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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없는 탄생 "인권분만" 해보세요

폭력없는 탄생 ''인권분만'' 해보세요
얼마 전 보건복지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우리 나라의 산모 4명 중 1명이 제왕절개 수술을 받았다. 이 같은 수치는 세계보건기구(WHO)의 권고율인 5∼15%에 비해 3배 가량 높은 수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의 제왕절개율은 대부분 10∼20% 수준이다. 여성단체와 일부 산부인과 등을 통해 제왕절개율을 낮추고자 하는 노력이 있어 왔지만 그 결과는 미미한 수준이다. 무조건적인 제왕절개에 의존하지 않는 건강한 출산문화 정착을 위해 제왕절개에 대한 몇 가지 오해를 바로잡고, 그 대안으로 인권분만을 소개한다.

◆제왕절개에 대한 오해= 젊은 산모들은 미용을 이유로 제왕절개를 원하는 경우가 많다. 개업의들은 낮은 진료비와 의료사고의 위험성을 이유로 제왕절개를 선호한다. 제왕절개를 통한 분만이 일반화하면서 제왕절개에 대한 잘못된 상식들도 많다. 우선 제왕절개를 하면 덜 아프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제왕절개는 전신마취가 필요한 대수술이다. 따라서 마취가 풀리면 극심한 통증 때문에 움직이는 것조차 쉽지 않다. 통증을 가라앉히려면 진통제를 투여해야 하고 며칠 간 음식을 먹지 못하며 모유 수유도 할 수 없다.

또 제왕절개를 가장 안전한 분만법으로 생각하는 산모도 많다. 전치태반(태반이 아기 머리보다 자궁 입구에 가까이 있는 경우) 등의 경우에는 태아와 산모의 안전을 위해 제왕절개를 하는 것이 안전하다. 하지만 정상 임신의 경우에는 오히려 전신마취로 인한 크고 작은 합병증 등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제왕절개를 한번 하면 계속해야 한다고 알고 있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제왕절개 후 자연분만율이 30%를 육박하고 있다. 한두 번 제왕절개 수술을 받았더라도 자연분만이 가능한 적절한 크기와 형태의 골반을 가졌다면 자연분만을 할 수 있다.

◆인권분만이란=최근 일부 산부인과에서 실시하고 있는 인권분만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산모와 태아를 배려하는 출산문화’를 말한다. 인권분만은 프랑스의 산부인과 의사 프레드릭 르봐이예의 저서 ‘폭력 없는 탄생’에서 비롯됐다. 국내에서도 보급되고 있는 그네 분만, 수중 분만 등 분만의 방법론보다 상위 개념으로 ‘분만의 철학’으로 이해해야 한다.

인권 분만은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출산을 통해 태아가 탄생하는 순간에 겪는 스트레스를 최소화하고 산모를 ‘환자’로 보는 의사 중심의 출산문화에서 산모가 자신들이 원하는 바를 당당히 주장하고 태아의 인권을 존중하는 것이다.

인권분만연구회 회장인 동원산부인과 김상현 원장은 “탄생 순간의 환경에 따라 아기의 인생이 달라질 수 있다는 믿음 아래 아이에게 최대한 편안한 환경을 만들어 주고자 하는 것이 인권분만”이라고 말한다.

◆인권분만은 어떻게=인권분만이 행해지는 분만실은 일반적인 분만실에서 흔히 있는 비명소리와 아이의 울음소리가 없다. 우선 인권분만실에는 뱃속 아이에게 태교로 들려주던 클래식 음악이 흐른다. 자유분만, 좌식분만, 수중분만, 그네분만 등 순산을 도와주는 다양한 분만 중 하나를 산모가 선택하도록 한다.

아이의 머리가 보일 때쯤에는 아이의 시각을 보호하기 위해 조명을 낮추고, 아이가 완전히 나오면 곧바로 산모의 가슴에 안겨줘 심장소리를 들려주며 젖을 물린다.

분만 과정을 지켜보던 남편이 아이의 탯줄을 끊는다. 이때 아이가 자연스럽게 폐 호흡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맥동이 멈춘 후에 서서히 탯줄을 자른다. 이후 미리 준비해 놓은 37도의 물 속에 아이를 넣어 양수로 돌아온 느낌을 받게 해준다.

김상현 원장은 “제왕절개 수술율 세계 최고, 저출산 등 우리 나라에는 잘못된 출산문화가 팽배한 상태”라며 “인권분만 등을 통해 아이와 산모 모두를 인격체로 바로 보는 출산문화가 정착돼야 한다”고 말했다.

안용성 기자 ysahn@segye.com


[ 기사제공 ]  세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