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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말은 쓰기 편해야 합니다(우리말 열 두 달을 두고...)

재잘터(트위터) '무지개우산'(@lookslikelife) 님께서 '11월은 동짓달, 12월은 섣달로 알고 있는데, 다른 달의 #우리말 이름은 무엇인가요? 옛 조상들이 삶 속에서 '달'에 해당하는 혹은 그에 비견되는 시간 단위를 어떻게 불렀는지 궁금하네요.'라고 물어오셔서 제 생각을 가지런히 적고자 합니다.

# 말은 쓰기 편해야 한다
저는 '말과 글은 쓰기 편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말과 글이란 것이 서로 생각을 나누자는 것인데 굳이 어려울 까닭이 없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어렵게 쓰는 이들은 다른 꿍꿍이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물론 어려운 말을 쓴다고 모두 꿍꿍이를 가지고 있다는 뜻이 아니라 그런 꿍꿍이에서 시작했다는 말입니다.)
말을 어렵게 쓰는 이들은 특권의식, 선민의식, 권위주의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봅니다. '나는 당신과 다르다'는 거지요.(이는 우리가 숨은뜻말(은어)을 쓰는 것과 비슷하다고 봅니다.)

처음으로 돌아가서, 열두달을 이르는 우리말로 해솟음달(해오름달), 시샘달, 물오름달...(녹색연합, 임의진 목사 내놓음) 같이 쓰는 이도 있고, 한밝달, 들봄달, 온봄달,...(한글문화연대와 몇 군데서 내놓음) 같이 쓰는 이도 있습니다.(물론 요 즈음에 지어서 쓰는 말이겠지요...?)
모두 참으로 이쁜 말들입니다. 굳이 우리말이라서가 아니라도 말이지요...
하지만 이 말은 너무 외우기가 너무 어렵습니다.
다른 보기를 하나 더 들겠습니다.
요일을 우리말로 바꾸자고 해날, 다날, 부날...(한글문화연대 내놓음) 같이 쓰는 이도 있습니다.
이 역시 참으로 이쁘고 좋긴 한데... 외울 만 하신가요?

# 말은 버릇
'말은 버릇'입니다.
우리가 지금 쓰는 말은 알기 전에 이 말을 알았다면 외우는데 별로 어렵지 않았을 것입니다.(서양에서 쓰는 달 이름이 그런 보기가 되겠지요?)
하지만 지금 이 말을 외우기에는 너무 어렵습니다.
하다못해 일곱 개 밖에 안 되는 일주일을 이르는 우리말을 외우려고 해도 '수요일은 물 수자니까 물날, 우리말 버릇대로 읽어 무날...' 이렇게 떠올려야 합니다. 하물며 열두개라니...^^
일주일을 이르는 다른 우리말로 '한날, 두날, 삿날, ... 밝날'(한글학회 내놓음)이 있는데 지금 지나(중국)식을 따른 듯하여 좀 뭣하긴 하지만 차라리 이것이 쓰기 편하고 더 좋아보입니다.

저도 되도록 우리말을 살려쓰고, 없으면 우리말로 만들어 쓰자는 주장을 내놓지만, 그것이 말글살이를 어렵게 해서는 안 된다 봅니다.
좀 더 좋기로는 새로운 생각을 가지신 분들이 어떤 말을 내놓아 쓰고 그것이 말글 사는 이들[언중]에게 받아들여져 널리 쓰이면 좋고 받아들여 지지 못하면 어쩔 수 없다 봅니다.
또 다르게는 뜻만 통하고 영 엉터리만 아니라면(원칙이 되겠지요...) 서로 제각각 쓰고 싶은 말을 쓰고 그렇게 여러 말들이 다퉈 쓰이다가 사람들 입에 익고 쓰기 편한 말이 널리 쓰이는 것도 좋다고 봅니다.(자유경쟁, 진화론)

따라서 굳이 지금와서 바꾸려 한다면 지금보다 혹은 하다못해 지금만큼 편해야 할 것이며 그렇지 못하다면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고 봅니다.
아무리 멋진 옷이라도 입기에 불편하다면 그것이 과연 좋은 옷일까요?

* 이 글은 http://2dreamy.tumblr.com/post/9692944459 에서 옮겨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