보수를 수행할 인력도 드물기 때문에 인건비도 비싸다.

웬만한 목수의 일당은 25만원 이상이다. 목재의 종류에 따라 공사비는 고무줄이다. 한옥에 쓰이는 목재는 고재와 신재가 있다. 고재는 수십년 전에 지어진 한옥을 해체해 추출해오기 때문에 희귀할뿐더러 딱 맞는 규격을 찾기도 어렵다. 따라서 시간과 비용이 훨씬 많이 든다. 대신 고재는 오랜 기간 수축·팽창 과정을 거친 뒤라 안정된 상태다.

반면 신재는 국산, 캐나다산 나무를 가공한 목재이므로 구입이 용이하고 저렴하지만 고재보다 변형이 심하다.

김 실장은 “이러한 변형은 나무가 습기를 흡수, 배출하는 가습기의 역할을 하기 때문”이라며 “한옥이 자연친화적임을 보여주는 예”라고 말했다.

한옥 한 채를 짓는 데 드는 비용과 시간은 어느 정도일까. 우선 건축비는 평당 600만원에서 1500만원까지 다양하며 보통 800만∼900만원선에서 공사가 이뤄진다고 한다.



예를 들어 30평의 대지에 평당 800만원이 들어가는 한옥을 짓는다면 건축비만 약 2억4000만원을 예상해야 한다. 만약 땅값이 평당 1000만원인 곳에 30평짜리 한옥을 짓고 싶다면 땅값 3억원에 건축비 2억4000만원, 총 5억4000만원가량이 필요하다. 착공에서 완공까지는 최소 5∼6개월이 소요된다. 공사기간 중 이웃집과의 경계 문제, 분진과 소음 민원이 적지 않아 얼마간의 지연도 감안해야 한다. 여기에 설계, 예산 산출, 지자체의 심의 과정까지 포함되면 한옥에 입주하기까지는 넉넉잡아 1년이 걸린다.

김 실장은 “막연한 향수에 끌려 ‘한번 한옥에 살아볼까’ 하는 분들은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혀 중도 포기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그러나 한옥의 미학를 이해하고 오랜 기간 준비한 사람은 한옥에 산다는 게 꿈만은 아니다.

현재 7건의 공사를 동시에 진행하고 있는 김 실장은 “2002년 이후 한옥의 진면목을 깨닫는 사람들이 크게 늘었다”며 “한옥은 이미 어엿한 건축양식으로 자리잡았고, 앞으로 주거문화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한옥의 미래를 밝게 내다봤다.



심재천 기자 jayshi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