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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30개 도시서 보물찾기 인기

보물 찾는 ‘어른’들

세계 30개 도시서 예술가·시민들의 보물찾기 인기

미디어다음 / 최지은 프리랜서 기자

보물지도를 들고 숨겨진 보물을 찾아 나선다? 만화영화 속 어린이들의 이야기가 아니다. 현재 미국·영국·호주 등 전 세계 30개 도시의 ‘어른’들이 오늘도 보물지도를 손에 들고 보물찾기에 나서고 있다.

미국 텍사스의 예술가들이 중심이 돼 만든 보물찾기(www.cracksinthepavement.com) 사이트가 인기를 얻고 있다.

전 세계 60여 명의 예술가들이 자신이 작품이나 의미 있는 물품들을 특정 장소에 숨겨 놓은 뒤 자신이 물건을 숨겨놓은 장소의 지도를 이 사이트에 올려놓으면 사람들이 이 지도를 바탕으로 보물을 찾아나서는 것이다.

보물을 찾고자 하는 사람들은 보물이 있는 도시를 표시해 놓은 세계지도에서 자신이 가까이에 있는 지역을 고른다.

특정 지역을 골라서 들어가면 지도는 보물이 있는 주변 지역의 지도를 보여준다. 계속 클릭해서 들어가면 마지막에는 보물이 숨겨져 있는 주변 지역의 사진이 있다. 사진 옆에는 작가가 숨겨놓은 물건과 이 보물찾기를 통해 자신이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적혀있다.


런던의 한 지역의 보물지도. 빨간색으로 표시된 곳에 보물이 있다. [사진=www.cracksinthepavement.com]
보물을 찾은 사람은 자신이 보물찾기에 성공했다는 글을 올린다. 어떤 보물을 어떻게 찾았는지 그 과정을 자세히 소개하고 소감도 덧붙인다.

이 보물찾기는 지난해 2004 런던 비엔날레 행사 중 하나로 시작된 것이다. 당시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계속 이어져 오고 있다. 지금은 뉴욕, 휴스턴, 애틀랜타, 시드니, 멜버른, 런던, 토론토 등 전 세계 30개 도시로 확대 돼 진행되고 있다.

이름이 보물이기는 하지만 숨겨진 물건들은 그렇게 값비싼 것들이 아니다. 대부분 그림, 조각품, 사진작품 같은 작가들의 예술작품이거나 연필, CD, 티셔츠 등 개인 소품이다.

이 사이트는 지난 4월부터 전 세계의 작가들에게 자신이 숨겨놓을 보물과 그 지역에 대한 자료를 신청 받았다.

조건도 있었다. 숨겨진 보물은 크기가 가로 세로 10cm 이하로 작아야 했고 또 물건을 숨기는 과정에서 자연을 손상시키면 안됐다. 보물을 일반 사람이 접근하기 어렵거나 위험한 곳에 숨기는 것도 제한됐다.

이렇게 신청을 끝마치고 지난 6월 중순부터 보물찾기가 시작됐고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보물을 찾고 있다.

이런 보물찾기는 단순히 흥미 위주의 장난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작가들은 이런 활동을 통해 사람들에게 자신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캘리포니아 오클랜드의 예술가인 젠나 히스는 자신이 살고 있는 주변의 공원이나 놀이터의 시설이 열악하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이 이벤트에 참가했다.


위의 지도에 표시된 지역을 찾아가면 이 사진과 같은 곳을 만날 수 있다. 이 사진은 보물이 있는 곳 근처의 모습이다. [사진=www.cracksinthepavement.com]]
그는 주변에 시설이 열악한 공원이나 놀이터에 자신의 작품을 숨겨두었다. 보물을 찾으러 이곳에 온 사람들이 공원이나 놀이터를 직접 눈으로 보고 시설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하기 위해서였다.

사우스캐롤라이나의 한 작가는 자신이 살고 있는 찰스톤 바닷가 풍경 좋은 곳에 1000개의 연필을 숨겨 놓았다.

그는 ‘연필을 들고 무엇을 쓰거나 그리는 것이 드문 요즘, 사람들이 이곳에 찾아와 연필로 자신들의 미래를 직접 적어 보기를 바란다’는 메시지도 보물과 함께 놓아두었다.

런던의 예술가 팀 플리크로프트는 1991년 작고한 한 작가를 기리기 위해 이 이벤트에 참여했다. 작고한 작가를 기릴 수 있는 장소 몇 곳에 작가와 관련된 물건을 숨겨둔 것이다. 보물을 찾으러 오는 사람들은 작가의 발자취를 따라 가며 자연스럽게 그를 기릴 수 있게 된다.

이벤트 담당자 헬서 존슨은 “사람들이 무심코 지나쳐 가는 주변 환경에 관심을 가지게 만드는 것이 이 이벤트의 목적”이라며 “또 이런 활동을 통해 사람들이 자신의 주변을 다시 한 번 돌아봤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벤트에 참가해 보물을 찾은 사람들도 이런 취지에 공감하고 있다. 노스캐롤라이나 샬럿 지역에 살고 있는 이브 코닝은 아이와 함께 산책 겸 보물을 찾으러 나왔다가 물탱크가 있는 울타리 뒤에서 작가의 조그만 드로잉 노트를 찾았다.

코닝은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보물을 찾아냈다는 느낌에 정말 설랬다”며 “사실 매일 이 곳을 지나다니는데 나무 뒤에 이 물탱크가 어떤 모습인지 자세히 쳐다 본 것은 오늘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텍사스 오스틴 지역에서 여인 모양의 지점토 작품을 찾았다는 바이올렛 리포드는 “오랜만에 남편과 함께 보물이 있다는 거리까지 걷고 같이 살피고 하면서 연애시절로 돌아간 것처럼 즐거웠다”며 “이 지역에 숨겨져 있다는 다른 보물도 찾으러 가고 싶고 찾지 못하더라도 즐거운 추억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 기자 블로그 : http://blog.daum.net/choejieu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