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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보기2007. 1. 31. 00:00
 

‘아파트 신화’ 뒤엔 개발독재 있었다

“땅은 좁고 사람은 많기 때문이죠.”

서울에서 “한국에는 아파트가 왜 이렇게 많죠”라고 묻는다면 다들 이렇게 대답한다. 이 명제는 보통 한국인이라면 아무도 의심할 수 없는 공리(公理)다. 과연 그럴까.

1993년 한국을 찾은 프랑스 지리학자 발레리 줄레조(40·마른 라 발레대 교수)는 ‘아파트의 나라’ 한국에 충격을 받았다. 유럽에서는 빈민주택의 통칭인 아파트가 한국에선 어떻게 부의 상징일까. 어떻게 ‘주택이 유행인 나라’가 생겨났을까. 혹시 우리(프랑스)가 실패한 ‘공동주택’에 대한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의 이상이 한국에서 실현된 것일까. 그는 서울의 아파트 문화를 연구, 박사학위 논문을 쓴 데 이어 최근의 연구성과를 담아 ‘아파트 공화국’(후마니타스)을 출간했다.

줄레조가 우선 문제삼는 것은 ‘인구밀도와 아파트의 상관관계’에 대한 통념이다.


줄레조교수는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도시가옥을 소모품으로 취급하는 무심한 국민이라고 했다. 한강 원효대교 남단에서 바라본 서울 이촌동 지구 아파트 단지. /남호진기자

좁은 영토에 인구밀도가 높은 네덜란드나 벨기에에서는 도시 집중화가 대규모 아파트 건설로 이어지지 않았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90년대 이후 서울 강북의 아파트 증가는 인구밀도 상승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신공덕동의 경우 오히려 대규모 아파트가 들어선 이후 인구밀도가 줄었다. 줄레조는 “17층과 24층인 10개 동을 건설하는 것이 더 많은 가구를 수용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은 아니다”라며 “통행로나 소방로를 효율적으로 구상하고, 수도나 전기의 조직망을 개선한 3, 4층 건물로의 재개발은 왜 대안이 될 수 없느냐”고 반문한다.

줄레조는 “당연한 걸 왜 묻느냐”는 숱한 면박을 들으며 면접조사한 한국인들에게서 공통점을 발견했다. 아파트 선호 이유가 ‘깨끗함’이란 것. 이 ‘깨끗함’은 ‘오래돼 낡고 값어치가 떨어졌다’는 의미이자, ‘최근의’ ‘새롭다’는 뜻을 함축한다는 것은 한참 뒤에 알아챘다.

그는 여기에서 한국인들의 ‘새 것에 대한 맹목적인 숭배’를 읽는다. 와우아파트 때만 해도 대다수 시민들이 혐오감을 가졌던 아파트가 70년대 들어 갑자기 ‘첨단주택’으로 탈바꿈하고, ‘신’ ‘뉴’라는 접두사가 무한대로 사용됐다. 그래서 ‘신’도시, ‘뉴’타운이다.



줄레조는 초기에 냉대를 받던 아파트가 명품으로 자리잡은 이유를 권위주의 정부의 ‘개발독재’에서 찾는다.

70년대 ‘주택건설 200만호!’ ‘주택건설 180일작전!’ 등의 구호를 내건 정부는 훈장 수여와 각종 혜택으로 건설사들의 참여를 독려했고, 도시 중산층을 아파트로 결집시켰다.

대기업은 정부의 든든한 파트너가, 손쉽게 집 장만하고 돈까지 번 중산층은 표밭이 됐다.

아파트는 상품, 재테크의 수단으로 변모했다. 한국인들은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도시가옥을 소모품으로 취급하는 ‘무심한’ 국민”이 됐다. 여기에 부의 이전이나 연대의식을 바탕으로 한 ‘국민주택’의 개념이 끼어들 여지는 없었다.

그는 ‘아파트의 현대성’에서도 한국인들의 모순된 인식을 읽는다. 아파트가 현대적이고 편리하다는 신화는 “현실로서의 아파트가 아니라 한국인들이 ‘현대적 주택’에 대해 만들어 낸 ‘이미지’가 인기를 끈 결과”라는 것이다.

한 이방인의 주도면밀한 관찰은 “미학적 기준에 반하는 도시경관” “지리학에 반하는 도시”인 한국사회를 비춰주는 ‘거울’이 될 듯하다.

〈손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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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쓴 이 :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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