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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언론, 美 원폭 투하 일제히 비판

독일 언론, 美 원폭 투하 일제히 비판

방송·신문 “원폭 투하는 필요 이상의 군사조처”
“핵 사용 않고도 일본 항복시킬 수 있었다”

미디어다음 / 강대진 독일 통신원

미국이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을 투하한 지 만 60년이 되는 6일(현지시간) 독일 방송과 신문이 “미국의 원폭 투하는 필요 이상의 군사조처”였다며 일제히 미국을 비판해 눈길을 끈다.

도이체 라디오는 이날 독일 일본학연구소 소장 플로리안 콜메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미국의 1945년 원폭 투하 결정은 정치적인 결정으로, 당시 미국은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고도 일본을 항복시킬 수 있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방송은 아울러 일본 아사히신문의 보도를 인용해 “독일의 항복으로 이미 전의를 상실하고 있었던 일본에 미국이 원폭을 투하한 결과 4만 명이 넘는 원폭피해자들이 지금까지 참혹한 고통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일간지 노이에스 도이칠란트는 ‘우리 모두가 깡패였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당시 미국의 원폭 투하로 어린이와 노약자를 비롯해 7만여 명의 인명피해가 났으며, 이 중에는 한국·중국인 2만5000명이 포함돼 있었다”고 설명했다.

신문은 이어 원폭 투하 전 뉴멕시코에서 핵실험에 성공한 직후 물리학자 로버트 윌슨이 “마치 전쟁게임에서 승리한 것 같은 엄청난 느낌”이라고 말했던 사실을 다시 상기시키며 당시 미국 과학자들의 무모함을 꼬집었다.

또 일간지 노트도이체 노이스테 나흐리히텐은 “일본이 2차 세계대전 때 전쟁범죄를 저지른 것이 사실이듯, 미국이 원폭을 투하해 무고한 시민들까지 숨지고 다치게 한 것 역시 범죄라는 것도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신문은 이와 관련해 “원폭 때 방사선에 감염된 이들은 살아남은 뒤에도 신체적 고통과 사회적 차별을 받는 등 엄청난 고통을 겪었다”고 전했다. 이어 역사학자들의 말을 빌려 “미국의 원폭 투하가 꼭 필요한 일이 아니었다”고 비판했다.

독일 국영방송 ARD는 “원폭 당시 히로시마는 도시의 80%가 파괴되었으며, 시민들은 방사선 감염으로 1945년 말에 14만 명이 죽고, 이후에도 35만 명 이상이 감염후유증을 겪었다”고 보도했다.

ARD는 아울러 “이런 참혹한 역사를 직접 겪은 뒤에도 일본은 전쟁의 무모함을 고발하는 평화교육을 제대로 하고 있지 않다”면서 미국의 원폭 투하를 비판함과 동시에 일본의 비뚤어진 역사교육에도 일침을 가했다.

한편, 일간지 프랑크푸르트 노이에 프레세는 미국인 68%가 원폭 투하는 전쟁 종료를 위해 필요한 일이었다고 믿고 있는 반면, 일본인 80%는 당시 미국의 원폭 투하를 불필요한 군사조처로 여기고 있다고 보도했다.

[ 통신원 블로그 : http://blog.daum.net/greenhirt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