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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율 스님이 전하고자 한 진실

 
의료진 "지율 스님에게 치명적 상황 나타나면 개입"
[오마이뉴스 안홍기·윤성효 기자]

3년 반 넘게 계속된 지율의 '도룡뇽 투쟁', 왜?
천성산 관통 둘러싼 환경영향 논쟁... 계속된 불신

▲16일 의료진은 지율의 상태에 대해 "현재는 치료를 거부하고 있으나 치명적인 부정맥이 나타나면 개입할 것"이라며 "(치료가 시작돼도) 소생이 되지 않을, 즉 치료중 사망할 가능성이 있으며, 소생되더라도 영구적 장애가 남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코리아포커스김흥구
지율의 '천성산 도롱뇽 투쟁'은 고속철도의 천성산 관통이 확정되고 천성산 터널의 기초 공사가 시작된 2002년 6월부터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천성산에는 무제치늪, 화엄늪 등 수서 곤충과 양서류가 살기에 적합한 조건을 갖춘 20여개의 늪과 계곡이 있다. 고속철도가 지나가는 터널을 뚫는 공사의 발파 작업은 이들 늪과 계곡으로 이어지는 수맥을 차단, 늪과 계곡을 마르게 해 많은 생명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을 것이라는 게 지율과 환경단체들의 판단이었고, 지율은 공사장에 가부좌를 트는 것으로 공사를 몸으로 막으려 했다.

때마침 있었던 대통령 선거에서 지율과 환경단체들은 후보들에게 이 문제의 해결을 요구했고, 노무현 후보는 대안노선을 검토하겠다고 공약했다. 그 뒤 노 대통령이 당선됐지만 공사는 계속됐고 2003년 지율의 첫 단식이 시작됐다.

2003년 3월 노대통령의 지시로 천성산 공사가 중단됐고 '노선 재검토위원회'도 꾸려지면서 지율의 38일에 걸친 단식은 끝났다. 그러나 정부 측의 의지가 없다고 판단한 지율은 같은 해 4월 45일간의 단식과 함께 3천배 수행에 들어갔다.

지율의 이런 노력에도 정부는 2003년 9월 기존 노선을 확정하고 공사를 재개했다. 이 때 지율과 천성산 대책위는 도롱뇽을 원고로 한 이른바 '도롱뇽 공사금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후 지율은 천성산에 대한 '환경영향 공동조사'를 요구하면서 100일을 넘는 목숨을 건 단식을 시작했고, 그의 단식은 전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고, 혹자는 '100일 단식 진위 논란'까지 제기하기도 했다.

2005년 2월 마침내 정부가 지율의 공동조사 요구를 수용, 같은 해 8월에는 공사가 중단됐고 고속철도시설공단(이하 고속철공단)과 지율 측이 추천한 14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공동조사단의 활동이 시작됐다.

지난해 9월 몰래 단식... 정부에 대한 신뢰 잃어

공동조사단 조사가 이뤄지고 있던 같은 해 9월 지율은 경기도 신륵사에서 단식을 시작했다. 알리고 시작한 단식이 아니었기 때문에 주변 사람 누구도 지율의 정확한 단식 일자와 요구사항 등을 알지 못한다.

그러나 지율의 주변 사람들은 지율이 공동조사로는 천성산이 입을 피해가 밝혀지기 어렵다고 생각했고 고속철공단의 일방적인 홍보 등으로 인해 정부에 대한 신뢰를 잃었기 때문에 이번 단식을 시작한 것 아닌가 추측하고 있다.

지율은 자신의 단식 소식과 거처가 알려지자 안동 연화사로 옮겨 단식을 계속하다가 지난 5일 신륵사 세영 주지 등에 의해 동국대 일산병원으로 후송됐지만 여전히 치료를 거부하고 있다.

한편, 환경영향 공동조사도 순탄하게 이뤄지진 않고 있다.

조사가 끝나가던 지난해 11월 고속철공단 관계자의 의견을 인용, '공동조사 결과 공사가 환경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일부 언론 보도가 났다. 이에 천성산 대책위 측 조사위원들은 공동조사의 공정성을 문제삼아 조사를 중단했다.

대책위 측 조사위원들은 고속철 공단의 공식 사과를 요청했고, 지난 9일 양측은 고속철 공단 영남본부장의 공식 사과를 전제로 공동조사단 전체회의를 소집하기로 합의한 상태다.


▲ 열흘 넘게 치료를 거부하고 였는 '천성산 지킴이' 지율은 16일 치료를 권유하는 주변의 설득에 손을 들어 합장하면서 "고맙습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소리가 너무 작아 아주 가까이서만 들을 수 있었다.
ⓒ2006 코리아포커스 김흥구
[3신 : 16일 낮 12시8분]

천성산 대책위 등 "지율이 지키려하는 진실이 무엇인지 봐달라"


16일 기자회견에는 신륵사 주지 세용, 백남석 인드라망 생명공동체 공동대표, 박병상 풀꽃세상 대표, 김재남 녹색연합 사무처장, 김광철 '환경을 생각하는 교사 모임' 대표 등 그간 지율과 천성산 관련 활동을 해온 천성산 대책위·천성산을 위한 시민종교단체 연석회의측 10여명이 참석했다.

이 두 단체는 '천성산을 위한 대국민 호소문'을 통해 "(사회는 지율을 향해) '도롱뇽 한마리를 위해 국책 사업을 막으려 하느냐'고 힐난하고 있다"며 "그러나 천성산과 도롱뇽은 단순히 환경문제의 화두가 아니라 경제발전에만 목매어 삭막해져가는 우리 사회에 던지는 생명평화의 화두"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4년여 동안 거리에서 절규하고 자신의 생명을 던지면서까지 지키려고 하는 진실이 무엇인지 바라봐주기 바란다"며 "지율 스님이 은산철벽 앞에 왜 외롭게 서있는지 그 까닭을 헤아려 주시길 간절히 바란다"고 호소했다.

이들은 또 "한발 더 늦으면 서로가 후회하게 될 것"이라며 ▲'도롱뇽 소송'에 대한 대법원의 현명한 판결 ▲천성산 문제의 진실 접근을 위한 가칭 '천성산 진실 센터' 설립 ▲지율 본인의 회복 의지 등을 촉구했다.

기자회견이 끝난 뒤 참석자들은 9층에 있는 지율의 병실을 방문, 스스로 회복의지를 갖도록 설득을 시도했다.

앙상한 몸, 치료 설득에도 합장만...

마치 말기 암 환자처럼 암상하게 마른 지율은 병실 침대 위에 가만히 눈을 감고 누워 있었다. 정맥주사 대신 맥박을 재는 기구만 지율의 손가락 끝에 달려 있었고, 말라비틀어진 팔목에는 헐거워진 염주가 달랑거렸다.

세영 등은 "스님이 사셔야 천성산이 산다, 스님이 쓰러지면 천성산도 쓰러진다"며 치료를 받을 것을 계속 종용하면서 지율을 설득했다.

지율은 누운 채 손을 들어 합장하면서 "고맙습니다"라고 말했지만, 소리가 너무 작아 아주 가까이서만 들을 수 있었다. 이들의 설득에도 지율은 마음을 돌리지 않았다.

이들은 5분 가량 안타까운 눈으로 지율을 지켜보다가 합장으로 지율에게 인사를 하고 병실을 나섰다. 이에 지율도 다시 힘겹게 합장을 했다.

지율을 방문했던 이들은 병실을 나온 뒤 기자회견장 한쪽에 다시 모여 지율의 건강을 회복시킬 방법을 논의하고 있다.

몸무게 28.3kg...
입원 열흘만에 2.7kg 더 빠져

▲지난해 9월부터 단식하다 동국대 일산병원에 입원한 뒤에도 치료를 계속 거부해온 '천성산 지킴이' 지율의 모습이 16일 오전 언론에 공개됐다. 지율의 현재 몸무게는 약 28.3kg 정도로 치명적인 상황으로 알려졌다.
코리아포커스김흥구
28.3kg. 김영권 동국대 일산병원 중환자실장이 밝힌 지율의 현재 몸무게다(15일 측정치). 지난 5일 입원 당시 몸무게는 약 31kg였으니, 입원 열흘만에 2.7kg이 빠진 것이다.

혈압은 80~90이며, 맥박은 70회(분)로 가끔씩 100회를 넘는 일도 있다고 한다.

입원 당시와 비교했을때 호흡곤란 증상이 새로 생겼으며, 하체의 감각 이상이 심해졌고, 팔에서도 감각이상 증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지율은 현재 입원 당시에는 입에 대지 않았던 물을 하루 300~700cc 섭취하고 있다.


[2신 : 16일 오전 11시10분]

의료진 "치명적인 부정맥이 나타나면 개입할 것"


입원한 이후에도 치료를 거부하고 있는 지율의 현재 상황은 심각하며, 치명적인 상황이 나타날 경우 본인이 거부하더라도 개입이 불가피하다고 동국대 일산병원측이 16일 밝혔다.

이날 오전 10시 천성산 대책위원회와 '천성산을 위한 시민종교단체 연석회의'가 동국대 일산병원에서 주최한 기자회견에서 지율의 주치의를 맡고있는 김영권 중환자실장은 지율의 상태에 대해 "이 상태가 그대로 지속되면 사망을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현재는 치료를 거부하고 있으나 치명적인 부정맥이 나타나면 개입할 것"이라며 "(치료가 시작돼도) 소생이 되지 않을, 즉 치료중 사망할 가능성이 있으며, 소생되더라도 영구적 장애가 남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김 실장은 또 "호흡곤란이 나타나고 있으며 하체의 감각이상이 더 심해졌고, 팔에서도 감각이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물은 1일 300~700cc정도 섭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1신 : 15일 오후 2시26분]

지율, 15일로 치료 거부 열흘째


지난해 9월부터 단식하다 동국대 일산병원에 입원한 뒤에도 치료를 계속 거부해온 '천성산 지킴이' 승려 지율이 16일 언론에 병실을 공개하고 최근 건강상태와 관련해 간단히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손정현 천성산대책위 사무국장은 "스님께서 병원에 입원한 뒤 건강 상태를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많아, 현재 건강 상태가 어떠한 지에 대해 알릴 필요가 있어 논의 끝에 이같이 결정했다"고 말했다.

손 사무국장은 "그렇다고 해서 지율 스님께서 치료를 받겠다는 뜻은 아닌 것으로 보이며, 스님의 건강 상태는 계속 악화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율은 경북 안동의 한 토굴에서 지내다가 지난 5일 동국대 일산병원으로 후송되어 입원했다. 그러나 입원 뒤에도 치료를 거부, 15일 현재까지 열흘채 치료를 계속 거부하고 있다. 몸무게는 29kg 정도로 건강 상태도 더 악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병원 측은 "스님은 전해질과 콩팥기능 검사 등 일부 검사만 했고 의료진이 제공하는 물은 마시지 않는 등 치료를 거부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하루빨리 치료를 하지 않으면 생명이 위험할 수 있고, 치료를 받는다고 하더라도 일부 장기기능 손상 등 심각한 후유증을 초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 병원 측은 지율이 혼수상태에 빠질 경우 담당의사의 판단에 따라 치료에 들어갈 수 있다고 보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의료진을 24시간 대비시켜 놓은 상태다.

지율은 지난해 9월 천성산 환경영향 공동조사위원에서 탈퇴한 뒤, 혼자 단식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안홍기·윤성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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