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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기독교계의 ‘장로 대통령 만들기’ 문제있다

 
정교 분리가 원칙인 기독교계는 지도자들 부터 회개해야 한다
2007년 11월 20일 (화) 03:31:18본지 발행인 limdoo1@nakorean.com


17대 대통령을 뽑는 선거일이 곡 30일 앞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우리 정치권은 예년과 마찬가지로 마(魔)의 11월이란 말이 일반화 될 정도로 대선판이 급격하게 요동치고 있다.

그동안 여론 지지도 1위를 달리며 청와대 일보 앞까지 다다른 것으로 보이던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가 여러 악재에 시달리며 주춤거리는 사이 이회창 씨가 한나라당을 탈당, 무소속 출마하면서 보수진영은 분열하고 있다. 반대로 노무현 정권 실정으로 대선에서 좀체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 범여권은 그나마 한판 승부라도 겨뤄볼 수 있는 방안이 후보단일화라며 단일화 논의를 급가속 시키고 있다.
거기다 가장 유력한 후보인 이명박 후보는 대선일이 다가올수록 계속 터져나오는 각종 악재에 흔들리고 있는데다 이번 대선의 최대 고비라고 말하는 전 bbk 대표 김경준 씨의 검찰 수사가 그를 향해 칼날을 겨누며 파고들고 있다.

그런데 이 와중에 한국교회가 바쁘다. 아니 기독교인인 각 교회 성도들이 바쁜 것이 아니라 세칭 기독교 지도자라는 사람들이 더 바쁘다. 그리고 그것은 가장 유력한 대선후보인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가 기독교 장로이므로 기독교계 지도자라는 목사들까지 나서 장로 대통령 만들기에 올인했기 때문이다. 특히 일부 목사는 아예 노골적으로 이명박 후보를 거론하며 대통령으로 뽑자고 말하고 있다.

김홍도·전광훈 목사 선관위에서 경고 받아

"만약 이번 대선에서 이명박 안 찍는 사람은 내가 생명책에서 지워 버릴 거야"

이 말은 사랑제일교회를 담임하고 있는 전광훈 목사가 올해 4월 18일 마산실내체육관에서 수만 명의 기독교인들이 참석한 집회 설교시간에 한 말이다.
그러나 이 같은 설교 내용이 녹화된 동영상이 나돌면서 선관위는 이 설교가 선거법 위반소지가 있음을 발견, 전 목사를 조사했다. 그 결과 "선거법을 잘 몰라서 그랬다"는 대답을 한 전 목사가 "다시는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자 5월 1일 전 목사를 경고조치하는 것으로 사태를 일단락지었다.

"(이명박 후보의 경우) 여자·사생아(얘기도) 있지만, (설사) 있다고 해도 우리는 상관하지 않겠다. 마음 흔들리지 말고 나가야 한다"

이 말은 금란교회 원로목사인 김홍도 목사가 7월 8일 주일설교에서 한 말이다.
이 때문에 김홍도 목사도 선관위로부터 경고를 받았다. 선관위는 이 설교를 검토한 결과 문제가 있다고 판단, 금란교회에 문의를 했고, 교회 쪽은 "선거법을 잘 몰라서"라며 "다시는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했다. 선관위는 8월 3일 김홍도 목사에게 경고 조치를 했다. 그리고 이 같은 사실들은 지난 10월 29일 열린 '2007 공의로운 선택' 출범 기자회견을 통해 알려졌다.

기독교계 ‘장로 대통령 만들기’ 첫 번 째 어두운 역사, '3.15 부정선거'

한국 기독교계의 장로 대통령 만들기는 그러나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리고 지난 역사들은 말 그대로 기독교계로서는 숨기고 싶은 어두운 역사이다.
1960년 3·15 정 부통령 선거, 우리는 이 선거를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타락한 선거, 가장 심각한 관권개입선거라고 기록하고 있으며 이를 3.15 부정선거라고 명명하고 있다. 그리고 이 선거는 결국 4.19 혁명을 유발했으며 이 선거로 인해 이승만 정권은 무너졌다.
그런데 이 선거에 기독교계는 가히 눈물이 날 정도로 기여했다.
당시 대통령인 이승만이 기독교 장로였으며 부통령 후보였던 이기붕도 기독교인이요 그의 부인인 박마리아는 그 이름에서 연상되듯 열렬한 기독교 신자였다. 따라서 한국 기독교계는 이들 자유당 정 부통령 후보의 당선을 위해 눈물겨운 노력을 기울였다.

당시 <한국기독공보>에 실린 '전국교회 150만 교우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광고가 바로 기독교계의 눈물겨운 노력을 보여주는 바로미터다. 그리고 그 내용에는 '오는 3월 15일에 실시되는 정부통령선거에 있어서 전국교회 교우들은 다음의 두 분을 꼭 뽑아주시기를 호소하나이다'는 글귀가 들어 있다. 당연히 이 두분 후보는 대통령에 이승만, 부통령은 이기붕이다.

기독교계의 낯 뜨거운 광고 문구, 지금 봐도 부끄럽다.

이 광고 문구는 이렇다. 우선 서두에서 '교회는 정치 운동 단체도 아니며, 또 교회가 정치 운동을 하여서는 안 된다'는 문구로 기독교가 정치에 개입하지 않아야 한다고 전제한다.

또 뒤이어 '더욱이 국가민족의 내일의 운명에 지대한 관계가 되고 교회의 발전과 교우들의 신앙생활의 안정에 중대한 영향을 줄 정부통령 선거에 있어서는 국내 교회 150만 신도들은 그야말로 눈을 크게 뜨고 중대한 결심으로 임하여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라는 글귀로 공명선거를 당부하고 부정선거를 감시하라는 것 같은 인상을 준다.

하지만 이 광고의 검은 속셈은 바로 마지막에 있다. 즉 '대통령 입후보자는 한 분뿐이시니 말할 필요가 없으나 리 박사는 우리나라 기독교회의 대 원로이시며, 오늘도 그 바쁘신 몸으로 어느 주일 한 주일도 빠짐없이 가족 동반 교회의 주일 예배에 참석하셔서 하나님 앞에 간절히 기도하시는 우리나라 신교의 대 선배님이십니다'라고 이승만이 독실한 기독교 신자임을 강조한다.

또 부통령 후보로 나선 이기붕에 대해서는 '성실한 인품이 어려서부터의 교회 분위기와 교회 생활을 통하여 조성된 것이며, 부인 박마리아 선생과 더불어 오늘도 교회와 기독교 교육 사업을 위하여 한결같은 성심을 기우리는 교인이십니다'는 칭송한다.

결국 이를 종합하면 “국내교회 150만 신도들은 그야말로 눈을 크게 뜨고 중대한 결심으로 ‘우리나라 선교의 대 선배님이신 이승만 대통령 후보’와 ‘한결같은 성심을 기우리는 박마리아의 남편 이기붕 부통령 후보’를 당선시켜야 합니다”라는 지침을 노골적으로 내린 것이다.

기독교계의 두 번 째 작품, 김영삼 장로 대통령 만들기

1992년 대선도 이와 다를 바 없었다. 당시 민자당 대통령 후보였던 김영삼은 대한예수교장로회 충현교회 장로였다. 그리고 한국교회는 다시 장로 대통령 만들기에 올인한다.

세계 최대 교회인 여의도순복음교회 조용기 목사는 1992년 2월 24일 기독교부흥협의회 제23대 회장 취임 축하예배 설교에서 "앞으로 한국 정치는 기독교가 일어나서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회의원은 기독교인이, 대통령은 장로가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후 <한겨레>는 1992년 3월 3일 자 사설에서 "조 목사는 그 자리에서 이제까지 청와대에서 목탁 소리가 너무 많이 들렸다. 가톨릭의 김 추기경이 청와대에 자주 들어가는 일이 없도록 하자. 복음의 나팔수인 부흥사들이 기독교인의 대통령 선출 노력에 앞장서야 한다"고 말했다며 비판했다.

이뿐 아니다. 당시를 기억하는 많은 기독교인들은 당시 전국의 교회가 어떤 상황이었는지 생생히 기억할 것이다. 대형교회들은 아주 노골적으로 장로 대통령 만들기에 나섰으며 이를 교단 차원에서 암묵적으로 지시하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영삼 당시 대통령 후보도 이를 아주 노골적으로 이용했다. 김영삼 후보 부인이었던 손명순 여사가 충현교회 권사임에도 대구 동화사 불상 봉안식에서 합장을 한 모습이 보도되자 기독교계 일각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그러자 교계 원로로 대접받고 있던 지도자급 목사 등이 불교계 표심을 위해 어쩔 수 없는 행동이라는 논리로 앞장서서 비호하면서 김 후보를 보호했다. 그리고 이 같은 기독교의 전폭적 지원에 힘입은 김영삼 후보는 결국 대통령에 당선된다.

그러나 지금 이 두 사람의 평가는 어떤가? 4.19혁명이 성공하면서 이승만은 거론할 여지도 없이 독재자로서 청와대를 쫓겨나 하와이로 망명하는 신세가 되었고 이기붕 일가는 집단 자살로 그 생을 마감했다. 권력자로서 이보다 더한 비참함은 없는 신세가 된 것이다.

또 김영삼은 대통령직 재임 중에 IMF 국난을 초래한 대통령으로 역사에 기록되어 있는데다 그의 아들은 소통령이란 호칭으로 권력을 휘두르며 부정부패 주범으로 영어의 몸이 되었다. 측근들은 줄줄이 부정에 연루되어 감옥행이었고 그 스스로 임기 말엔 식물대통령이었다. 결국 기독교계가 앞장서서 만든 장로 대통령 2명은 우리 역사에서 기록되어서는 안 될 역사를 기록한 대통령들이 된 것이다.

따라서 교계 지도자들이 애초 기대했던 ‘민족 복음화’는 후퇴일변도가 되었으며 안티 기독교가 급속한 세를 얻어갔다. 그리고 이후 한국 기독교는 회개운동이 일어나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결국 한국 기독교가 세운 두 명의 장로 대통령은 철저하게 실패한 것이다. 그럼에도 당시 이들을 대통령으로 만드는데 앞장 선 기독교 자도자 중 누구도 성도들 앞에 사과하지 않았다.

그래도 다시 부는 기독교계의 이명박 장로 대통령 만들기 바람(風) 

역사는 반복되는 것일까. 올해 대선에서도 일부 교회와 목사는 장로 대통령 만들기에 노골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승만 전 대통령과 김영삼 전 대통령 만들기 때와는 많이 다르지만, 그래도 '장로 대통령 만들기'는 아직 한국교회에서 먹힌다. 그리고 먹히게 하려는 안간힘을 쓰고 있다.

우선 지난 6월 21일, 한국기독교개혁운동(한기운·대표 한성진 교수)은 성명을 발표하고, 이명박 후보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금란교회 역시 홈페이지 대문에 이명박 후보 공식 팬클럽 사이트로 연결되는 배너 광고를 싣는 등 '커밍아웃'을 했다. 하지만 선관위의 지적을 받은 뒤 이 배너는 내려갔고 지금은 없다. 또 김진홍, 서경석, 인명진 목사 등은 아주 노골적으로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에 앞장을 서고 있으며 새문안 교회 이수영 목사도 이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그리고 얼마 전 지난 1992년에 벌어졌던 사건이 거의 똑같이 벌어져서 쓴웃음을 짓게했다. 이명박 후보 부인인 김윤옥 여사가 불교 행사에 참여, 합장을 하고 ‘연화심’이란 법명을 받았다는 <법보신문>의 보도가 나온 것이다.  그러자 다시 기독교계 지도자들이 나섰다. 즉 대서울 교회 이종윤 목사 등이 이 후보의 입장을 듣는 형태로 해명 기회를 만들어주면서 논란의 와중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장 칼뱅이 통치했던 16세기 신정국가 제네바는 칼뱅 스스로 최소한의 식사와 최소한의 휴식만을 허용하며 일생동안 엄격한 계율아래 살면서 모든 시민들에게 그 같은 엄격주의를 강요했다.
이 때문에 당시 제네바는 칼뱅의 신정 통치 기간 5년 동안 13명이 교수대에 목이 매달려 죽었고, 10명이 단두대(기요틴)에서 죽었고, 35명이 화형으로 죽었으며, 76명이 국외에 추방당했다. 감옥은 만원이었으며, 단순히 칼뱅의 계율을 어겼다는 혐의만 받고 있는 사람에게도 너무나 가혹한 고문이 행해졌기에 고발당한 사람들은 고문이 두려워 먼저 목숨을 끊어 자결하는 사람도 많았다고 전해진다.

이것이 바로 '제네바 교회 계율'(The Ecclesiastical Ordinances of Church of Geneva)이며 이로 인해 제네바는 극단적인 모범도시가 되어 버렸다. 그런데도 이처럼 모범적(?)인 도덕도시였던 제네바 시민들은 칼뱅이 죽자 춤을 추며 즐거워했다는 역사도 기록으로 남아있다. 언제나 검은 옷만을 착용했던 장 칼뱅이 통치했던 16세기 제네바가 바로 그곳이었다.

현대 기독교 지도자들에게 16세기 장 칼뱅의 엄격주의를 그대로 따르라고 요구할 수는 없다. 하지만 기독교 지도자라면 최소한 비 기독인 보다는 더 양심에 충실하고 신도들의 모범이 되어야 한다.

이명박 후보를 장로로 안수한 소망교회는 칼뱅주의를 신봉하는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 소속 교단이다. 특히 소망교회는 평균 50,000명이 넘는 성도들이 주일예배를 드리는 대형교회로서 교계 원로로 자타가 공인하는 곽선희 목사가 시무하다 은퇴한 교회이다. 그리고 곽 목사는 통합교단이 운영하는 숭실대학교 재단이사장을 할 정도로 통합측 교단에서 그 지위를 인정받고 있는 실력자이기도 하다.

하지만 지금 이명박 후보의 비리는 그가 기독교 장로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치사한 것들까지 튀어나오고 있다. 자식들의 교육을 위해서라고 했던 위장전입의 건은 그가 장로가 되기 전에 벌어진 일이라 해도 조세포탈을 위한 자녀 위장 취업 건은 그가 장로가 된 후 벌어진 일이다.
그리고 급기야 19일 <한겨레>는 그의 소유 빌딩에 있다는 성매매 업소와 이 업소가 성매매를 할 수 있도록 암묵적으로 도왔다는 그의 빌딩 관리직원들의 행태를 속속들이 취재 보도했다.
이 보도가 나가자 또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 측은 아주 당연히 부인으로 일관했다. 자녀위장 전입 건도, 자녀 위장 취업 건도 일단 부인하고 나서 추가보도가 나가고 여론이 나빠지면 후보 본인이 “어쨌든 저의 불찰입니다”로 때우는 방식이 다시 동원된 것이다.

현재 세간에서 초미의 관심거리로 지켜보는 bbk와 김경준과 얽힌 내용은 검찰의 수사결과를 지켜본다고 하지만 지금까지 나온 것으로도 이명박 후보를 기독교 장로라고 하기엔 같은 기독교인으로서 너무도 얼굴이 뜨겁다. 필자는 일개 교인일 뿐인데도 이럴진데...한국 기독교계의 지도자급 목사와 장로들은 이명박 후보가 장로임으로 지지해야 한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인지...이제 그 대답이 듣고 싶다.