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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이야기

산책


노자는 아침 산책을 즐겨 한 사람이었다.
그의 아침 산책길에는 이웃 친구 한 사람이 늘 동행하였다.
그 이웃 친구는 노자가 지극히 말 없는 사람이며 얘기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언젠가 아침 산책길에 이웃 친구가 저도 모르게 '참 아름다운 아침이구나!'하고 말을 하였다.
노자는 이 친구가 갑자기 좀 실성하지 않았나 싶었다.
그 친구는 들떠 있었다.
그가 말했다.
"왜 그러시는가? 왜 그런 눈으로 날 보시는가? 내가 뭘 잘못했는가?"
노자가 말했다.
"나도 지금 아침을 보고 있지 않나.
그런데 왜 참 아름다운 아침이구나하고 말을 하시는가?
내가 그렇게 둔하기라도 하단 말인가?
내가 지금 잠자고 있기라도 하단 말인가?"
 
그때부터 이웃친구는 산책을 하는 동안 말을 하지 않았다.
그는 여러해 동안 노자와 아침 산책을 함께 하다 보니까 저절로 명상을 할 줄 알게 되었다.
 
그런 어느날 이웃 친구에게 한 방문자가 찾아왔다.
그 방문자는 자신도 함께 아침 산책을 하고 싶다고 하였다.
그래서 노자와 이웃친구와 그의 방문자도 함께 산책을 나섰다.
그날도 아름다운 아침이었나보다.
방문자가 대뜸 입을 열었다.
"참 아름다운 아침이구나!"
이웃 친구는 어리둥절 하였다. 그가 말했다.
"이상하시군. 그런 말을 뭣 때문에 하시는가? 나도 지금 보고 있지 않은가?"
 
  -  -  -
 
그대, 생각하지 마라. 말하지 마라. 속으로 말하지 마라.
말을 떠올리지 마라. 꽃을 보면서 '아름다운 꽃!'이라고 말하지 마라.
'꽃!'이라고 부르지 마라. 그냥 보라. 오직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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